새우젓 팔아 수십억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새우젓 팔아 수십억 기부한 류양선 할머니
  • 김우성
  • 승인 2008.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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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생들 보면 엔돌핀이 팍팍 솟아”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여보세요? 충남상회죠. 류양선 할머니 계신가요?” “전데... 아니 없어요. 류양선 아가씨는 있는데 류양선 할머니는 없어요.”

젊게 사는 류양선 할머니의 유머러스 한 대답이 전화선을 타고 경쾌하게 들려온다.

평생 젓갈장사를 해서 번 재산을 장학금으로 내놓아 유명해진 류양선 할머니가 얼마 전 또다시 1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쾌척해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거액의 기부를 두 번이나 하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돈을 벌기는 어려워도 쓰기는 쉽다는 말이 있지만 이는 재산을 쓸데없이 탕진 하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이지 류 할머니로서는 천금 같은 돈을 써야 할 곳에 아낌없이 쾌척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비린내 나는 시장 바닥에서 힘들게 한 푼 두 푼 아껴 모은 귀중한 재산을 거듭 사회에 환원하는 할머니의 선행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기부천사 류양선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지금껏 기부하신 게 상당하시죠?

얼마나 했는지도 몰라. 다 잊어버렸어. 오늘 수금하고도 얼마 벌었는지도 모르는 걸. 모르는 게 약이야. 어제는 많이 팔고 오늘은 조금 팔아봐 속상하잖아. 내가 그래서 건강한 거야.


주는 기쁨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주면 마음이 편안하고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어. 과분하게 받으면 무엇으로 갚아야 하나 부담이 되잖우.


방송에서 보니 댁이 비좁더라고요. 재물에 대한 욕심이 전혀 없는가 봐요.

쓰레기장이지. 하하. 다른 사람들이 보면 누추해 보이지만 나는 그게 아니야. 살아오면서 쌓인 물건들이 유일한 낙이야. 불편하지 않으니까 괜찮아. 그렇게 하면서(살면서) 필요한 곳에 쓰게 되어 있으니까. 번드르르하게 해놓고 사는 것 보다 그게 더 좋아.


고향을 떠나오신 지 얼마나 되셨죠?

28살 때 올라왔으니까 50년 됐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5번 변한 거야. 지금은 친정 갈 때도 물어서 가. 자주 안가니 잘 몰라.



어렸을 적 꿈이 있으셨을 텐데요.

공부 열심히 해서 대학교수를 하고 싶었어. 돈 벌어서 고향에 하버드보다 더 좋은 대학도 짓고 싶었고. 젓갈 팔다보니 세월이 다 갔지 뭔가. 요즘은 어깨 아프고 허리 아프고 전신이 다 아파. 일 끝나고 돌아가면 너무 아파서 그만해야지 하다가도 아침에 일어나면 좀 괜찮아지니까 하던 건 해야지 하고 일하러 나가.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하잖아.


가게 문은 몇 시에 여세요?

원래는 5시부터 여는데 요즘은 마음먹고 일찍 나가도 6시야. 내가 집이랑 시장이랑 번개같이 오갔는데 몸이 아프니까 요즘은 천천히 다녀. 밤 10시에 일마치고 집에 가면 또 바로 잘 수 있나. 이것저것 하다보면 12시, 1시가 돼서야 잠들지. 아주 졸려서 못살겠어. 하루 세 끼를 시장서 다 해결해. 집은 그야말로 여인숙이야.


아프신 데도 불구하고 젓갈 보러 직접 다니신다니 대단하세요. (기자가 할머니를 찾아뵙기로 한 날 전라도 지역에 좋은 젓갈이 나왔다고 해서 급하게 내려가는 바람에 첫 약속이 무산됐었다)

목포에 가지. 전국 새우젓은 다 거기서부터 나가는 거야. 드럼통이 3800개가 나오는데 그걸 돌아다니면서 골라. 새우젓은 주방의 필수품이야. 김치 호박 계란 삼겹살 두부찌개 콩나물국 북어국... 안 들어가는 데가 없어.


중국산은 중국산이라고 표시해 놓으시네요?

일찌감치 그랬어. 맛없는 건 맛없다고 솔직하게 일러주는 게 나중에 소득이 있어. 맛없는 데도 숨기고 안 일러주면 가져가서 먹어보고는 다시는 안와. 정직이 재산이라는 말이 딱 맞아.



할머니의 기부 사연을 알고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기도 하나요?

많이 오시지. 베풀어 본 사람들이 오셔서는 인격적으로 많이 존중해줘. 안 베푼 사람은 잘 몰라. 두 달 전에는 내 장학금 받아서 유학간 아이들 엄마가 젓갈 사러 와서는 “할머니 장학금 받아서 지금 미국 어디어디 가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하고 가. 그 소리 들으면 그냥 엔돌핀이 팍팍 솟지.


따로 건강관리는 안 하세요?

마음을 즐겁게 먹으니까 그게 건강이야. 좋은 생각만 하고, 누가 잘한다 하면 박수치고. 난 혼자 TV 보면서도 잘하는 거 나오면 박수치고 슬픈 거 나오면 울고 그래.


자제분들은 있으신가요?

딸이 하나 있어. 교수시키려고 했었는데 이 아이가 어느 날 와서 자기는 코미디가 특기래. 그래서 한 번 해보라고 했더니 그럴싸하게 하더라고. 하하. 근데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장애인이 됐어. 학교도 못 다닐 정도가 됐지. 아이 앞으로 들어놨던 교육보험으로 영어책 사서 서울시내 장애인 관련 단체에 보냈지.


여전히 이루고 싶은 소원이 있으신가요?

돈 없어서 못 배우는 아이들 주는 거. 딴 거 없어. 돈 없어서 못 배운 애들이 얼마나 많은 지 알아? 돈이 필요한 곳에 필요하게 써야 나라가 부자가 되는 거야. 내가 못 배웠으니 배우는 애들한테 써야지. 어렸을 때 배워야 해. 난 저녁에 들은 것도 아침이면 까먹어. 고목에 거름 줘봐야 뭐해. 어린 나무에 줘야 무성히 잘 크지. 공부는 한 번 밖에 못해. 그리고 배운 걸 실천해야 해. 실천 안 하면 아무 소용없어.




류 할머니가 고향인 충남 한서대학교에 기부한 돈은 성적이 우수하고 가난한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할머니의 젓갈장사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고 젓갈을 판매해 모은 수익금도 계속 기부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할머니의 미담은 계속 진행형으로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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