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간 달인만 따라다닌 수제자 노우진
16년간 달인만 따라다닌 수제자 노우진
  • 유성희
  • 승인 2008.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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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인 수제자 해봤어? 안해봤음 말을 말어” / 유성희

 

 

 

 

[인터뷰365 유성희] 일요일 10시 <개그콘서트> ‘달인을 만나다’ 코너의 삼인방 가운데 달인의 수제자 노우진을 만났다. ‘추리닝’을 입고 새우수염을 붙이고 나와 달인 김병만이 한 대 맞고 나간 후 꼭 한 대 더 세게 맞고 나가는 바보 수제자. 요즘 바짝 물이 올라 웃음의 수제자가 되고 있는 노우진은 주성치를 좋아하고 주병진을 존경한다. 꿈이 토크쇼 MC라는 노우진과의 ‘달인 수제자 해봤어?’ 인터뷰.

 

 

개그콘서트 ‘달인’의 수제자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전에 ‘뮤지컬’이라는 코너에서도 그렇고 유세윤과 함께 언어유희에 가까운 소위 똑똑한 개그를 한 적도 있는데 바보캐릭터로 선회한 이유가 궁금하다.

고생을 하며 1년간 ‘뮤지컬’코너를 했는데 ‘개그프로면 웃겨야지 무슨 감동을 주려 하느냐’라는 식의 반응이 있었다. 뮤지컬은 주제가 있어야 하니까 아무리 개그라도 주제를 벗어나기 힘들었다. 마음껏 개그를 하지 못한 셈인데 예전부터 친분이 있던 김병만, 류담이 새로운 코너를 해보자고 이야기 나왔던 게 ‘달인’이었다. 아이디어를 들어보니 달인 옆에 수제자 한 명이 필요하다는 거다. 그때는 딱히 캐릭터라고 잡힌 게 없어서 첫 회에는 말끔한 정장을 입고 나갔다. 그런데 정장을 입고 4차원 개그를 하니깐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더라. 그래서 지방공연을 다니면서 여러 시도를 해봤다. 추리닝에 가발도 써보고 우스꽝스런 분장을 해봤더니 똑같은 개그라도 사람들이 더 웃더라. 이거다 싶었다. 분장은 최대한 바보스럽게 하고 목소리나 톤은 진지하게 가자.

 

그동안 등장했던 수많은 바보캐릭터들과 달리 수제자는 품행에 절제가 있고 진지하다.

달인의 묘미가 거기에 있는 것 같다. 우리들끼리 항상 얘기한다. 무조건 진지하게, 오버하지 말자고. 보통 바보캐릭터라고 하면 어느 정도 예상되는 톤이 있지 않은가. 하지만 우리 세 명은 진지함을 좋아한다. 그런 면에서 주성치와 찰리쉰을 좋아한다. 진지함 속에서 나오는 엉뚱함. 달인도 사실 바보 아닌가. 변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진지하게 말하고 그런 달인을 ‘저희 선생님이십니다’라고 진지하게 소개하고.

 

주성치를 좋아하나.

주성치는 천재인 것 같다. 영화는 다 봤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게 <무장원소걸아>다. 사람들이 주성치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할 때의 영화다. <서유기>도 좋아하고. <소림축구>가 나왔을 때는 속상한 느낌이랄까. 왜 그런 거 있잖은가, 나만의 주성치이고 싶은.

 

달인이 연마했다고 하는 ‘16년’이란 기준은 무엇인가.

아무 이유 없다. 16년이란 시간도 그렇고 달인이 자주 말하는 5만7천번이라는 숫자도 이유가 없다. ‘이십 몇 년’ 이러면 너무 길고 16년이란 발음이 가장 맛있게 잘 붙는 것 같아서 쓰게 됐다. 우리들끼리 정한 것 중에 아무 의미 없는 것들이 많다. 하하.

 

 

 

 

‘마술의 달인’에서는 여장을 하고 나왔는데 수제자의 캐릭터가 점점 강해지는 건가.

개그맨들끼리 하는 얘기가 있다. 개그의 끝은 여장, 벗기, 대머리 가발이라고. 왜냐하면 한번 강한 것을 터뜨려놓으면 다음 주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근데 우리는 매주 주제가 달라진다. 주제에 대한 반전만 찾으면 되니까 내가 여장을 했다고 해서 ‘다음엔 더 센 걸 해야지’하는 부담은 없다.

 

 

‘달인’이 웃음을 이끌어내는 포인트는 스스로를 과대포장하고 시치미 뚝 떼는 뻔뻔함에 있다. 16년간 단 한 번도 살생을 하지 않았다는 ‘생명존중의 달인’이 얼굴에 앉은 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손바닥으로 내리치는가 하면, 미각을 잃었다는 달인이 청양고추를 먹고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갑자기 어머니가 생각난다’고 둘러대는 식이다. 이 코너에서 수제자는 판소리로 치면 명창의 흥을 돋우는 고수(鼓手)의 추임새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수제자의 방송분량이 적지만 달인 이상으로 기다리게 된다.

개그는 임팩트가 중요한 것 같다. 마지막 수제자의 반전은 달인이 했던 것보다 더 바보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나가는 거다. 화면에 많이 등장하는 것보다 짧더라도 강한 인상을 남기고 퇴장하는 지금의 캐릭터에 만족한다. 말도 안 되는 달인이 있다는 것 자체도 웃긴데, 그 달인을 따라다니면서 배우려는 게 수제자다. 달인이 얘기하고 있는 동안 메이크업도 해주고 머리도 만져주고, 옷매무새도 다듬어 주고. 어떻게 보면 이런 것들이 디테일한 개그다. 우리들이 하면서도 이런 부분들은 정말 재밌다.

 

매주 두 차례 방송의 아이디어 짜내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가 정한 네 가지 구성이 있다. ‘달인의 캐릭터를 최대한 살린 우기는 개그’, ‘합성사진을 이용한 개그’, ‘자학개그’, ‘허무하게 끝나는 개그’. 매주 같은 걸 하면 사람들이 지루해 하니깐 정해진 간격을 두고 네 가지를 번갈아가며 코너를 짜고 있다. 크게 이슈가 되고 반응이 폭발적이었던 구성이 있었다 해도 다음 주에는 반드시 다른 구성으로 한다. 아무리 재미난 것이라도 반복되지 않게 꼭꼭 숨겨두었다가 풀어놓는다.

 

세 사람이 연기할 때 실제로도 많이 웃는데.

달인은 리얼리티가 많이 포함돼 있다. 자학개그같은 경우에는 실제로 병만이형이 고통의 정도를 미리 알고 있으면 몸이 기억을 해서 리얼한 연기가 나오지 않게 된다. 그래서 연습없이 녹화 때 바로 하는 부분들이 많다. ‘미각을 잃은 달인’에서 고추냉이를 핫바에 뿌려서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류담이 고추냉이를 많이 뿌려놓으니깐 병만이형이 겁이 나서 고추냉이 소스를 입으로 밀어냈다. 합을 맞추는 개그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돌발상황에 우리들끼리는 웃게 된다. 개그맨들이 무대 위에서 웃는다는 게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는 웃는 상황도 애드립으로 대화를 해가며 풀어가니깐 더 재밌게 봐주시는 것 같다.

 

 

 

 

‘봉숭아학당’에서도 수제자 캐릭터로 등장한다.

감독님이 요구하셨던 것도 ‘달인에서의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다른 캐릭터들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끼어들어서 받쳐줘라’였다. 하면서 나도 재밌고 봉숭아학당 친구들도 내가 같이 해주는 걸 좋아한다. 미리 얘기가 안 되었어도 다른 캐릭터가 썰렁하다 싶을 때 애드립으로 보완해주니까 다들 자기에게 붙어줬으면 하고 바란다. 만약 봉숭아학당에서 내 분량이 따로 있으면 수제자 캐릭터가 살지 못했을 거다.

 

개그에 있어 롤모델이 있나.

개인적으로 주병진 선배님을 좋아한다. 원래 버라이어티 MC가 꿈이기도 했었고, 별다른 표정이나 오버액션 없이 멘트 하나로 사람을 무장해제시키는 주병진 선배의 스타일을 가장 닮고 싶다.

 

MC도 해보고 싶은 건가.

꿈이다. 목표라는 게 있잖은가. 병만이형은 희극배우, 연기자로서의 꿈이 있듯이 나는 버라이어티로 나가고 싶은 게 꿈이다. 내 이름을 내건 토크쇼가 오래전부터의 꿈이었다.

 

어린이 프로그램 <파니파니>도 하고 있는데 힘든 점은 없나.

<파니파니>를 하면서 아이들을 좋아하게 됐다. 어린이 프로그램의 경우 새로운 사람에 대한 아이들의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나 역시 아이들과 친해지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게시판에 ‘팜팜(파니파니에서 노우진이 맡은 캐릭터) 좋아요’라는 글도 올라오고 그런다. 그런 글들 보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학창시절 축구선수로도 활약한 걸로 안다. 방송으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축구라는 것은 미래가 확실히 정해진 것이긴 한데 내 실력이 확실하지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더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그전부터 꿈이 방송일이었다. 그래서 축구를 그만두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다. 지금 와서는 ‘그때 네가 뭐가 될지 걱정이 많았다’고 말씀하시지만, 허락하실 당시에는 ‘그래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라’고 하셨다. 믿어주셨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 같다.

 

데뷔 3년 만에 주목을 받는 기분이 어떤가.

만약에 내가 데뷔할 때부터 주목을 받았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것 같다. 내공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주목을 받게 되면 이후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힘이 부쳤을 것이다. 시청자들의 기대치는 높아만 가니까 더 재밌는 걸 들고 나오지 못했을 때의 좌절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나는 오히려 앞으로 올라갈 곳이 있으니까 지금의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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