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삐딱한’ 밴드 자우림, 대중과 눈 맞추다
적당히 ‘삐딱한’ 밴드 자우림, 대중과 눈 맞추다
  • 김지원
  • 승인 2011.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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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감 들던 나가수 출연, 이제는 즐기고 있는 중”

【인터뷰365 김지원】록밴드 자우림(김윤아 이선규 김진만 구태훈)은 ‘모범생’ 밴드다. 1997년 ‘퍼플 하트’(Purple Heart)로 데뷔해 내년이면 데뷔 15주년을 맞지만 멤버의 변화 없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 8월 8집 ‘음모론’(陰謀論)까지 거의 매년 2년마다 정규앨범을 내면서 침체기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하고 상업성에 천착하는 우리 대중음악계 현실에서 높이 평가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더욱이 자우림은 방송에 의존하지도 않고, ‘적당히’ 삐딱한 시선과 날카로운 메시지로 밴드로서의 자존심도 지키면서 대중과 호흡하고 있다.


이런 ‘모범생’ 밴드에게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출연은 어쩌면 깜찍한 일탈이다. 지난 14년간 예능프로그램에 거의 출연하지 않았고, 기성 가수들을 경쟁시킨다는 포맷도 썩 유쾌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우림은 “음악에 어떻게 순위를 매길 수 있느냐”며 ‘나가수’ 포맷에 반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김윤아가 신종플루와 바이러스성 안면신경마비 등을 겪고 난 후 “모든 무대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서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고, 지속적인 ‘나가수’ 측의 출연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우림은 ‘나가수’ 출연 초반 7위를 2번이나 하며 탈락위기에 몰렸지만 지금은 7회 경연 연속 생존자에게 주어지는 ‘명예졸업’을 앞두고 있다.

“‘나가수’ 탈락위기 땐 자진하차도 고려”

-‘나는 가수다’ 출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위대한 탄생’하면서 계속 섭외가 왔지만, 경쟁을 붙인다는 포맷이 뮤지션이라면 껄끄러운 것이다. 그런데 5월 쯤 바이러스성 안면신경마비가 너무 심해져 은퇴를 진지하게 걱정했다. 청신경이 너무 예민해져 귀를 막고 이야기할 정도였는데, 음악 하는 사람이 이런 상태로는 음악생활을 못하는 게 아닌가 걱정했다. 이걸 포기하고 다른 인생을 살아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러나 의사가 ‘신의 축복’이라고 할 만큼 회복됐다. 그때 다시 음반을 내놓고 활동하게 되면 모든 무대를 감사하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나가수’ 출연요청을 받아들였다.”(김윤아)

-‘나는 가수다’ 출연에 모두 동의한 것인가.

“이선규, 김진만은 처음엔 거부했다. 그러다 멤버가 서로 이야기 끝에 합의를 했다.(김윤아) ‘나는 가수다’ 보면서 우리가 출연하면 좋은 점수 받겠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프로그램 자체도 안정돼 있어서 긍정적으로 검토했다.(구태훈)”

-‘나는 가수다’ 출연으로 좋은 점은.

“남자 멤버들의 얼굴이 잘 알려져 너무 좋다. 감격스러운 일이, 구태훈과 이선규 오빠가 얼마 전 패션쇼에서 환대까지 받으면서 다녀왔다. 그리고 김윤아를 자우림으로 오해하는 일이 줄어들었다.(김윤아) 자우림하면 ‘매직카펫라이드’나 ‘하하송’만 아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는 가수다’를 통해 사람들이 자우림의 음악을 이해하는 것 같다. 마니아만 알 수 있는 것들을 이제 사람들이 알아주신다.(김진만) 예전엔 사람들을 만나면 ‘공연 잘 봤다’는 인사만 받았는데, 요즘은 ‘응원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초등학생도 알아보고 사진 찍자고 한다.(구태훈)”

-행사나 CF 섭외도 많아지지 않았나.

“여러 CF나 행사 출연요청이 많다. 하지만 시간 관계상 다 하지 못하고, 적절한 행사만 하고 있다.”(구태훈)

-무엇보다 공연 레퍼토리가 많아진 것이 좋은 일일 듯한데.

“맞다. 레퍼토리가 많아져 이번 공연에서 부를 노래를 정하는데 무척이나 애를 먹었다. 이번 신곡과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줬던 노래, 또 기존의 히트곡을 적절하게 잘 배분했다.”

자우림은 오는 12월 3일 대구 엑스코, 12월 17일 대전 무역전시관, 12월 23~25일 서울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자우림 네버 다이’란 제목으로 투어를 갖는다.

-‘나가수’ 출연이 좋지 않은 점은.

“아티스트로서 이미지에 좋지 않을 수 있다. 우리 노래가 아니라, 다른 가수의 노래로 무대를 하니까…. 또 경연을 한다는 점도 그렇고.(구태훈) 그리고 음원차트에 모두가 다 ‘나는 가수다’ 발라드가 차지하는 것도 별로 좋지 않은 현상이다.(이선규)”

-‘나가수’ 초반엔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자우림은 데뷔 후 위기가 없었고, 대중에게도 순항하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나가수’ 탈락위기에 몰렸을 때 멤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구태훈) ‘나가수’ 상황이 좋지 않을 때 투어 이름을 정해야 했었는데, 그때 ‘결코 죽지 않는다’는 의미로 ‘네버 다이’(Never Die)로 정했다. 그런데 진짜 말대로 ‘네버다이’ 하고 있다.(김윤아) 처음엔 우리 음악과 ‘나는 가수다’ 시청자들과 잘 안 맞나 생각했다.(구태훈) 처음엔 프로그램과 우리가 공동체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한배를 탄 공동체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간 민폐라 생각하고 나가지 않았던 방송에 대해 좀 이해하게 되고, 이젠 즐거운 게임을 하고 있구나 생각하며 적응도 하고 있다.(김윤아)”

자우림 멤버들은 ‘나가수’ 성적이 좋지 않을 때, 하차 여부를 놓고 진지하게 투표까지 했다. 그러다 ‘그냥 순위에 연연하지 말고 우리가 하던 대로 하고 후회 없이 탈락하자’고 결정했고, 편안하게 불렀던 ‘재즈카페’가 1위를 했다. 이후 자우림은 프로그램에서 순풍을 탔다.


김윤아, 안면마비 심각해 은퇴까지 고려

-김윤아 건강이 한때 심각했던 것으로 안다.

“음반작업을 무리하게 했다. 일본 엔지니어를 초대해 레코딩과 믹스까지 3주 동안 모두 완성을 해야 했기 때문에 쉬지 않고 작업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낮 동안 작업하고, 저녁에 아이 재우고 거의 밤 새 작업하고 그렇게 하루 4시간씩 자면서 3주 만에 작업을 끝냈더니 바이러스성 안면신경마비가 왔다. 비염으로 콧속에 고름도 차올랐다. 그때 먹었던 약들을 이번 앨범 재킷에 넣었다.”(김윤아)

-지금은 건강이 완전히 회복됐나.

“아니다. 80%가량 낫다고 보면 된다. 건강관리를 위해 육아부분에서 일정량 내 역할을 놓았다. 이를테면 아이 음식은 내가 장을 보고 직접 조리를 했는데, 이젠 내가 장을 보는 것까지만 한다. 또 건강을 위해 육식도 끊는 등 식이요법도 하고 있다.”(김윤아)

-2년마다 꾸준히 한 장씩 앨범을 내는 일이 쉽지 않은데.

“강제는 없고,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김윤아가 부지런하기 때문이 아닐까? 김윤아가 없었다면, 자우림은 지금쯤 2집정도 냈을 것이다.”(이선규, 구태훈)

-김윤아가 리더 역할을 하나.

“초창기에는 이선규가 연장자로서 리더를 맡았다. 그러다 맨날 늦는 구태훈에게 책임감을 주기 위해 리더를 맡겼다가, 지금은 돌아가면서 리더를 맡는다. 김윤아는 언제나 왕성하게 팀 활동을 주도하는 부반장 같다.”(김진만)

-밴드로서 KBS 2TV ‘탑밴드’를 즐겨봤을 것 같다.

“즐겁게 봤다. 아마추어 록밴드가 지상파에서 드라마를 완성하고, 또 음악도 점점 좋아지고, 제작진도 그 음악을 위해 시스템을 맞춰주고,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었다. 우리도 옛 시절 생각하며 추억하고 응원하게 됐다. 또 일반 사람들에게 ‘나도 음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심어 주고, 한상원 정원영 등 선배들이 조명 받는 것도 좋았다.”(구태훈)

-구태훈이 소속사 대표인데, 좋은 제작자인가.

“좋은 제작자다. 그래서 사운드홀릭은 거대기업이 될 수 없을 것 같다. 후배 밴드들을 회사에 전속시켜 여러 방법으로 후원해준다. 그런데 후배 밴드를 행사에 많이 보낼 때는 ‘아, 사장이구나’ 생각도 한다. 하하.”(김윤아)

김지원
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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