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정 대사의 미국 서부 여행스케치](2) 미국에서 첫 트레킹을 하다

- 핀쿠션 마운틴 트레일과 루이스 에스 이튼을 걷다 - 눈 앞에 펼쳐진 황량하고 광활한 대자연의 풍광

2023-11-03     장시정 칼럼니스트
프레즈노

▶(1) 농업 대국 캘리포니아와 김치 반입 이어서

인터뷰365 장시정 칼럼니스트 = 9월 11일, 미국에 온 지 닷샛 째다. 그동안 대충은 시차 적응이 된 것 같다. 아들 집에서 별 일 없이 머물렀다. 지난 금요일 아침에 손자를 데이케어에 맡기고 저녁에 데려오는데, 따라가 봤더니 보모들이 한결같이 친절하다.

동네 도서관에 갔는데, 한국 책들도 소량이나마 꽂혀 있었다. 하지만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아서 하려고 했던 컴퓨터 작업을 할 수가 없다. 도서관 마당으로 나가니 벤치에서 자신의 개를 데리고 낮잠을 자고 있는 노숙자를 보았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노숙자라니, 정겹기는 하다. 아마도 이 개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일 것 같다.

핀쿠션 마운틴 트레일에서 첫 트레킹을 하다

오늘 오전에 미국에 와서 첫 트레킹을 했다. 아들과 함께 핀쿠션 마운틴 트레일(Pincushion Mountain Trail)에서 였다. 프레즈노(Fresno) 인근의 프라이언트 댐(Friant Dam)을 지나 밀러턴 호수(Millerton Lake) 인근, 해발 440m의 핀쿠션(Pincushion) 마운틴까지 올라갔다.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사막 지대에 가까운 건조한 경관이 펼쳐졌다. 키작은 억새풀이 펼쳐진 누런 초원 가운데 키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곰이 없다고 한다. 대신 방울뱀(rattlesnake)을 조심하라는 경고문을 트레일 입구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풀섶이나 덤불은 방울뱀이 강한 해를 피해 들어가는 곳이다. 조심해야 한다.

루이스 에스 이튼(Lewis S. Eaton) 트레일에서 두 번째 트레킹

9월 13일, 오늘은 아들과 두 번째 트레킹을 했다. 프레즈노의 우드워드(Woodward) 공원에서 시작하는 약 5마일 거리의 루이스 에스 이튼(Lewis S. Eaton) 트레일이란 곳이다. 

9시 20분경에 출발, 약 5㎞되는 지점에서 돌아와 왕복 약 9㎞를 2시간여 걸었다. 이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우드워드 공원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지만 돌아올 때쯤 되니 벌써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린다.

​트레일 주변의 풍경도 날씨만큼이나 메말랐다. 마치 데스밸리(Death Valley)에라도 와있는 듯 느껴졌다. 사실 이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데스밸리가 있다. 그래도 트레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꽤 많다. 심지어는 이런 날씨에 뛰는 여성들도 있다. 여기서는 해가 짱짱해도 모자 쓴 사람조차 보기 어렵다. 더욱이 나처럼 썬크림 듬뿍 바르고 팔토시에 얼굴가리개까지 하고 나오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내 모습이 조금 눈에 뛸 듯도 하다.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에선 남이 어떻게 하고 다니든 관심도 없고 당연히 간섭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취향대로, 생각대로, 살아간다. 그러니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게 좋다.

​트레일 주위는 황량하기만 한 벌판이다. 이곳은 호아킨 밸리(Joaquin Valley) 지역에 속한다. 로스앤젤리스 북부에서 샌프란시스코 쪽으로 뻗쳐 있는 밸리 지역으로서 강수량이 부족하긴 하지만 물을 끌어와서 농사를 짓는다. 미국 전체의 과일과 채소 중 약 1/4을 이곳에서 생산하는 대농(大農) 지역이다. 시내에 장이 선다고 해서 가보았더니 과일, 채소가 없는 게 없다. 이런 사막 같은 지역에서 이렇게 다양한 채소와 과일이 생산된다니, 깜짝 놀랄 정도다. 하지만 이곳은 건조하지만 물을 댈 수 있고, 해도 많다. 물이 필요할 때 물을 대고 필요하지 않을 때는 비가 안오니 과일 농사에는 제격이다. 이스라엘과 농사 여건이 유사하다. 실제 수박과 딸기를 사서 먹어보니 달고 맛있다. 요즘 같으면 이른 아침에는 기온이 20도 초반까지 떨어지지만 한낮에는 35도를 넘나든다. 2주간 일기예보를 보니 하루도 빠짐없이 완전한 해 그림만 14개가 떠있다.

나는 사막기후에서 살아보았다. 카타르에서였다. 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사막 기후지만 생각보단 견딜만했고 장점도 많았다. 해가 뜨겁기는 하지만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다. 워낙 뜨겁고 습기가 없는지라 모기 같은 잡벌레들이 없다. 아프리카 같은 풍토병이 없다. 부인병에도 습한 기후보다는 이런 기후가 좋다고 한다. 그래도 외출 시에는 늘 긴팔 옷을 입고 다녔다. 실내에 들어가면 추울 정도로 냉방을 하기 때문이다. 중동 사람들은 살가죽이 두꺼워 냉방도 매우 차갑게 하는 편이다.

​​데스 밸리에서의 비극적인 사고

​이곳의 동쪽으로는 큰 산맥이 있고 여기에 있는 휘트니산은 해발 4,420m로 미국 본토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그 동쪽이 데스밸리(Death Valley)인데, 라스베가스의 서쪽이 된다.

데스밸리는 해수면 이하의 지역으로서 지구에서 가장 낮은 곳이라는데, 내가 가본 사해(Dead Sea)도 해수면 보다 낮은 곳이다. 염도가 높아 수영을 하지 않아도 몸이 뜬다. death와 dead는 무슨 차이일까? 데스밸리는 북미에서 가장 뜨거운 곳으로 여름에는 50~60도를 오르내린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어 국토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안전 설비 같은 게 평균적으로 유럽이나 우리나라보다는 떨어지며 허술한 곳도 많다.

1990년 대 데스밸리를 방문했던 한 독일인 가족 4명이 데스밸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죽음을 맞았다. 비극적인 사고였다. 이들은 지도에 의존하여 렌트카로 여행 했는데, 지도에 나와있는 도로로 데스밸리를 지나서 아마도 요세미티 쪽으로 빠져나가려 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나중에 발견된 차는 타이어 2개가 터져 있었고 이들의 주검은 차에서도 수 십 ㎞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 이들은 미국도 유럽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리라. 하지만 미국은 다르다. 거칠다. 지금도 핸드폰이 터지지 않는 지역이 부지기수다. 핸드폰 지도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종이 지도가 필수다. 미국을 여행한다면 일정을 조금은 여유 있게 잡고 모험심을 줄이는 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