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소울로 ‘3년째 연애중’인 솔플라워 민하나
새로운 소울로 ‘3년째 연애중’인 솔플라워 민하나
  • 김우성
  • 승인 2008.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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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같은, 흙냄새 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다”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학창시절 예체능과목 중간고사에는 반드시 실기시험이 포함돼 있었다. 입시에 대한 중압감이 덜해서인지 ‘국영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심하려다가도, 어찌 보면 예체능실기처럼 두렵게 다가온 시험도 없었다.

음악시험이 특히 그랬다. 적막 속 수많은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비밀로 간직(?)하고 싶었던 음감을 고스란히 노출해야 했기 때문이다. 도움이 안 될 줄 알면서도 연신 출석번호 확인해가며 맥박에 시동을 걸던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특출한 친구 하나는 늘 있었다. 대개 수업시간에 조용하던 아이라 더욱 놀라웠다. 교과서 안에만 그려져 있던 시험지(악보)는 그 친구를 통해 음악이 되었고, 경청하던 모든 이들을 교실 밖으로 실어 날랐다. 노래하던 친구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


지금 솔플라워가 그렇다. 편안하게 노래하던 그 때 그 친구의 표정 그대로다. ‘에반’ ‘배치기’ 등 동료가수들 피처링과 정상급 아이돌 ‘소녀시대’ 보컬트레이너 등 가요계 전반에서 바삐 활약하던 그녀는 최근 싱글앨범 <미워도 미워해도>를 내놓고 본업인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다”던 솔플라워는 가요계 불황이 극심하던 지난 2006년 이미 스페셜싱글 타이틀곡 ‘아프고 아파도’에서 농도 짙은 호소력을 선보이며 평단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그녀는 북악산 자락 카페테리아에 도착하자마자 야외테라스 너머 숲을 바라보며 자연예찬론부터 펼쳤다.


“자연으로부터 얻는 힘을 믿어요. 제가 노래를 할 수 있는 힘의 원천, 요령이랄까. 자연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것 같아요. 노래도 이렇게 편해야 하지 않을까요.”



무척 신이 나 있는 느낌입니다.

1집의 경우 주어진 틀에서 노래를 했다면 이번에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나에게 어울릴 것 같았던 노래를 하고 있어요. 신났죠 요즘. 저 원래 노래방 가기 싫어하는데요. 노래방 가면 “가수가 얼마나 노래 잘하나 보자”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같고 그랬는데 지금은 노래방 가면 내키는 대로 불러요. 노래를 부른다는 게 새삼 이렇게 신이 나요.


이번 앨범을 내며 기회 닿는 대로 방송에도 출연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는데요. 1집 때와 비교해 어떠한 변화가 있었던 건가요. (지난 2004년 발표된 솔플라워의 1집 타이틀곡 'Kiss The Kids'는 입양아 문제를 다루고 있다. 우연히 봤던 방송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 음악이다. 뮤직비디오는 실제 입양아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다큐멘터리로 제작했다.)

그냥 노래를 하고 싶어서예요. 방송출연을 계기로 좀 더 많은 무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죠. 얼마 전에 김창완 아저씨가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했었어요. 오전에는 목이 잠겨서 방송 출연, 특히 노래 부르는 상황을 꺼리는 편인데 그날은 강산에 선배님이 기타를 연주하고 김창완 아저씨까지 다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어요. 음악을 통해 많은 이들을 위로하고 힘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변화한 게 있다면 노래를 하지 않았던 기간 동안, 가수가 가창력도 그렇지만 대중들에게 진정성 담긴 노랫말을 가슴으로 들려줘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죠. 1년 간 눈물도 흐르지 않을 정도로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어요.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낼 때였는데 어느 순간 욜란다 아담스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깊은 상처에서 벗어나고 있었죠. 그때 음악이 상처를 치유한다는 걸 실감했어요.




그렇다면 이번 앨범에서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의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는 것. 마음이 둔해져 느끼지 못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3년째 열애중’이란 곡은 몇 번만 들어도 계속해서 생각나더군요.

그렇지 않아도 ‘3년째 열애중’으로 활동할까 생각중이에요. 곡 자체가 흔하지 않은 느낌이니까.


솔플라워가 추구하는 네오소울이 정확히 뭐죠?

‘새로운 소울’ 크로스오버의 의미예요. 기존의 소울을 여러 가지 장르와 혼합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힙합과 소울, 포크와 소울이 결합되는 식으로요. 처음에는 스스로도 어렵고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랐었는데 결국 노래를 해가면서 마음이랄지 리듬, 디테일한 부분 등을 많이 배웠어요.


소울이라 하면 흔히 흑인 가수들의 원숙한 보컬이 먼저 떠오르는데요.

흑인들과 우리는 몸이 다르므로 소리도 달라요. 성대의 길이라든지 울림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죠. 신체적인 느낌보다는 경험. 즉,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나만의 소울을 담고 싶었어요. 장르적으로는 소울 느낌이 적어도 말이죠.


보컬이 절제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더 ‘세게’ 갈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확 다가오는 음악을 많이 좋아하시죠. 그런데 외국의 경우 편안하게 오래두고 들을 수 있는 음반이 많아요. 저 역시 시간이 지나도 어색하지 않고 질리지 않는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친구와 함께 시골 외가댁에 간 적이 있는데요. 비오는 날 처마 끝으로 떨어지던 빗방울. 그리고 눈과 귀와 코로 전해지는 흙냄새를 잊을 수 없어요. 솔플라워라는 가수도, 솔플라워의 음악도 그런 자연을 닮고 싶어요.


노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계기가 있나요?

4살 때부터 동네 노래자랑에 나갔어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노래에 재미를 붙였고 사람들 모인 곳에서는 으레 노래를 했었죠.



중고등학교 시절 축제 때만 되면 노래를 부르며 자연스럽게 꿈을 키워갔다는 그녀는 이후 서울예대에서 실용음악을 공부했다. ‘개똥벌레’로 유명한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신형원 교수부터 박선주, 박기영, 김진표, 김범수, 임정희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그녀의 동문이다.



‘솔플라워 이런 점은 억울하다’ 싶은 게 있다면요?

첫인상에 대한 편견이 있어요. 술 담배 잘 하고 잘 놀 것 같다는 분들이 꽤 있어요. 한 번은 무대 기다리며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어떤 분이 다가와서 “담배 한 대 태우러 가자”고 하더라고요. 하하. 처음엔 저에 대해서 경계를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웃으면 금방 풀어지실 텐데...


이번 앨범을 통해 가수로서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제가 올해 스물일곱인데요. 어렸을 적 바라보던 스물일곱은 무척 어른이었고 한참 다른 세상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네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 같아요. 요즘은 이런저런 계획을 세워서 하나씩 지켜가는 중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도 얼마간 수다가 이어졌고 그녀에게 가수로서 어디까지 달려가고 싶은 지 물었다. 그러자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바꿔 말해, 솔플라워는 어디로 달려갈 지 명확해 보였다.


“인기 많은 가수들이 부러웠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노래하는 게 그저 감사해요. 다른 건 생각 안 해 봤어요. 노래를 해가면서 나를 발견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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