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성형은 기능을 되찾고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의술
- 산업화 시대, 노동자들의 절단된 손과 마음 이어온 미세수술의 선구자
- 재건성형의 길을 걷는 의사, 삶의 존엄을 잇다...“재건은 단순한 복원 아닌 존엄 회복”
'나도 인터뷰어'는 독자가 참여하는 국민 인터뷰 코너입니다. 귀감을 주거나 외길 인생, 감동을 주는 인물 등 독자가 발굴하거나 소개하고픈 주변의 다양한 인물의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인터뷰365 우준서(김천고3) 인터뷰어 = 책을 자르던 기계에 열 손가락이 잘린 청년, 그리고 34시간의 수술 끝에 다시 손가락으로 젓가락질을 하게 된 기적. 이러한 기적을 이끈 김우경 뉴대성병원장은 재건 성형의 세계적 명의로 명성을 떨친 '미세접합수술 권위자'다.
평범해지고 싶은 절박한 이들에게 재건 성형은 기능적으로 도움을 주는 수술을 넘어 한 사람의 무너진 삶을 회복시킬 수 있는 특별한 수술이다.
김 원장은 손재주가 좋아서 외과의사가 되었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수술실에서 기술을 논하기보다 환자의 일상과 존엄을 먼저 생각하고, 제자들에게 외과 술기를 가르치면서도 냉철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태도를 강조한다. 김 원장은 “환자의 삶을 되찾아주는 의사가 되려면, 정교한 술기만큼이나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통해 그의 손끝에 담긴 수술의 철학과 재건 성형에 대해 들어보았다.
34시간의 수술...1987년 세계 최초 ‘열 손가락 재건’ 성공
- 성형외과 중에서도 재건성형에 선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려대 구로병원에 근무할 당시, 병원 인근 구로공단에서 산재 환자들이 많이 찾아왔고 이들을 치료하고 수술하다 보니 재건 성형을 주로 하게 됐습니다. 재건과 미용은 별개가 아닙니다. 대립되는 개념도 아닙니다. 재건 시 미용도 생각해야 하죠. 목표는 환자에게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화상, 교통사고, 수술 후 결손 복원을 가장 잘되게, 가장 예쁘게 수술하는 것이죠."
- 손과 팔 재건 수술에 특히 집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산업재해 환자 상당수가 손과 팔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수술 케이스가 많다 보니 경험이 쌓였고,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관심도 높아졌고 보람도 컸죠. 아마 제가 세계에서 이 분야의 수술 사례가 가장 많은 의사일 겁니다."
- 세계 최초로 열 손가락 접합 수술 성공하신 사례로 유명하시잖아요.
"1987년, 책 재단기에 열 손가락이 절단된 환자가 왔습니다. 34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열 손가락을 모두 성공적으로 접합했죠. 세계 최초이고 성공했다는 내용이 TV와 신문에 보도되면서 재건 수술 환자들이 몰려왔습니다. 재건성형에 대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죠."
- 미세수술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미세수술은 혁신적입니다. 손 수술 같은 접합 수술 시엔 혈관과 핏줄 사이로 돌아가면서 봉합해야 하므로 미세수술이 꼭 필요합니다. 현미경을 동원해 확대하며 진행해야 하므로, 섬세하고 정교해야 하죠. 도구도 골고루 잘 다룰 줄도 알아야 하죠."
- 이식 환자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경우, 어떻게 설명하시나요?
"자기 몸의 조직이 아닌 다른 조직을 이식할 때는 거부 반응이 생기는데, 이를 배척 기능이라 합니다. 이식이 성공하려면 당연히 미세수술이 진행되지만, 그럼에도 거부 반응은 병행되므로 이에 대한 약제를 평생 써야 하죠. 환자에게 약을 복용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합니다. 결국 환자와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 수술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순위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수술이 인상 깊지만, 수술이 성공해 드라마틱하게 눈으로 보일 때죠. 절단된 힘줄을 고정하는 게 중요한데, 정맥 동맥이 이어지기 전엔 피가 안 나고 손가락이 하얗습니다. 잘라진 혈관을 이을 땐, 이어졌을 때 피가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클램프로 묶어놓고 1㎜ 간격으로 열 바늘을 봉합합니다. 시술 후 클램프를 풀면 피가 '확' 돌면서 잘렸던 손가락의 색이 빨개지는데, 수술 성공 그 순간이 짜릿하고, 의사로서 가장 보람됩니다."
기술은 수단일 뿐, 수술의 주체는 결국 ‘의사’
- 최근 3D 프린팅, 로봇 수술, 조직 재생 등 다양한 신기술이 나오고 있는데요,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도는 어떤가요?
"공학적인 3D 프린팅은 보정을 도와주고, 진행 중인 로봇 수술은 보조적입니다. 이런 부분들은 결과를 더 좋게 정교하게 하는 수단일 뿐 의사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테크닉이 발전하면 의료수준이 높아지지만, 이는 수단인거죠. 수술의 중심에는 의사가 있어야 합니다."
- 안면기형이나 유전질환 재건에 관심이 있어서 탐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탐구가 실제 수술과 치료로 연결되려면 어떤 점을 더 고민해야 할까요?
"훌륭한 진로입니다. 언챙이, 콜린스 증후군 같은 질환은 수술 결과가 드라마틱합니다. 물이나 공기가 코로 새는 기능을 회복시키고 찌그러진 모양을 고치는 데 있어 기능을 복원시키면서 모양도 예쁘게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우리나라는 미용성형으로 세계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데, 재건성형 분야에서도 국제적 중심이 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이미 의료 수준은 세계적입니다. 다만, 이를 더 발전시키고 키우는 것은 앞으로 후학들의 몫이죠."
- 재건성형외과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고등학생인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준비가 있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일단은 열심히 공부해서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성형외과에 들어와야 하겠죠. 결국 세상의 이치는 똑같습니다. 원하는 걸 하려면 경쟁의 우위에 있어야 합니다. 지겨울 정도의 끝없는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후회 없이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좋은 외과의사가 되기 위한 자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료와 수술에는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므로 다양한 분야를 성실히 공부해서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또한 모든 술기를 잘해야 합니다. 특히 수술에 도움이 되는 3차원 공간 감각 인지 능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더불어 어려운 수술 상황에서의 외로움 속에서도 자제력을 가지고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는 대담하고 침착한 성품을 가져야 하죠."
“의사가 된다는 것은, 누군가의 내일을 되살릴 용기를 갖는 일이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에게 던졌던 '내 재능으로 세상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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