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 ①카프카 '변신' 무대에 올린 정재호 연출 "애착 많이 가는 작품이죠"
- 2019년에 이은 ‘극단 이구아구’의 앙코르 공연 - 정재호 연출 “'변신'은 고독과 외로움, 홀로서기와 소통 부재”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부조리냐, 실존이냐? 질문부터 쉽지 않다. 그러면 답은?
실존주의 작가로 알려진 F. 카프카(1883-1924)의 ‘변신’이 기존의 멤버와 새로운 배우들과 앙코르에 들어간다. ‘대학로에서 가장 믿을만한 연출가’ 정재호의 연출로 말이다.
일반적으로 ‘변신’은 현대인의 소외 현상과 삶의 부조리라 알려져 있다. 작품적 특성은 의인화된 벌레를 등장시켜 우화의 형식과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를 바라보는 가족의 시선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작가는 인간을 벌레로 변화시켜 관객들을 기절초풍하게 만든다. 일반인들은 상상조차 어려운 발상을 카프카가 해낸 것이다.
작품은 가족의 경제를 떠맡은 그레고르가 어느 날 아침, 다각류의 벌레로 변해버린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해 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부모님과 여동생은 그의 출근을 재촉하지만 벌레로 변해버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이에 회사의 지배인이 찾아와 그레고르의 결근을 다그치고, 방문을 열어본 그들은 경악한다. 이후 가족들은 아들에게 먹을 것을 방으로 넣어주며 그를 보살피지만 더 이상 가족 구성원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하는 그레고르를 기피한다. 이윽고 거추장스러워진 그레고르를 죽음으로 내몰면서 가족들은 다시 자신들의 삶을 영위해 나간다.
정재호 연출 "카프카 특유의 비사실적 언어, 말의 언어 아닌 몸의 언어로 전달되길"
이 작품을 연출한 정재호 감독은 “인간 실존의 허무, 소외된 인간의 고독과 외로움, 벌레로 변한 인간의 내적 독백형식의 문체”라며 “ 전지적 작가 시점의 언어를 활용해 카프카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몽상적이며 비합리적이고 비사실적 언어를 말의 언어가 아닌 몸의 언어로 전달되길 희망한다”고 연출의 의도를 밝혔다.
“인간이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을 부조리로 규정하면서, 그 부조리에서 벗어나 인간의 참된 존재인 실존을 회복하려 했던 카프카만의 실존철학이 미학적 예술성, 구성의 연속성이 지닌 힘, 연기자의 숨의 디테일로 전달됐으면 합니다.”
필자가 카프카 작품을 처음 만났던 시절은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일 유학파 독일어 선생님의 권유로 처음 그의 책을 접하면서였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었고, 특히 ‘변신’은 첫 페이지를 넘기는 데만 며칠이 걸렸다. 대학 시절 학교 인근에 카프카의 소설 제목을 떠올리는 ‘단식하는 광대’란 조그만 카페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 시절, 카프카를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으리란 나의 무지로 발생한 일이었다. 더욱 놀란건 그 사장이 아주 앳된 외모의 대학초년생 여학생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계기로 다시 카프카를 만나 탐독을 했지만, 여전히 이해 불가였다. 필자의 우둔함을 깨달았다는 편이 옳은 깨달음었던 듯싶다. 그렇게 세월도 가면서 거의 잊혔던 카프카를 2019년 정재호의 ‘변신’을 다시 대하면서 또 한 번 카프카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카프카는 왜 인간을 딱정벌레(?)로 변하는 기괴한 발상을 했을까? 그냥 천재여서? 여기서부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뇌리를 휘저어 버렸다.
연출의 의도와 달리 필자는 공연 연습에 참여하면서 문득 카프카는 결코 어렵게 쓰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레짐작으로 어려울 것이란 선입견이 있어서 그렇지, 전혀 어렵지 않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 작가는 뭔가 강력한 자극으로 독자에게 다가가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일반인들은 아무리 극한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포기하거나 아니면 결국 헤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지극히 평범한 삶의 모습을 카프카는 극한적 상황으로 대치한 것이 아니었을까.
정재호 연출은 “이 작품은 고독과 외로움, 홀로서기와 소통 부재”라고 단언 한다.
이 작품을 2019년에 이어 다시 앙코르 공연으로 무대에 올리는 그는 “제 극단 ‘이구아구(내 말과 타인의 말)’와 의미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전 어린 시절 가정적 불화로 혼자 어느 구석에 앉아 책을 많이 접하면서 고독하게 지냈어요. 항상 뇌리에 타인과의 대화 상실에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지요. 이 작품이 그런 저 자신의 성격적 내면과 흡사한 부분이 많아 애착이 많이 갑니다.”
연습실 현장을 가보니...‘난해하면 난해한대로’가 필요하다
이 공연이 현시대 대학로를 대표할 수 있다는 공연임을 필자는 확연한다. 정재호 연출이라는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출연 배우들 면면과 작품성 또한 이 공연의 특별함을 지니고 있다. ‘극단 이구아구’는 ‘하는 말 보다 듣는 말을 통해서 소통하겠다’는 정신을 뜻한단다.
다만, 작품의 연습 현장을 보고 정재호 감독에게 당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너무 관객들에게 세심한 연출에서 벗어나 보라고. 이 작품은 보는 시각에 따라 난해하기도, 평범하기도 하다. 정 감독은 난해한 작품이라면서 관객들에게 쉽게 풀어주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필자가 이 작품을 칭송하는 이유는 작품이 가지는 무게감이다. 관객들에게 ‘난해하면 난해한대로’의 작품을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한 번의 관극으로 쉽게 이해가 된다면 과연 예술의 존재성을 무엇으로 갈무리 될 수 있을까?
아무쪼록 대학로에 명품 공연이 막을 올린다. 짜증나는 장마와 불볕더위를 감내하며 연습에 고생하며 공연에 공을 들인 모든 분의 노고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며 성공리에 막을 내릴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극단 이구아구’(대표 정재호)의 ‘변신’은 7월 27일~8월 6일까지 대학로 공간 아울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