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의 별들의 고향] 호방한 그 남자 윤양하, 후계자 없이 떠나다
[김두호의 별들의 고향] 호방한 그 남자 윤양하, 후계자 없이 떠나다
  • 김두호 기자
  • 승인 20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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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연히 미국 이주, 낯선 곳에서 전해온 부음
원로배우 윤양하./사진=한국영상자료원
 배우 윤양하

인터뷰365 김두호 기자 = 윤양하(1940∼2021) 영화배우가 지난 9월 4일 미국 버지니아에서 세상을 떠났다. 사나이답고 선이 굵은 토속영화의 투박한 인물이나 무협액션 영화의 강하고 힘 있는 사나이 역에서 대표적인 이미지를 남긴 배우로 영화관객들 기억 속에 남아 있다.

1970년대 젊은 시절의 윤양하는 매력 있는 남자 배우로 몇 손가락 안에 꼽혔다. 그의 출연 작품은 여성 관객들의 갈채를 받았고 인기가 뜨거웠다. 정진우 감독이 1980년 동시녹음 촬영장비를 도입해 오대산 산속에서 ‘뻐꾸기도 밤에 우는가’라는 토속 애정물을 연출할 때 곁에서 지켜 본 ‘칠성이’역 윤양하는 풍기는 그대로 사내다운 풍모의 한국 남자 표상 같았다. 함께 출연한 배우가 윤양하 만큼 사내 냄새가 진한 이대근 배우였고 그들 사이에 당대의 미녀 배우 정윤희가 속살을 드러내고 연기를 한 작품이다.

배우 윤양하/사진=한국영상자료원

미국에서 전해온 그의 부음을 영화배우 지인을 통해 전해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그의 크고 굵직한 목소리와 호방한 웃음소리가 웅하고 들려왔다. 그 소리가 하늘로 사라져 오르는 영감을 느꼈다. 이제 다시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 슬픔으로 다가왔다.

알 수 없는 낯선 이국의 하늘 밑에서 고독하게 소리 없이 떠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는 매사에 활동적이었고 인간관계가 원만하고 언변도 뛰어났다. 구수한 정담도 많았다. 눈 앞에 있는 사람들을 두고 덕담으로 웃기기도 잘했다.

그는 매사에 친화적이었고 사교적인 남자였다. 중고교 시절 씨름선수였다가 유도를 전공해 국가대표로 활동한 이력이 있어서 바르셀로나와 애틀랜타 올림픽 한국 유도대표팀 단장도 지냈다. 그러나 영화계에서 운동선수출신의 티를 내지 않았다. 선후배 인간관계가 원만해 각 분야에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화 '30년만의 대결'(1970) 

필자와는 기자와 배우 사이였지만 오랜 세월 따뜻한 인연을 나누는 동안 잊을 수 없는 일화도 많이 알고 있다. 특히 1980년대 한국영화배우협회 회장을 두고 배우협회 회원들이 직접선거를 하던 행사를 지켜본 일이 있다. 당시 남궁원 윤일봉 거물급 배우가 회장에 입후보한 가운데 윤양하까지 뛰어든 3파전이었다. 가장 약체로 인식됐던 윤양하가 최다 득표의 회장이 된 것은 윤양하의 뛰어난 정견발표 연설이었다.

이날 그는 “나는 주연 작품보다 조연 작품이 많은 조연배우입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 사람입니다”라는 요지의 말이 참석자 절대 다수 회원들의 마음을 흔들어 가장 먼저 회장이 되는 순간을 보고 선거는 말솜씨의 경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뒤에 다른 배우도 모두 회장을 거쳤지만 후배 배우가 먼저 회장이 된 것은 당시 모두들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었다.

배우 윤양하

필자는 윤양하 배우와 전주영상위원회 창립 임원으로 함께 회의 참석차 매번 나란히 앉아 버스 편으로 전주를 오고가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럴 때 그의 소주잔은 사발 그릇을 사용해 함께 둘러앉은 사람들이 경악의 표정으로 바라보곤 했다. 윤양하 배우의 사나이다운 기질과 기품은 그렇게 특별한 데가 많았다.

그가 떠났다. 인생을 한국의 사나이로 살았던 사람이 어쩌다 미국으로 이주해 소식을 두절하고 살다가 홀연히 떠났다는 소식이 인편으로 전해왔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덧없이 작별의 말도 없이 그토록 큰소리치며 살던 사람이 십 수 년 두고 한마디 말도 없이 어디서 무소식으로 지내다가 사라져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부디 안식을 누리시라.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김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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