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10) 장엄한 자연의 신전, 요세미티를 가다

-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의 트레킹...미스트 트레일 코스를 걷다 - 버널 폭포수에서 만난 행운의 무지개 - 또 하나 달성된 나의 인생 버킷 리스트

2023-12-28     장시정 칼럼니스트
요세미티

(9) 무사히 끝낸 그랜드 서클 투어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24일이다. 미국에 와서 그랜드 서클 투어에 이어서 2번째 여행을 떠났다. 1박 2일로 아들과 함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가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늦게 도착하면 주차할 곳이 없다고 해서 새벽 5시 반, 깜깜한 밤에 집에서 출발했다.

1시간 10분 만인 6시 40분에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사우스게이트에 도착했다. 그런데 근무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통과해야 할지 망설이는데 제일 왼쪽 레인으로 다른 차들이 통과해 들어갔다.

우리도 그쪽으로 게이트를 통과해서 와워나(Wawona) 도로로 들어가 요세미티 밸리 쪽으로 향했다. 나는 그랜드캐년에서 산 1년짜리 패스가 있지만, 입장료를 내야 할 사람들은 일찍 온 덕분에 $35을 세이빙 했을 것 같다.

신의 손으로 자른듯한 하프돔(Half Dom)

와워나 도로를 거의 40~50분을 달려 터널을 통과하니 터널 뷰 주차장이다. 차에서 내리니 한기가 온몸을 파고든다. 요세미티 밸리는 특히 일교차가 심하다. 오늘은 새벽에 1도, 한낮엔 23도를 예보했다. 아침에는 점퍼에 4겹 옷을 입고 장갑까지 끼었는데 한낮엔 홑상의만 남았다. 어슴푸레한 이른 아침에 눈앞에 펼쳐지는 요세미티 밸리를 내려다보니 아주 멀리서 하프돔(Half Dome, 해발 2693m)이 조그맣게 보인다.

미스트 트레일 트레킹은 필수 코스

밸리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바위라는 엘 카피탄(El Capitan)을 보았다. 캡틴이라는 이름대로 웅장 그 자체였다. 커리(Curry) 빌리지로 들어와 주차하고 미스트(Mist) 트레일 헤드로 들어갔다.

미스트 트레일은 20㎞도 넘는 트레일이지만 우리는 버널(Venal) 폭포 상단까지만 갔다. 그래도 왕복 10㎞가 넘었고 경사도도 꽤 있었다. 버널폭포를 지나서 계속 올라가면 하프 돔으로 갈 수 있지만 이 트레일 코스는 미리 신청해서 추첨해야 한다.

미스트

​트레킹을 시작하자마자 트레일 초입 길 한가운데 곰 출현을 경고하는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거리를 유지하되 만약 곰이 가까이 다가오면 등을 보이지 말고 정면으로 응시하면서 소리를 크게 지르라고(yelling) 한다. 공포로 온몸이 쪼그라드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 일대의 흑곰(Black Bear)은 캐나다 쪽의 회색곰(Grizzle Bear)과는 달리 그다지 공격적이진 않고 육식성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에서 곰에게 물려 죽거나 중상을 입은 사건은 아직 단 한차례도 없다고 한다.(국립공원 홈페이지 설명)

캘리포니아는 베어 플래그 공화국이었다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캘리포니아를 분리해 갈 때 '베어 플래그 공화국(Bear Flag Republic)'이라 했고 여기서 말하는 베어는 회색곰이다. 지금도 캘리포니아 국기에는 회색곰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지금 캘리포니아 일대에는 회색곰은 없다고 한다. 지난 백 년간 미국인의 곰 사냥에 쫓겨 그 서식처가 캐나다 국경까지 밀려 올라갔다.

버널 폭포 넓적바위에서는 휴식을

​1시간이나 올라갔을까, 드디어 버널폭포가 떨어지는 널찍한 바위에 도달했다. 폭포수가 되어 떨어지기 전 잠시 괴어있는 머시드(Merced) 강물이 그렇게 청정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강 너머로 불쑥 솟은 리버티 캡(Liberty Cap)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간식을 먹으며 바위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내려오는 길에선 마주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길이 좁아지는 곳에선 누구라 할 것 없이 서로 양보해 가며 세계인들이 산행을 즐긴다.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는 버널 폭포수에 걸친 무지개도 보았다. 이번 미국 여행에서 그랜드 캐년에서 본 무지개에 이어 두 번째 무지개다.

야생은 텅 비어야 한다지만 미워크족은 고향땅을 잃었다

요세미티

​요세미티 계곡 지역에는 수천 년 동안 살아왔던 지역 원주민이 있었다. 거대한 화강암 수직 암벽과 하늘을 찌를듯한 산봉우리, 무성한 세콰이어 나무숲 사이로 세차게 흐르는 청정한 급류와 시원하게 쏟아지는 폭포, 그리고 깊고 푸른 호수가 눈길을 사로잡는 이곳에 1851년 초 백인 용병 200명으로 구성된 마리포사(Mariposa) 대대가 투입되었다. 그들은 원주민인 미워크족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쫓아냈다.

1864년에는 링컨 대통령이 요세미티 토지 양도법에 서명하면서 추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는 제도적 기초를 만들었다. 국립공원이란 다름 아닌 "텅 빈 야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기 위하여 인간을 통제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미워크족은 그들의 고향 땅에서 쫓겨나야 할 숙명이었다. 지금은 일부가 계곡에 남아 관광객들의 눈요깃거리가 되고 있다.

빌리지 스토어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하고 나서 이걸 버리려는데 쓰레기통이 도무지 열리지 않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곰들이 내려와 쓰레기통을 뒤질까 봐 잘 열리지 않게 장치한 것이라 한다. 국립공원 내에서 동물에게 먹이를 주면 안 되고 이를 어길 시 벌금이 세다고 한다.

방문자 센터에서 물어보니 글레이셔(Glacier) 포인트까지는 근 1시간을 차를 몰아야 한다 해서 포기하고(글레이셔 포인트에서 하프돔과 요세미티 폭포 등 밸리 내 주요 절경을 잘 볼 수 있다. 사실 포기하기는 아까운 곳이다), 당초 생각한 요세미티 폭포(하단)까지만 짧게 트레킹을 했다. 이 트레킹은 왕복으로 1시간여 걸렸다. 해빙기인 5~6월에 폭포 수량이 많다는데 가을인 지금은 보잘것없었다. 이렇게 말로만 듣던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다녀왔다. 이날 걸음걸이 수는 2만 5,400보였다. 나의 인생 버킷 리스트가 또 하나 달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