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공사례뿐 아니라 효과 없거나 부작용 겪은 사례도 기록해야
- 진단명·검사자료·약물 변화·실천 기간 표준화 필요
- “지난 10년이 사례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검증의 시간”
최근 맨발걷기운동이 대중적인 건강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맨발걷기로 건강을 회복했다는 민간 체험 사례가 1000건을 넘어서며 대중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맨발걷기 치유 사례 주인공의 회복 과정과 맨발걷기 운동의 사회적 확산, 의학적 신뢰를 높이기 위한 과제를 네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①천 번째 맨발의 기적...걷지 못하던 81세, 다시 유럽을
②통증 넘어 여행·운전·등산으로…1000명이 되찾은 삶의 장면들
③한 사람의 발자국이 도시의 길과 정책을 바꾸다
④맨발의 기록이 과학에 닿으려면…다음 1000회가 풀어야 할 과제
인터뷰365 신향식 칼럼니스트 = 치유사례가 1,000건 쌓였다고 해서 맨발걷기의 치료 효과가 의학적으로 입증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학적 연구에서는 좋아진 사람들뿐 아니라 효과를 느끼지 못한 사람, 중도에 그만둔 사람, 오히려 발이나 관절에 문제가 생긴 사람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성공한 사례만 모으면 실제 효과가 훨씬 크게 보이는 ‘선택 편향’이 생길 수 있다. 자연적으로 증상이 좋아진 경우도 있고, 기존 치료가 뒤늦게 효과를 나타냈을 수도 있다. 약물 변경과 재활치료, 체중 감소, 식생활 개선, 수면 증가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1,000개 사례는 결론이라기보다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맨발걷기가 모든 병을 고쳤다”는 증명이 아니라 “왜 많은 사람이 비슷한 변화를 이야기하는가”를 연구하게 만드는 가설의 보고인 셈이다.
1000개의 사례는 새로운 질문의 출발점
광산에서 캐낸 원석이 곧바로 보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분석하며 객관적인 가치를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000개의 치유사례도 마찬가지다. 큰 원석은 확보됐다. 이제 이를 신뢰할 만한 자료로 다듬어야 한다.
우선 사례를 소개하는 방식부터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출연자의 병원 진단명을 정확히 확인하고 발병 시기, 치료 과정, 맨발걷기 시작 시점, 하루 평균 실천 시간과 주당 횟수, 걷는 장소를 일정한 양식으로 기록해야 한다. 신발을 신고 걸은 운동량과 맨발로 걸은 운동량도 나누어 기록하는 것이 좋다. 같은 기간에 달라진 식사, 체중, 수면, 약물, 재활치료 등 다른 생활요인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치료 전후의 객관적인 의료자료는 사례의 신뢰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MRI와 CT, 혈액검사, 당화혈색소, 공복혈당, 혈압, 폐기능검사, 인지기능검사, 보행검사, 근력검사, 통증척도 등을 본인의 동의를 받아 제시하는 방식이다.
치료 전후의 객관적 의료자료는 신뢰도 높혀
자료를 공개할 때는 개인정보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 주민등록번호와 환자번호, 병원명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는 가리고 검사 날짜와 핵심 결과만 비교해 제시할 수 있다. 특히 “통증이 95% 사라졌다”는 표현은 본인의 주관적인 체감이라는 점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가능하다면 0점부터 10점까지 평가하는 표준 통증척도를 이용해 맨발걷기 전 10점이던 통증이 이후 1점으로 줄었다는 식으로 기록하는 것이 더 객관적이다.
방송의 신뢰를 결정하는 것은 성공사례의 숫자만이 아니다. 불편함을 겪거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한 사람의 경험까지 정직하게 다룰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하다. 맨발걷기를 했지만 기대한 변화가 없었던 사례, 발바닥에 상처나 물집이 생긴 사례, 무리하게 걸어 발목이나 무릎 통증이 악화된 사례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사례를 숨기지 않고 원인과 예방법을 분석하면 방송의 공공성은 오히려 높아진다. 좋은 결과만 보여주는 방송은 홍보물이 되기 쉽지만, 효과와 한계를 함께 보여주는 방송은 정보가 된다.
당뇨병성 신경병증이나 말초혈관질환으로 발의 감각이 둔한 사람, 발에 상처나 궤양이 있는 사람,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 사람은 맨발걷기 중 상처와 감염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골다공증이 심하거나 균형감각이 떨어지는 고령자도 낙상에 주의해야 한다.
효과 체감하지 못한 경험까지 정직하게 방송해야
따라서 방송의 시작이나 끝에 맨발걷기는 의료적 진단과 치료를 대신하지 않으며, 기저질환이나 발의 상처·감각저하가 있는 사람은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는 안내를 넣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주의 문구는 맨발걷기의 가치를 낮추는 장치가 아니다. 안전띠가 자동차의 성능을 부정하지 않듯 안전수칙은 건강운동을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장치다.
1,000개 사례는 영상 목록으로만 보관하기에는 가치가 크다. 뇌혈관·신경계, 근골격계, 대사질환, 심혈관계, 호흡기계, 암, 인지기능, 수면·정신건강, 피부·면역, 노쇠와 체력 회복 등으로 분류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연령과 성별, 기저질환, 실천 기간, 하루 평균 시간, 주당 횟수, 걷는 장소, 기존 치료 병행 여부, 개선된 증상과 개선되지 않은 증상을 함께 기록해야 한다.
결과도 ‘완치’나 ‘치유’라는 한 단어로 묶기보다 통증 감소, 보행거리 증가, 수면시간 변화, 약물 변화, 검사 수치 개선, 일상생활 복귀 등 구체적인 항목으로 나누는 것이 좋다. 방송 이후 6개월이나 1년이 지난 시점에 상태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추적조사도 필요하다. 건강의 진정한 변화는 순간의 반짝임보다 지속성에서 확인되기 때문이다.
치유 상태 유지 여부도 추적조사 필요
의과대학과 보건대학원, 재활의학, 예방의학, 신경과, 정형외과, 운동생리학, 간호학과 물리치료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연구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맨발걷기에 우호적인 전문가뿐 아니라 비판적인 연구자도 함께해야 한다.
연구는 맨발걷기를 시작하려는 참가자들의 상태를 시작 전과 3개월, 6개월, 1년 후에 측정하는 관찰연구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같은 시간 동안 운동화를 신고 걷는 집단과 비교하면 맨발이라는 조건이 추가로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도 살펴볼 수 있다.
과학은 원하는 답을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라 실제로 무엇이 맞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연구 결과가 기대와 다르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어떤 지표에는 도움이 되고 다른 지표에는 차이가 없을 수 있으며, 특정 연령과 질환에는 적합하지만 다른 집단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정상 아닌 능선 하나 넘은 셈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박동창 회장은 “우리는 지난 10년이라는 작은 봉우리를 넘어 새로운 10년과 10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1,000회는 정상이라기보다 능선에 가깝다. 한 고개를 넘었지만 더 높은 산이 앞에 놓여 있다. 지난 10년이 감동적인 사례를 모아 알리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사례를 표준화하고 검증하며 안전한 건강문화로 발전시키는 시간이 돼야 한다.
맨발걷기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도 과학적 검증은 부담이 아니라 기회다. 객관적인 검사자료가 제시되고,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을 겪은 사례까지 정직하게 기록되며, 독립적인 연구진이 자료를 검토한다면 맨발걷기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신뢰받는 생활건강 운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감동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면 신뢰 흔들려
반대로 감동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며 모든 질병의 치유를 단정한다면 1,000개의 사례가 쌓아 올린 신뢰가 흔들릴 수도 있다. 큰 나무일수록 뿌리가 깊어야 바람을 견딘다. 맨발걷기 운동의 뿌리도 이제 열정뿐 아니라 객관성, 안전성, 투명성이라는 토양 속으로 더 깊이 내려가야 한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은 땅에 닿는다. 그러나 그 운동이 오래 살아남으려면 기록은 과학에 닿아야 한다. 1,000개의 발자국이 이미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 이제 그 길 위에 객관적인 자료와 안전한 기준, 학문적 검증이라는 이정표를 세울 차례다.
*본 기획 연재는 특정 민간 운동의 현상과 사례, 그리고 사회적·학술적 과제를 조명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본 칼럼에 소개된 사례들은 개인의 체험 바탕이며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이 아닙니다. 중증 질환이나 만성 질환이 있는 경우 정식 병원 치료를 대체할 수 없으며, 반드시 전문 의료진의 진단과 처방을 우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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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향식 칼럼니스트
신문기자 출신 글쓰기교육 전문가이자 대한민국 1호 생애기록치유사다. 한 사람의 생애를 기록하여 삶의 의미를 회복하고 내면을 치유하는 새 영역을 개척했다. 조선미디어그룹 스포츠조선과 경향미디어그룹 굿데이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이후 월간조선, 주간조선,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에 교육, 글쓰기, 자연치유를 주제로 글을 발표했다. 연세대에서 「신문 글의 구성과 단락전개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하며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그 논문이 서울대 1학년 기초필수 교재에 모범예문으로 수록된 것을 계기로 대학과 전국 주요 고교에서 학술적 글쓰기 초빙강사로 활동했다. 또, 하버드대, MIT, 베를린공대, 함부르크대 등 해외 대학의 글쓰기교육 현장을 취재하며 글쓰기 교육 방법론을 연구했다. 국제 바칼로레아(IB)가 한국에 본격 도입되기 이전부터 그 교육적 가치에 주목해 선구적으로 취재했다. 대치동에서 신문기자 출신 강사진으로 구성한 논술학원을 17년간 운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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