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반공법 위반 혐의로 고초 겪은 '만추' 이만희 감독...한국영화사 X파일 공개
1960년대 반공법 위반 혐의로 고초 겪은 '만추' 이만희 감독...한국영화사 X파일 공개
  • 이수진 기자
  • 승인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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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 온라인서 만나는 1만 건에 달하는 영화검열자료 공개  
이만희 감독(1931~1975)/사진=한국영상자료원

인터뷰365 이수진 기자 = 영화 '만추'로 유명한 이만희 감독(1931~1975)은 영화 '7인의 여포로'로 1965년 2월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어야 했다. 그는 반공법 위반으로 수감된 첫 번째 영화 감독이었다. 이 영화는 이후 검열로 만신창이가 된 후에야 '돌아온 여군'이란 제목으로 개봉됐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9일부터 이만희 감독 영화에 대한검열자료를 필두로 다양한 주제의 한국영화 검열자료 컬렉션을 순차적으로 온라인 공개한
다고 밝혔다. 

 이만희 감독의 47편 검열자료 공개...서류만 2519쪽

이만희 감독의 '7인의 여포로' 상영보류 지시 서류.(중앙정보부, 1964.12.11.) 1964년 '7인의 여포로' 검열 과정에서 중 앙정보부가 돌연 이 영화에 대한 상영보류 조치를 지시한 근거 서류다. 이후 이 영화의 상영은 중단되었고, 이만희 감독은 이듬해 인 1965년 2월 초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된 다. 반공법 위반으로 수감된 첫 번째 영화 감독이었다./사진=한국영상자료원

첫 번째로 공개되는 ‘이만희 감독 검열자료 컬렉션’에서는 '7인의 여포로(돌아온 여군)'(1965) 등 영상자료원에 보존된 47편의 검열 관련 서류들과 그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만희 감독은 1961년 '주마등'으로 데뷔해 유작 1975년 '삼포가는 길'에 이르기까지 총 51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그 중 한국영화사의 최고 걸작이라 일컬어지는 '만추'(1966)와 한국전쟁 영화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문예영화 '삼포가는 길'(1975) 등의 영화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가 영화를 만들던 내내 검열로 피해를 받은 대표적인 감독이라는 사실은 잘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에 공개한 검열자료는 이만희 감독의 총 연출작 51편 중 영상자료원에 보존된 47편의 자료다. 각각의 자료는 제작 신고에서부터 시나리오 검열, 예고편 검열, 본편 검열 등의 각
종 검열 내용은 물론, 관련된 행정절차까지 포함하는 여러 서류들로 구성됐다. 

47건의 검열서류를 총 쪽수로 환산하면 2519쪽에 달한다. 적게는 24쪽부터('불효자'(1961)) 많게는 147쪽('기적'(1967))까지 분포되어 있다. 영화 당 평균 54쪽에 이르는 분량이다. 그 가운데 민원서류로 구비해야 할 다양한 방계 서류들(세금납부증명서 등)이나 수입인지가 상당 분량을 차지한다. 해당 서류는 검열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성은 낮지만, 이를 통해다양한 검열의 일화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한 자료이기도 하다. 

'7인의 여포로(돌아온 여군)' 검열서류의 총 분량은 무려 129쪽에 달한다. 문화공보부에 의해 무사히 검열을 통과했다가, 중앙정보부에 의해 갑자기 상영이 중지되고 이만희 감독이 반공법 위반 혐의를 받아 한국 최초로 구속까지 되었던 당시의 급박한 상황이 꼼꼼히 기록되어 있다. 이후 제작사에 의해 재편집되어 '돌아온 여군'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는데, 영화사의 재편집과 재촬영의 부분 역시 씬 별로 검열자료를 통해 자세히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적성국가인 폴란드의 영화를 표절했다는 혐의를 받아 소동을 일으켰던 '기적'도 147쪽의 방대한 서류를 통해 당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한 1년 여 간 검증의 시도들과 이로 인해 빚어진 문공부와 문화계 사이의 갈등이 담겨 있다.

아울러 이번 컬렉션을 통해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된다. 

'태양 닮은 소녀'의 사례의 경우 상영기간 연장을 신청하고자 했을 때, 해당 시점에 금지곡이 되어 버린 신중현의 '미인' 수록곡이 포함되어 연장이 불가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에 제작사의 진정으로 해당 곡의 삽입 부분만 편집된 채 상영기간 연장 허락을 받아 낼 수 있었다. 

'태양닮은 소녀' 검열 서류. 1974년 작 '태양닮은 소녀'의 상영 기간 연장 신청 시, 영화제작 이후 금지곡이 된 신중현의 '미인'을 삽입한 장면을 삭제하라는 명령이 담긴 서류/사진=한국영상자료원

유현목, 김기영, 하길종 등 컬렉션 순차적 공개...온라인서 만나는 1만 건에 달하는 검열자료  

한국영상자료원은 이만희 컬렉션에 이어 유현목, 김기영, 하길종, 분단, 섹슈얼리티, 액션 등 감독별, 주제별 검열자료 컬렉션도 순차적으로 공개 예정이다. 한국영화사의 X-파일, 1만 건에 달하는 검열자료를 온라인 컬렉션으로 만날 수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지난 1998년 현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전신인 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부터 195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후반까지 약 1만 건에 이르는 검열자료를 기증받아 보존해 왔다. 

2010년대 초부터 이를 순차적으로 디지털화하여 원내 도서관을 통해 열람 서비스해오고 있다. 40년 이상 한 국가의 검열 및 행정문서가 방대한 분량으로 보존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일이다. 

이번 온라인 컬렉션은 그간 영상자료원에 직접 방문해야 열람할 수 있었던 자료를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열람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영상자료원 측은 "이번 컬렉션이 한국영화의 검열사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들을 밝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가와 대중문화의 관계에 대한 사료적 가치로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수진 기자
이수진 기자
interviewpre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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