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마음고생 털고 ‘열꽃’ 피우며 돌아온 타블로
2년 마음고생 털고 ‘열꽃’ 피우며 돌아온 타블로
  • 김지원
  • 승인 201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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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를 웃고 춤추게 하려고 다시, 음악을 시작했다”


【인터뷰365 김지원】학력위조 논란으로 2년간 활동을 중단했던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본명 이선웅)가 최근 솔로앨범 ‘열꽃’을 발표하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수록곡을 절반씩 나눠 10월 21일과 11월 1일에 각각 ‘파트1’ ‘파트2’로 발표했던 ‘열꽃’은 국내 차트는 물론 2일 아이튠즈 미국·캐나다 힙합·랩부문 앨범차트 1위에 이어 13일 미국 빌보드 월드앨버 차트에서는 파트2와 파트1이 각각 2위와 5위에 올랐다.


타블로를 최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마음고생이 심했을 테지만 오히려 “고마운 일이 더 많았다”고 했다. 칩거의 시간들에 대해서도 괴로움을 토로하기 보다 “딸이 태어나는 순간을 지켜보고, 18개월이 된 지금까지 온전히 육아에 신경쓸 수 있었던 시간이었고, 그동안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았던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음반 반응이 좋은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행복하다. 처음으로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 없이, 또 앨범을 낸다는 생각 없이 만든 앨범이다. 앨범이 절반가량 만들어졌을 때까지 낼 생각 없었고, 또 어디서 낸다는 계획도 없었다. 이런 앨범을 여러분들이 따뜻하게 환영해줘서 많이 고맙더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다행이라는 말인가.
“이런 순간이 다시 올 거란 걸 생각하지 못했다. 내 이름이 달린 음악이 나오고,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듣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나고 꿈같기도 하다. 신인시절 첫 음반 낼 때보다 훨씬 새롭다. 사실 내가 음반을 내고 싶은지,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땐, 음악이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내가 음악 만드는 능력도 잃은 게 아닌가 싶었다. 기분이 이상했는데, 이렇게 되니 좋다.”

-음반을 내기까지 과정이 궁금하다.
“지금 내게 아내(배우 강혜정)와 18개월 된 딸이 있다. 집에 옛날 피아노가 있는데, 내가 이 피아노를 칠 때 아이가 춤춘다. 그런데 음악을 안 만들 때 아이가 춤을 안 추자, 혜정이가 ‘오빠가 뭔가 새로운 걸 해야 애가 춤출 것 같다’고 했다. 그때 음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또 데뷔 때부터 함께 해온 소수의 친구들, 에픽하이 멤버들이, 내게 ‘음악을 해야만 한다’고 격려해줬다. 내가 웃게 되고, 내가 아끼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돌아왔다.”

-웃음을 찾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내 주변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난지 몰랐던 시기였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정말 많이 웃었다. 그런데 산후조리원에서 그 일(학력위조 논란)을 알았다. 몇 개월 사이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 알고 난 후 몇 달간 웃지 않았다. 그러다 MBC ‘무한도전’을 보다가 빵 터졌다. 봉태규가 ‘무한도전’ 애시청자인데, 봉태규가 우리 집에 놀러 와서 틀어놓은 ‘무한도전’을 그의 어깨 너머로 보는데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예전엔 예능 프로그램 나가는 것 싫어했다. 그런데 그 예능이 나에게 웃을 힘을 주더라. 그때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웃게 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유재석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게 됐다.”

-‘무한도전’으로 웃음이 터졌을 때 스스로 좀 어이없었을 듯한데.
“참 창피했다. 내가 일부러 웃지 않은 것도 아니지만, 그걸 보다 갑자기 웃었다. 그 다음부터 계속 TV를 보게 되더라. 고마운 일 중 하나가, 내게 계속 좋은 일만 있고 사람들에게 사랑만 받고, 인기만 있었다면,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이와 이렇게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을까. 아내 곁에서 도와줄 수 있었을까. 나는 매일 매순간 같이 있었다, 아이가 말을 하고 뛰고 걷고 그 순간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다. 이건 너무 고마운 일이다.”

-이번 음반 내고 반응을 인터넷으로 봤나.
“반응을 인터넷으로 찾아보지 않는다. 트위터 가끔 하고, 주위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최대한 인터넷 공간을 많이 보지 않으려 한다. 현실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모니터를 너무 많이 하다보면 칭찬 받는 것에만 집중할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에만 집중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인터넷 반응을 자주 안 본다. 길거리 가다 만나는 사람이 좋다고 해주면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인터넷 피해자인데, ‘이런 걸 해야겠다’는 각오 같은 게 있나.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어쨌든 나 이후로도 나와 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많았다. 그런 피해자가 있었어야 된다면 차라리 내가 피해자가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마음이 약하지만, 나보다 마음이 더 약한 사람이거나 정신적인 중심이 조금 더 약한 사람이었다면 아마 이런 일을 잘 견뎌내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니까, (연예인)누군가에게 일어나야 되는 일이라면 내게 일어나는 게 다행인 것 같다. 난 고맙게도 의지할 곳이 많았다. 아내도 있고, 딸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일어났을까 원망하지 않았나.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왜 하필 지금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지, 그런 생각은 했다. 그때 아이가 태어나고, 결혼한 후인데, 차라리 혼자였을 때 일이 일어났으면 나만 힘들면 되는데, 왜 나한테 지금 일어나서 가족들까지 아파해야 했는지….”

-학력위조 논란에 왜 빨리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나.
“학력논란이 크게 이슈가 되고, 이틀 있다가 내 졸업증명서를 바로 공개했다. 나름대로 빨리 대응했다. 당시 약 이틀간은 다 확실한 걸(증거) 보여줬다고 언론보도도 나왔다. 그런데 또 며칠 있다가 내가 공개한 것이 무시되고 다시 원점에서 (학력위조 주장들이) 다시 나왔다. 누군가에게는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현실적으로 협박받고 괴롭힘 당한 것이다. 그때 난 가족을 챙기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나는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학력위조를 주장했던 ‘왓비컴즈’의 처벌은 어떻게 되나.
“이제 신경 안 쓴다. 내가 그런 것에 신경 쓰면 누가 가족을 돌보며, 누가 가장 역할을 하고 있을까. 나는 재판에 관해서는 아무 생각 안한다. 안하려고 하고.”

-토크쇼에서 심경을 밝히고 싶지 않나.
“내가 직접 편집을 하지 않는 한 토크쇼 출연은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사람을 초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는 있어도, 내가 출연해 이야기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음악 외 어떻게 나 자신을 진솔하게 표현하겠나. 나는 음악으로 나를 가장 진솔하게 표현할 뿐이다. 내게 다른 것은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 만나는데 있어 불편한 게 있나.
“없다. 사람 만나는 거 좋다. 신난다. 신인 때보다 더 신난다. 새로운 가수가 된 기분이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직 어설프고 떨리고 긴장되는 게 있는 것이다. 첫 방송(10월 30일 SBS ‘인기가요’) 할 때 조금 떨었는데 안 좋은 일로 그런 게 아니라 신인 때처럼 떨려서 그랬다. 카메라가 보는 법도 잊어버려서 어색했다.”

-현재 회복도는 어느 정도라 생각하나.
“다쳤다가 원상태로 돌아올 문제는 아닌 것 같고, 나는 변한 거다.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나란 사람의 한 부분이 그냥 영영 사라진 것 같다. 그런데 그게 꼭 나쁘지만은 않을 수도 있는 것은, 내 인생을 뒤돌아볼 시간도 많았다. 되게 철없었던 모습들,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 오만하고 자만했던 모습들, 해야 할 것만 하다보니 챙기지 못했던 일들과 사람들. 이런 거 생각 많이 했다. 내가 무언가를 상실했지만 더 좋은 일이 생겼고, 더 만족스러운 사람이 된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원상태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건 어렸을 때 일이다. 나의 안 좋은 일이 눈에 많이 띄지만, 그보다 훨씬 거대한 일은 내가 결혼했다는 것, 아빠가 됐다는 것, 서른이 됐다는 것이다. 이 세 가지가 그 사이 동시에 일어났다. 사람들이 어디에 관심을 두느냐에 따라 나를 보는 시선이 다르겠지만, 나는 이 세 가지가 가장 크다.”


타블로 앨범에 수록된 사진들

-YG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을 하게 됐다. 그 경위는?
“YG에 오리란 생각은 0.00001%도 안했다. 여름까지만 해도 아무런 접촉이 없었다. 음악을 조금씩 만들기 시작하면서, 작업하기 싫어서 멈출 때도 있었고 그러는 사이 아내를 따라 YG에 갔다가 양민석 대표를 만나 조언을 듣게 됐다. 그때 ‘타블로는 음악을 해야 행복해진다’는 인간적인 조언을 들었다. 사실 그 이전부터 YG에 고마운 일이 있었다. 내가 소속사도 없이 혼자일 때 YG에서 먹을 것도 보내주고, 또 카이스트에 강연하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아내의 매니지먼트팀이 차량을 보내줬다. 아내의 소속사인데 그 가족까지 챙겨준 것이다. 그러다 양현석 프로듀서가 내 음악을 궁금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또 조언을 해주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음악을 몇 곡 보냈고,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시면서 ‘음악을 더 만들어보라’고 했다. 이후 양현석 프로듀서가 감상평 수준의 모니터를 아주 세세하게 해줬다. 다른 사람이 내 음악에 공감한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느끼면서 그 순간 YG랑 너무 일하고 싶었다. YG도 날 가족처럼 품어줬다. 너무 잘한 선택이다.”

-혼자 YG로 가면서 에픽하이의 앞날에 대한 궁금증이 크다.
“해체설, 불화설은 말도 안 되는 것이다. 조금전에도 투컷한테서 전화 왔다. 우린 거의 매일 통화한다. 이 일이 있기 전부터도 이미 에픽하이 유지하면서 각자 솔로 활동을 해보기로 했었다. 투컷도 솔로음반 내고 싶다는 이야기를 팬들에게 먼저 했다. 우리가 따로 하는 게 새롭고 특별한 게 아니다. 또 각자 그렇게 해야 에픽하이가 다시 뭉쳤을 때 서로에게 힘이 될 것 같다. 셋 다 원하는 게 있는데 이것도 존중해줄 필요가 있다.”

-이번 음반이 타블로에게 어떤 의미인가.
“보통 가수들이 음반 내는 게 생활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나는 생존을 위한 거다. 내가 정상적으로 돌아와야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내 자리를 찾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 대한 강혜정의 반응이 궁금하다.
“사람들은 혜정이의 반응을 궁금해 한다. 앨범이 나온 날 혜정이가 보내온 유일한 문자가 ‘여보 집에 오는 길에 콜라 좀’이었다. 이게 아내의 방식인 것 같다. 감명 받아도 아닌 척 하는 방식.”

-앞으로 계획은.
“앞으로 사실 뭘 할지 나도 모르겠다. 지금도 벅차다. 이렇게 1년 반 만에 언론과 인터뷰하는 것도 신기하다. 특별히 계획은 없는데 하고 싶은 건 많다. 솔로로서 해보고 싶은 음악도 많고, 작곡가로서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에픽하이로서도 꿈꾸는 것도 많아진다. 즐거운 것 많이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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