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칼럼] 그리운 한국영화의 명승부사 이태원
[그때 그 칼럼] 그리운 한국영화의 명승부사 이태원
  • 김두호 기자
  • 승인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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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타계한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은 '서편제', '장군의 아들' 등 숱한 화제작을 제작하며 한국 영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영화 제작의 거목이었다. 2004년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을 끝으로 영화 현장을 떠나 초야에 묻혀 살던 이태원을 회상하며 본지 2008년 8월 18일에 게재했던 글을 싣는다. 

 임권택과 현장 누비던 시절 접고 초야에

이태원 태흥영화사 사장이 마지막 제작한 영화 '하류인생'(임권택 감독) 촬영장에서 (왼쪽부터) 영화평론가 변인식, 이태원 사장, 필자, 영화평론가 김화 씨. 영화계를 떠나기 전 제작현장의 마지막 모습이기도 하다. 

태흥영화사 사장 이태원. 그가 영화업계를 떠났다. 2004년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하류인생'의 제작을 끝으로 더 이상 영화계에 얼굴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올해 제작 물량이 한국 영화 역사상 최저인 연간 50여 편으로 추산되는 최악의 불황에서 우리 영화계를 생각하니 문득 그가 눈물 나도록 그리워진다.

인터뷰를 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그를 찾았다.

“난 이제 떠난 사람이오. 영화도 영화인들도 이젠 잊고 살아요. 초야에서 조용히 살고 있는데 인터뷰는 무슨….”

주로 의정부에 머물고 있다는 그는 만나자는 요청을 한마디로 사양했다. 그토록 쉴 틈 없이 영화인들과 술자리를 함께하던 것도 옛일로 돌리고 이제는 영화계 사람도 만나지 않지만 술도 끊었다고 말했다. 언제나 의기양양하고 자신만만하게 영화를 제작하고 숱한 별들의 선두에서 정상의 스타시스템을 이끌던 거인의 모습이 이제 추억으로 잠겨버린 것이다.

‘영화 제작자 이태원’은 1980년대부터 우리 영화를 움직이는 대표적인 명승부사였다. 미국영화업자의 상륙으로 비상이 걸린 영화계에 그의 도전과 과감한 투자는 당당한 길잡이가 됐다. 거장 임권택의 상승도 그를 만나면서 비롯됐다. ‘서편제‘, ‘태백산맥‘, ‘축제‘, ‘장군의 아들‘, ‘아제아제바라아제‘, ‘개벽‘, ‘춘향뎐‘, ‘취화선‘ 등이 모두 이태원 제작 작품들이다.

그는 극장 경영과 영화 배급업을 하다가 부도난 영화사를 인수해 1983년부터 제작을 시작해 연속 7편의 영화를 히트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장호 감독의 ‘무릎과 무릎사이‘, ‘어우동‘을 비롯해 이두용 감독의 ‘뽕‘, ‘돌아이‘, 배창호 감독의 ‘기쁜 우리 젊은날‘, 이규형 감독의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 곽지균 감독의 ‘두여자의 집‘이 ‘서편제‘ 이전의 흥행 영화들이다.

그는 임권택 정일성(촬영감독) 콤비와 실과 바늘 사이로 연을 맺고 국내외 영화제 행사장을 누비며 1990년대까지 한국 영화의 간판 제작자로 인기와 이름을 날렸다. 그는 그렇게 기세등등할 때도 성공 작품의 소감을 물어보면 입버릇처럼 말했다.

“난 영화 잘 몰라요. 제작자가 아는 척하고 간섭하면 영화가 산으로 올라가요.”

자그마한 체구에 검은 피부의 얼굴은 늘 미소가 끊어지지 않아 여유를 느끼게 했다. 그는 매우 로맨티스트였고 휴머니스트이기도 했다.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두가지씩 그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다. 영화계에 이태원 사장이 사라졌다. 이렇게 우리 영화가 어려울 때 그의 빈자리가 영화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허전하게 한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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