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뜨는 직업’ 식객 제작PD 최경숙
‘새롭게 뜨는 직업’ 식객 제작PD 최경숙
  • 정중헌
  • 승인 2008.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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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연 타석 홈런으로 외주제작업계에서 명성 / 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드라마 · 영화에 관심이 많은 학생입니다. 제작PD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요? 연출PD와 어떻게 다른 거죠?” 요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이런 질문들이 자주 뜬다. 최근 외주제작사 드라마들이 늘고 인기를 끌면서 제작 P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외주 제작사들이 몇 십억씩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형 드라마나 미니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연출을 전담하는 감독(디렉터) 외에 제작비 관리, 사람 관리, 일정 관리 등을 총괄하는 제작 프로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제작 PD가 최근 SBS 수목드라마 ‘온에어’(극본 김은숙, 연출 신우철)의 인기 폭발과 더불어 신종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TV드라마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구조로 연예계가 돌아가는지를 그려내는 ‘온에어’는 작가와 감독, 배우와 연예기획사, 방송사와 외주제작사의 팽팽한 긴장 관계가 리얼하게 펼쳐져 시청률을 올리고 있다.

 

 

‘온에어’의 중심은 톱스타 오승아 역의 김하늘, 거액의 고료를 받는 인기 작가 서영은 역의 송윤아, 기획사 사장 장기준 역의 이범수, 연출 감독 이경민 역의 박용하다. 회를 거듭하면서 체리 역의 한예원, 진상우 역의 이형철과 함께 외주 제작사 드림하우스 대표 이혜경 역의 홍지민, 제작 PD 윤현수 역의 유서진도 인기를 얻고 있다.

 

 

드림하우스 대표 이혜경은 풍만한 체구로 넉살 좋고 수완 좋고 인간성마저 좋은 제작사 사장 역을 해내고 있다. 드림하우스 제작 PD 윤현수는 1,2 부도 대본이 나오고 배역이 결정되자 대만 로케를 총지휘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홈페이지에 그는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우는 캔디형 제작PD, 하지만 실상은 울고 싶어도 못 우는 자리가 제작PD라는 걸 잘 알면서 기꺼이 드라마 제작 현장에 뛰어든 씩씩한 여자”로 나와 있다.

 

 

최근 ‘온에어’에서 유서진이 연기하는 윤현수 역의 실제 모델격인 제작 PD의 주가가 오르고 있다. 제이에스픽처스(대표 이진석)에서 연타석 히트를 치고 있는 최경숙 제작 PD(31)도 그 중 한명이다. 2006년 2월 제이에스픽처스에 입사한 그는 MBC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와 SBS 월화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 그리고 최근 인기 만점이었던 MBC 수목드라마 <뉴 하트>의 제작 프로듀서를 맡아 외주 제작업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보너스로 회사에서 유럽 여행을 보내줬어요. 이탈리아 로마, 피렌체, 피사, 베네치아를 거쳐 스위스의 취리히, 베른, 인터라켄, 프랑스의 니스와 칸, 모나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 프랑스 파리를 보름간 혼자서 여행하고 왔어요. 생소한 직업이었는데 운 좋게 세 작품 모두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아 회사도 저도 신명이 났어요. ‘온에어’를 통해 제작 PD가 부각돼 좋기는 하지만 책임감이 무거워졌어요.”

 

 

인상이 야무지고 체격도 당찬 최 PD는 서른 살 이력도 특이하다. 이화여대 사회생활과를 졸업하고 도서출판 개마고원과 김영사에서 일하다 2003년 서울예술대학에 입학해 신설된 예술경영 1회 전공자로 졸업하고 곧바로 제이에스픽처스에 입사해 3연타석 히트를 친 것이다.

 

 

“제작 프로듀서는 드라마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작가와 연출자의 교량 역할을 합니다. 편성이 잡히면 연출진을 꾸려 작가와 호흡을 맞추면서 대본을 컨트롤하고 캐스팅에 주력하지요.”

 

 

드라마 제작 규모가 커지면서 프로듀서도 기획, 편성, 제작과 연출로 세분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최 PD는 기획 , 제작 프로듀서 등 1인 다역을 맡아 제작과 연출을 매끄럽게 진행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해외 로케 때는 돈 관리, 사람 관리, 일정 관리가 제작 PD 소관이라 눈코뜰새가 없어요. 울로 싶어도 울 시간이 없다는 말이 맞아요.”

 

 

‘온에어’서는 작가와 감독, 작가와 톱스타가 날카롭게 대립하며 긴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작가는 대본 사전 검토나 개작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연기진과도 신경전을 펼치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드라마니까 약간 과장된 면도 있겠지만 기획 단계부터 작가와 연출가는 첨예하게 대립하게 마련이에요. 막말하며 싸울 정도는 아니고 작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진통이라고 봐요.”

 

 

‘온에어’에서 방송 작가 서영은 회당 수천만 원을 받는다. 편당 제작비가 1억원으로 어림없다는 대사가 나오고 기획사는 외주사에 수십억 원을 투자하며 이권을 챙긴다. 톱스타 오승아는 거액을 받지만 기획사대표는 자금난에 허덕인다. 여기에 연예계 루머와 스캔들이 뒤얽히고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정글에서 여성으로 견디기 어려운 경우도 많을 텐데 최 PD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역시 작가의 역량을 무시할 수 없어요. 연출자와의 호흡도 중요하고 배우들의 지명도도 큰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제작에 쫓겨서는 좋은 드라마가 나올 수 없어요. 사전 제작 시스템에 제작진의 팀웍, 편성의 과감한 전략이 맞아떨어져야 히트작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아침드라마 ‘있을 때 잘해!!’는 서영명 작가가, ‘강남 엄마 따라잡기’는 신인인 김현희 작가, ‘뉴 하트’는 황은경 작가가 집필해 세인의 화제를 모았다. 서영명 작가는 제목을 지을 때 7자를 선호해 ‘있을 때 잘해’에 느낌표 2개를 추가했다고 한다. 주인공 하희라 김윤석의 활약도 큰 몫을 했다는 설명이다.

 

 

‘강남엄마 따라잡기’는 초반에 ‘커피 프린스 1호점’에 밀려 고전했으나 현실적인 소재로 엄마, 아줌마들의 호응을 얻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인 작가가의 첫 작품이었지만 시의에 맞는 소재에 유준상 하희라 정선경 등의 호연에 힘입어 성공을 거두었다.

 

 

황은경 작가의 ‘ 뉴 하트’는 2005년에 기획하여 작가가 2년간 삼성의료원 등을 직접 취재하고 수정을 거듭해 20부작 중 대본이 18회까지 나온 상태에서 밀도 있게 제작하여 완성도를 높인 작전이 성공한 케이스다. ‘하얀 거탑’ ‘외과의사 봉달희’ 등의 연이은 히트에 부담이 된데다 의학 드라마는 겨울에 실패한다는 불문율을 깨고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의학 드라마 중에도 흉부외과는 생소한 분야라 걱정이 앞섰는데 연기파 조재현에 지성 김민정 등 주연과 조연들의 연기가 회를 거듭할수록 무르익고 팀워크가 살아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면서 탄탄한 시청률 기반을 쌓았습니다. 제작 PD로서는 정밀 힘든 작업이었어요. 경기도 곤지암에 4만평에 달하는 병원을 통 세트로 지은 데다 매일 밤을 새야하는 수술 장면 촬영도 육체적으로 고통스러웠지요. 배우들이 많이 나와 고정 배역 30여 명을 챙기는 작업도 수월치 않았습니다.”

 

 

최경숙 프로듀서는 2006년만 해도제작 PD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고 말한다. 지금도 외국처럼 자리 잡은 직업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최근 드라마 외주 제작이 활기를 띠면서 제작 PD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었어요. 현장에서 음료나 나르고 스케줄이나 챙기던 심부름꾼 수준에서 지금은 방송사와 제작사는 물론이고 매니저나 스태프들도 제작 PD의 역할과 위상을 인정해 주고 있으니까요. 드라마 외주 제작이 본격화되면서 조직이 프로덕션 개념으로 바뀌고, 역할도 기획, 제작, 마케팅으로 세분화되는 추세입니다.”

 

 

그래도 중노도동이나 다름없는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여성이 프로듀싱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다. 연출과 작가 뿐 아니라 스타와 배우들, 스태프 등 사람을 대해야 하는 역할이다 보니 고충도 적지 않을 것 같다.

 

 

“제작 PD는 여자가 많은데 대부분 스태프들이 남자들이다 보니 언어가 거칠고 일의 강도도 여간 높지가 않아요. 연출의 주문이 까다롭고 조직이 삐그덕 거리면 정말 견디기 힘들 때도 있습니다. 고학력자는 견디기 힘든 직업이기도 하구요. 그렇다 보니 조금 일하다 그만 두는 사례가 많아요.”

 

 

드라마 ‘온에어’의 제작 PD 윤현수와 최경숙 프로듀서의 역할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우선 외주 제작사의 영리를 챙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고 벅찹니다. 연출자나 작가가 해외 로케를 고집하면 제작비가 상승하기 때문에 이를 중간에서 조정하는 제작 PD의 역할이 중요해요. 연출의 의도를 살리면서 제작사에 부담을 주지 않고 제작을 매끄럽게 진행시키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거든요.”

 

 

 

 

 

 

최 PD는 인간관계가 가장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제작사 작가 연출가 연기자를 연결시켜 한 줄로 꿰는 일이 힘들고, 연장하면 대본 챙기고 연기자 스케줄 조정하고 출연료 제작비 챙기는 일 등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다는 것이다. 그 어려운 과정과 열악한 조건 속에서 3편의 장편 드라마를 연달아 히트시켰다는 것은 대단한 수완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하기 위해 4년제 명문 대학을 나와 서울예술대학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해 제작 프로듀서로 우뚝 선 최경숙 PD가 다음에 어떤 작품에 도전할 지 자못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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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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