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인터뷰] 장하다 인순아 넌 참 열심히 살았다
[그때 그 인터뷰] 장하다 인순아 넌 참 열심히 살았다
  • 김두호
  • 승인 200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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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비켜가는 여자 인순이 /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끼리 주고받는 인사말 가운데 가장 듣기 좋은 말은 “호오, 얼굴이 더 젊어진 것 같네. 비결이 뭔가?”라는 덕담이다. 빈말이라도 그 말은 누구에게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주름이 보이지 않는 팽팽한 피부에 후련하게 터지는 젊은 목청 등 가수 인순이는 가식 없이 ‘변하지 않는 여자’라고 말할 수 있다.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인순이. 30년 전이나 지금 본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젊고 건강한 이미지와 느낌에 차이가 없다. 인순이에게는 세월을 느끼지 않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다. 필자가 1990년대 인순이를 인터뷰 할 때도 ‘인순이는 세월이 비켜 가는 여자’라고 단정하고 기사를 썼다. 그때 아기엄마가 된 1970년대의 가수 인순이는 불혹으로 접어든 중년이었다. 이제 50대로 넘어 선 인순이를 가끔 TV에서 만난다. 2008년의 인순이를 바라보며 1990년대에 인터뷰한 내용을 다시 살렸다. 내용은 지금 인터뷰해도 변한 것이 없을 것 같다. 다만 그때 인순이는 자신의 생애에서 행복이 최고의 정점에 올랐을 때 필자를 만났다.



결혼 후 무엇무엇이 달라졌습니까?

행복해요. 지금 이대로가 너무 행복해요. 옷 한 벌 사서 둘이 함께 입는 남편과 두 살배기 우리 딸 세인이가 나를 너무 즐겁게 해요. 그게 달라진 것의 전부예요.



94년 4월에 결혼하셨지요? 아기가 두 살이면 허니문 베이비인가요?

결혼은 94년 4월26일, 세인이는 그 해 9월 26일생이니 혼전에 생긴 건가요. 하지만 우리 부부는 결혼 한 해 전인 93년 10월3일 단둘이 촛불을 켜놓고 결혼 언약식을 하고 곧장 사랑을 시작했어요. 한 달 뒤 약혼식을 올렸고요.



세인이는 누굴 닮았어요?

다른 사람들은 발가락 여섯 개가 달린 아기가 태어날까 두렵다지만 나의 경우는 엄마의 피부색을 닮은 아기가 태어날까봐 임신 내내 겁이 났어요. 그런데 피부는 아빠를 닮고 이목구비는 엄마를 닮았어요.





부군이 몇 살 연하지요?

남편이 4살 적어요. 정신연령은 그 반대 같아요. 나는 아직 사춘기 철부지처럼 살아요. 노래 부르는 것을 빼면 세상물정에 어두워요. 남편이 결혼언약을 하기 전부터 삶의 카운슬러 역할을 했어요.



인순 씨의 이름 앞에 한때는 ‘혼혈가수’라는 호칭이 따라다녔습니다. 본인도 그 소리를 듣기 싫었을 텐데 과거를 돌아보면 그로인해 아픈 추억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피부색 때문에 다들 어둡고 외로운 과거를 가진 걸로 인식하는 것 같아요. 나에 관한 기사들도 슬픈 과거를 앞머리에 내걸고 하더군요. 물론 성장기에 어려움도 많았지만 가수가 된 뒤 그걸 고통으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 피부색에 대한 원망이나 갈등 좌절감 열등감 따위는 초등학교 시절에 모두 치렀어요. 주어진 운명이라 일찍 체념을 하고 살아와 그게 나의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13살 때 소식이 끊어진 아버지(미 해군장교)도 원망하지 않았어요. 우리 군인들이 월남전 때 현지에서 아기 낳고 돌아와 현실에 묻혀 살다가 과거를 잊는 것, 아버지의 처지도 마찬가지겠지요.



인생관이 낙관적이고 긍정적이네요.

그래요. 살면서 이따금 이런 생각을 해요. 장미꽃을 두고 어떤 사람은 꽃대에 가시가 달린 것에 문제를 삼지만 나는 가시나무에 예쁜 꽃이 달린 것을 신기하게 바라봅니다. 불행도 바꾸어 생각하면 행복을 위한 준비단계 같아요. 돈 문제도 그래요. 욕심을 적게 내면 언제나 만족하며 살 수 있다고.



언젠가 물어보겠다는 걸 지금 묻고 싶군요. 젊고 매력적인 연예인들에게 붙어 다니는 흔한 염문이 인순 씨에게는 없었다는 게 이상합니다. 78년 희자매 멤버로 시작해 <실버들> <인연> <떠나야 할 사람> <밤이면 밤마다> 등 숱한 히트곡의 가수로 활동해오면서...

왜 유혹이 없었겠어요. 한때 하룻밤 1천만 원 받는다는 얄궂은 소문도 쫓아다녔지만 난 떳떳해요. 신념이 있었어요. 나와 같은 혼혈 소년소녀들을 생각하며 짓밟히고 주저앉으면 안 된다는 오기가 그래도 수렁에 안 빠지게 했어요. 여유가 생기면 나를 뒷바라지해준 펄벅재단에서 돌보는 혼혈아동을 찾아 갔습니다. 그들에게 인순이는 희망이고 꿈이거든요.



스스로 생각해도 자신의 살아온 모습이 대견하고 흐뭇하게 느껴지겠군요.

가끔 거울 앞에서 이렇게 자문자답할 때가 있어요. ‘장하다 인순아, 넌 참 열심히 살았다, 인순아’하고.



친정어머니의 근황은?

혼자 사시는데 익숙하셔서 누구와 함께 사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세요. 동두천에서 건강하게 사세요.





천주교회에도 열심히 나간다는데.

후후훗, 땡땡이 신자예요. 다닐 시간이 별로 없어서 식탁 앞에서나 잠자리에서 감사 기도는 열심히 올려요.



요리 솜씨는?

그것도 엉터리이지만 좋아하는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요리는 남편도 맛있게 먹어요. 그런데 밥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해요.



아기는 더 낳을 건가요?

더 낳을 거예요. 시할머님이 아들 낳을 때까지 쑥쑥 낳거라 하고 말씀하셔서 네하고 씩씩하게 대답했어요.



영화도 한편 출연했었지요?

1982년 강대선 감독의 <흑녀>라는 작품이었지요. 시키는 대로 했지만 연기는 어색한 것 같았어요. 역시 가수로 살아야죠. (그러나 인순이는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야수와 미녀>에 다시 특별출연했다)



가깝게 지내는 친구는?

희자매 시절 함께 활동한 김재희와 우정은 변함이 없어요. 미국인과 결혼해 아들 낳고 잘 살아요.



본명은 김인순. 1957년 4월 5일생. 1978년 그룹 희자매로 데뷔해 30여년을 쉬지 않고 활동해오며 발표한 정규앨범이 14장에 이른다. 나이 쉰 줄로 들어 선 근래에도 TV 드라마 <주몽>의 OST <하늘이여 제발>로 인기를 모았고 <거위의 꿈>을 히트곡으로 띄운 인순이는 지난 4월부터 2008년 전국 18개 도시 투어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순이는 전설이다’가 콘서트의 명칭. 주어진 불행한 운명을 행복한 삶으로 일구어 그토록 긴 세월에도 변하지 않고 흔들지 않고 활동하고 있는 인순이의 모습은 보이는 그대로 살아있는 하나의 전설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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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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