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석의 현장인터뷰]③3인 3색 연극 ‘안티고네’를 만나다... 송훈상 연출편, 원전 그대로의 맛
- 연출가 송훈상, 정재호, 권혁우의 '3인 3색' 연극 ‘안티고네’ 대학로 무대에 - ‘극단 RM’ 대표 송훈상 연출, 소포클레스 원전을 그대로 - 배우 강희영 "후배들에게 에너지 안기고 싶었죠"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대학로에서 자그마한 연극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있다. '제3회 3인 3색' 공연(8월 17일~9월 4일까지)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인 3색' 페스티벌은 대학로의 중견 연출가 3인이 동일한 희곡으로 각기 다른 배우들과 작업을 해 같은 극장에 올리는 프로젝트로, 올해로 3회째를 맞는다.
극단 ‘이구아구’의 대표 정재호 연출가, ‘예술공작소 몽상(夢想)’ 대표 권혁우 연출가, ‘극단 RM’의 대표 송훈상 연출가는 2020년 제1회 ‘현혹’(황대현 작)을 시작으로, 2회 ‘산돼지’(김우진 작)에 이어 올해 소포클레스의 희랍극 ‘안티고네’로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3회 역시 같은 연출가들이 참여한 ‘안티고네’ 공연이 대학로 ‘동숭무대소극장’에서 꾸며졌다. 첫 번째(2022.8.17~21) 무대는 정재호 연출이, 두번째(8.23~28) 주자는 권혁우 연출, 마지막(8.30~9.4) 주자는 송훈상 연출이 해석한 ‘안티고네’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이 재해석한 3색의 ‘안티고네’가 궁금했다. 현장에서 만난 '3인 3색' 무대의 주역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 인터뷰를 총 세 편에 걸쳐서 게재한다.
송훈상의 ‘안티고네’, 미적 감각이 뛰어난 그리스 궁전의 기둥
3인3색의 마지막 주자 ‘극단 RM’(대표 송훈상)의 무대가 막이 올랐다. 앞의 정재호 연출, 권혁우 연출의 두 공연과 달리 송 연출은 소포클레스의 원전을 그대로 무대에 올렸다.
송 연출은 이번 작품에 대해 “2500년 전의 질문은 현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도 같은 질문으로 가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공동체 질서를 지키기 위해 도시와 법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크레온 왕과, 안티고네로 대표되는 ‘반역자에 대한 장례를 통해 국가의 이익이 개인 이익에 앞선다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을 주축으로 합니다. 안티고네는 인간의 양심(윤리와 도덕)대로 행동하며 크레온 왕은 ‘법과 국가’라는 비인간적이고 잔인한 권력을 내세우죠. ‘윤리와 도덕’과 ‘인위적인 법’, 상충하는 두 정의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합니다.”
송 연출은 다작 연출가로 대학로에서 유명하다. 원래 조명디자이너로 연극계에 더 유명하지만, 연출에 임할 때는 군더더기 없이 대본 그대로의 해석으로 깔끔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연출가다.
송 연출은 “이 작품에서 소포클래스의 지적은 ‘이상, 연민, 자유’와 같은 소중한 가치를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는 상황이 인생의 비극이라고 충고한다”며 “현실에서 불의를 보고도 가족과 자신의 장래를 위해 침묵을 강요당하고 개인들은 숙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의 연속에 답을 찾기란 쉽지 않잖아요?”라고 반문했다.
배우 강희영은 극 속 테레시아스 역을 맡아 공연을 이끈다. 3인 3색 출연진 중 배우 여무영에 이어 두 번째 연장자이기도 하다.
그는 “연극배우는 관객과 가슴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연기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고전극이다 보니 정통 연기로 가려고도 했지요. 역시 고전은 명작이라 대본이 가지는 힘이 좋아 장문의 대사 외우기나 연기를 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후배들에게 에너지를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서 강희영은 “요즘 젊은 배우들은 관객들 취향에 맞추는 웃고 재기발랄한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많다”며 “특히 애드리브(즉흥적 대사)를 잘하는 연기가 잘하는 연기라고 착각하는 배우들이 많은데 이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연극은 철저히 연습을 통한 배우들 간의 약속입니다. 갑자기 대본에 없는 대사나 연기는 상대 배우를 당황하게 할 위험 요소가 다분하지요. 배우가 무대에서 호흡을 놓치면 그 공연은 망해 버리거든요.“
이 공연에서 안티고네를 맡은 배우 김현숙은 연출의 의도에 따라 차분하면서도 열정적인 연기로 무대를 장악한다.
김현숙은 “안티고네는 가족애, 혈육을 중요시하며 그러한 신의 법을 목숨을 걸고라도 따르려 한다”며 “이 역을 맡으면서 진부한 표현 같지만, 가족에 대해 애틋함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김현숙은 서울예전 영화과 92학번으로 방송영화를 전공했다. 특히 50대 배우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동안' 외모를 자랑한다. 20년 이상 어려보이는 외모다. 그의 실제 나이를 들으니 놀라웠다. 그 역시 “동안은 배우로서 장점“이라고 웃으며 “그러나 무엇보다 무대에서의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공연에는 이한순과 이창익이 기획으로 홍보 심홍철, 음악 노범수, 영상 장재호, 진행에 김주현이 참여했다. 배우 강희영, 김현숙, 정이주, 감대환, 권영민, 현수현, 최홍준, 한호랑, 정민규가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