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위안부' 삶 무대화한 연극 '한 명'...손정우 연출 "조그만 위안이라도 안겨드리고 싶다"
[현장 인터뷰] ‘위안부' 삶 무대화한 연극 '한 명'...손정우 연출 "조그만 위안이라도 안겨드리고 싶다"
  • 서영석
  • 승인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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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한 명'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단 한 명의 생존자...“나도 피해자”라고 고백할 수 없었던 ‘그녀’의 삶
연극 '한명' 공연 장면./사진=서영석
연극 '한 명' 공연 장면./사진=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귀를 찢는 듯하던 매미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이젠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들릴 것 같은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사색에 계절 가을에 가슴 아린 연극 한편이 막을 올렸다. '한 명'(김숨 원작/국민성 각색/손정우 연출)이 그것이다.

1997년 '대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김숨의 장편소설을 각색하여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이 공연은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 선정작’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이다.

첫째 작품은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러 멕시코, 쿠바 등으로 떠나야 했던 이민사를 다룬 '돈데보이', 두 번째 '리진'은 조선궁녀 출신으로 프랑스 외교관과 결혼으로 한국을 떠나야 했던 여인의 일생을, '한명(1인)'은 한극 문학에서 잘 다루어지지 않던 ‘위안부’의 문제를 본격적인 문학의 장으로 이끈 작품을 무대화했다.

연극 '한명' 공연 장면./사진=서영석
연극 '한 명' 공연 장면. 손정우 연출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고통스런 삶을 표현하기 위해 '살대 같은 무대'로 상징화했다./사진=서영석 

작품의 줄거리를 보면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이가 무려 20만 여명, 그중 살아 돌아온 이는 2만 여명, 그 중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이는 불과 238명이다. 그리고 현재, 살아 돌아온 피해자 중 생존자는 단 한 명. 피해자로 신고하지 않고 숨어 지내던 ‘그녀’가 소식을 접한다.

평생 잠한 번 제대로 자지 못하고 살아온 ‘그녀’, 그럼에도 결코 “나도 피해자요”라고 고백할 수 없었던 ‘그녀’는 갈등한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단 한명의 피해자가 신문에 난다. ‘그녀’는 달려가 아직 한 명이 더 남았다고 말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73년을 숨기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갈등은 ‘그녀’를 기억의 고통 속으로 휘몰아치며 죽음 보다 힘들었던 과거 속으로 ‘그녀’를 이끌어 천진난만하고 순수하기만 했던 어린 시절의 그림으로 막이 오른다.

연극 '한 명' 손정우 연출/사진=서영석

작품의 연출을 맡은 손정우(경기대 교수)는 "이 공연을 통해 아직도 숨죽이고 고통스런 삶을 영위하고 있는 ‘그녀’들을 찾아내어 억울한 삶을 조금이나마 보상해주고 싶다"며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악몽과 트라우마에 갇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살아가는 ‘그녀’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을 드리고 싶다”는 제작의도를 밝혔다. 

손 연출은 "원작의 상징적, 사실적 표현을 무대에서 완벽하게 표현하기 쉽지 않아 ‘살대 같은 무대’로 최대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관객들에게는 힘없는 역사의 민족이 겪었던 우리 누이들의 비극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울러 '체념'과 '숙명'으로 살아가는 그분들에게는 그 어떠한 것으로도 '보상'은 어렵겠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해 주는 것만도 조그만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진 왼쪽부터) 연극 '한 명'의 배우 이일섭, 차유경, 김태균./사진=서영석

이 공연에 특히 눈여겨 볼 배우가 있다면, 대학로의 원로급 청춘 배우 이일섭이다. 칠순에 가까운 노익장에도 해마다 거의 4~5편의 무대공연을 소화하고 있는, 대학로를 비롯 전국을 무대로 휘젓는 역대급 배우이다.

1975년 제대 후 "잘 생겼다(?)"는 주위의 권유로 극단 연구생으로 출발했다는 그는 한국배우전문학교에서 1년 과정을 거쳐 거의 150여 편의 공연을 기록한 대학로의 산증인이다.

물론 영화 '장군의 아들', 드라마 '하얀 거탑' 등에도 출연을 했지만 동년배들에 비해 유독 무대를 지켰던 배우이기도 하다.

이일섭은 이번 작품을 접하고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먹먹했다"며 "과연 내가 이 작품을 제대로 소화해 낼까 두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배우는 너무 열심히 하면 어려워져요. 좀 쉬면서 충전을 필요로 하는 직업이라 생각하거든요. 연출의 압박에서 휴식이 절대 필요합니다. 이 작품의 손 연출은 그런 방면에서 배우들에게 압박보다는 자유스러움을, 배우를 다룰 줄 아는 연출이라 편하게 작업에 임하고 있어요."

연극 '한명' 공연 장면./사진=서영석
연극 '한 명' 공연 장면./사진=서영석

이 공연의 주인공 차유경은 관록의 배우이다. 1982년 '실험극장'의 연구생으로 들어가 불과 6개월 만에 '에쿠우스'의 주인공에 발탁되어 데뷔를 한 그는 1985년 백상대상에서 '파벽'(문호근 연출)으로 신인연기상을 거머쥐었다.

차유경은 이 공연에 임하는 느낌을 묻는 질문에 선뜻 말문을 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는 "아마..., 아픔과 울분의 마음일 것"이라며 "제가 과연 그분들의 찢어진 삶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라는 중압감에 잠을 못 이루었다"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주인공 나이가 산술적으로 93세라 이미지 구축에 감을 못 잡겠더라고요. 연출과 상의해서 10살 정도를 낮췄어요. 대본과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최소한의 감을 잡았고 결코 슬프지 않게, 즐겁게 연습에 임해 무대에 오를 수 있었어요. 마지막 ‘그녀’가 돌아가시면 우리네 기억속에서도 ‘위안부’는 점차 사라지겠지요. 이를 악물었어요. 제 자신이 마지막 남은 ‘그녀’라는 각오로 무대에 섭니다. 제가 이 시대의 마지막 ‘그녀’라고 생각하면서요."

연극 '한명' 공연 장면./사진=서영석
연극 '한 명' 공연 장면./사진=서영석

또 한명의 배우, 김태균은 이 공연의 막내 배우다. 

아직 대학(경기대)생으로, 이번이 4번 째 무대다. 선배 배우들에 비해선 아직 '걸음마 수준'의 배우이다. 7살 때 TV에서 '지킬&하이드' 방송을 보고 "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던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기학원에 등록을 하여 전문배우로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줄곧 연극과 대학입시에서 낙방, 군 제대 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한 대학에 덜컥 합격을 하면서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열심히 하고 있다. 하면 할수록 연기가 어렵다"며 "학교에서 배운 대로 먼저 인간이 되고 감사해 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경찰관, 소방수, 범인 등 독특한 배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종군위안부, 평생을 체념과 숙명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갇혀 살아왔던 ‘그녀’들의 억울하고 찢겨진 삶이 무대에서 조금이나마 자신들의 아픔을 승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공연에는 차유경(그녀 역), 이일섭(오토상 역), 정슬기(조카 역), 홍은정(춘희 역), 박새롬(하하 역), 이수정(어린 그녀 역), 진영진(석순 역), 이민수(일본 사병 외 역), 김태균(중대장 외 역)이 출연한다.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에서 9월 19일까지 공연된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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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석
gnjal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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