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칸영화제 수상' 송강호, '브로커' 강동원·배두나·이지은에 대한 기억들②
- '브로커'로 한국 배우 최초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쾌거 - 고레에다 감독 15년 전 부산영화제서 첫 만남...6-7년 전 '브로커' 제안
▶ [인터뷰]①'칸영화제 수상' 송강호 "내 꿈은 관객들과 소통·공감하는 배우"에 이어서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배우 송강호에게 한국 배우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친 못한 여정을 그린 영화다.
베이비 박스의 아기와 엄마, 브로커,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형사 등 저마다의 사연을 안은 인물들이 뜻밖의 계기를 통해 동행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극 속 송강호가 맡은 '상현'은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인물로, 미혼모 소영(이지은)에게 “아기를 키울 적임자를 찾아준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로 등장한다. 송강호는 '동네 아저씨' 같은 특유의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 등 후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의 출발은 6-7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일본의 명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송강호를 만나 러브콜을 보냈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2004), ‘공기인형’(2009),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어느 가족’(2018) 등으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친숙한 고레에다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어느가족’)과 심사위원상(‘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을 수상한 세계적인 거장이다.
‘브로커’는 고레에다 감독이 한국 배우와 제작진과 손잡은 국내 첫 연출작이다.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부터 송강호를 염두에 뒀다며 “송강호 배우가 이 영화의 출발이었다”고 했다.
- 고레에다 감독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첫 만남이 궁금하다.
“고레에다 감독과의 첫 만남은 내가 2007년 영화 '밀양'으로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을 때다. 한 호텔의 엘리베이터 앞에서 처음 뵈었다. 그 전부터 감독님의 작품을 보며 존경했고 정말 만나 뵙고 싶었던 분이었는데, 우연히 만나서 잠시 얘기를 나눴다. 첫 만남 당시 ‘덕’이라고 해야 하나, 뿜어져 나오는 인격체, 그리고 깊이감 그런 것들이 정말 따뜻했다.
‘브로커’와 관련한 첫 미팅은 6-7여 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때였다. 감독님께서 브로커 내용을 말씀하시면서 (촬영 시작까지는) 몇 년이 걸릴 텐데 다음에 함께 하자는 정도로만 얘기하셨고, 난 알겠다고 했다. 다만, 당시 차기작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촬영을 앞둔 때여서 연이어 가족 얘기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다는 게 어떨지 모르겠다고도 말씀드렸는데, 결과적으로 '기생충'이 끝나고 한참 후 촬영해서 그런 염려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 고레에다 감독은 특유의 절제되고 섬세한 연출력으로 유명한데, 함께 호흡을 맞춰 본 소감이 궁금하다.
“함께 작업하기 전에는 정교하고 완벽한 시나리오를 들고 시작하지 않을까 이런 선입견이 있었는데, 막상 촬영해보니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주면서 배우와 감독이 소통하며 만들기를 원하셨다. 이런 방법이 신선해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촬영장에서 감독님은 언제나, 어느 장면이든, 어느 곳에서든 침착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계신다. 침착함이 주는 그 깊이감은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 배우가 감독에게 느끼는 신뢰감일 수도 있고, 뭔가 생경했다. 그런데 그 생경함이 주는 에너지가 기대됐고, 그래서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연출의 장면들을 옆에서 지켜볼 때는 역시 명 감독님이시구나,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동네 아주머니와 눈인사하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고레에다 감독의 놀라운 디테일이다.”
- 기자간담회 당시 고레에다 감독이 송강호의 수상 소식을 듣고 “최고로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이나 편집 과정에서 송강호 배우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신뢰하고 의지했다”고 말했는데.
“감독님께서 너무 좋게 말씀해주셔서 민망하고 부끄럽다. 감독님이 촬영 전부터 배우들에게 부탁했다. 함께 소통하면서 만들어가자며 여러 번 말씀 하셨다. 어떤 느낌이든 얘기해주길 원하셨다. 한국어의 묘한 뉘앙스나 단어, 발음 등 디테일은 감독님이 잘 모르실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저도 결례가 될 수 있으니 편집본을 보고 얘기 드려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흔쾌히 좋다고 하셨다. 그래서 제 연기 위주로 뉘앙스나 단어에 대해 말씀을 드렸고 큰 도움을 드린 건 아니었다.”
- 후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영화 ‘의형제’ 이후 강동원 배우와 10년 만에 영화에서 재회했다. 또 첫 호흡을 맞춘 배우 이지은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강동원 배우는 동향(同鄕)출신이라 그런지, 막냇동생 같다. 외모와는 다르게 소탈하고 뚝배기 같은 인간성을 잘 알기에 옛날부터 좋아했고 즐겁게 연기했다. 지금도 그렇다. '의형제'때도 멋있게 잘했지만, 이번 '브로커'를 보면서 얼마나 연기가 성숙하고 깊이감이 생겼는지를 느꼈다. 멋진 후배가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뿌듯하고 대견하다.
이지은 배우는 옛날부터 팬이었다. 노래는 잘 모르지만,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2013)부터 '나의 아저씨'(2018)까지 놀라운 연기를 보여줬기에 같이 작업을 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출연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가수로서의 성공이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구나 싶었다. 이 친구의 일에 대한 태도는 깊이감, 진중함, 진지함이 똘똘 뭉쳐있었다. 대사 한 단어 한 단어를 그냥 흘리는 것 같이 보이지만, 대사가 입으로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내적인 준비를 했는가를 현장에서 느꼈다. 앞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성장할 것이라고 저는 장담할 수 있다.”
- 배두나 배우와도 20년 전 ‘복수는 나의 것’(2002)을 시작으로 ‘괴물’(2006), ‘마약왕’(2017)에 이어 이번 작품까지 네 작품을 함께 한 인연이 있다.
“20대 초반 파릇하고 눈이 땡글 했던 기억의 배두나 배우가 20년이 흘러 베테랑이 됐다. 이번에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데 어떻게 저렇게 노련한 배우가 됐지, 그 내공이 어디서 나올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 인물들의 여정이 시간 순서대로 촬영했다고 들었다. 이 같은 촬영 환경이 배우에게 어떤 장점으로 작용했는지 궁금하다.
“첫 장면부터 시차가 극 속 여행과 거의 똑같이 흘렀다. 아마 저뿐 아니라 여정을 함께 한 다른 배우들도 서로에 대한 미묘한 감정선들이 보다 편하고 현실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이 영화가 로드무비 형식이니 감정적으로도 중요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런 지점들을 중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 극 속 연기하며 경험하고 만나게 된 상현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상현은 알 수 없는 인물이지만, 이해가 되는 그런 인물로 남겨지길 원했다. 상현의 전사가 구체적으로 소개가 된다거나, 상현이가 사라지고 난 후의 일에 대해 묘사가 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궁금해했으면 했다. 관객들과 소통하는데 충실한 형태가 아니었다 싶다.”
- “송강호가 연기하면 그 직업만 20년 넘게 한 장인 같다”는 말이 있다. 세탁소를 운영한다는 설정답게 옷을 수선하거나 바느질하는 손길이 범상치 않던데, 따로 캐릭터 연기를 위해 준비한 건가.
“영화에서 짧게 나오고 흉내만 내는 식이었지만 한 이틀 정도 부산에 있는 세탁소에서 사장님에게 미싱이나 다름질을 배우고 연습 했다.
- ‘브로커’가 관객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고레에다 감독의 깊은 철학이 담긴 작품이다. 아기를 통해 인물들이 모여서 여행을 떠나고 우여곡절을 겪지만, 결국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서 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침착한 시선으로 응시한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평소 느낄 수 없었던 현실을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되, 그 차가운 시선이 주는 뜨거운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