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사나이 이선희와 이형종이 흘린 감동의 눈물
야구 사나이 이선희와 이형종이 흘린 감동의 눈물
  • 정종화
  • 승인 200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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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없는 영화 야구의 천일야화 / 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1982년 3월27일. 서울운동장(동대문운동장)에서 역사적인 프로야구의 막이 올랐다. 지금으로부터 26년 전의 일이다. 그날 있었던 개막전의 감동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명승부로 각인되고 있다. 그것도 9회 말 투아웃이 아닌, ‘10회 말 투아웃’에서 승패의 명암이 갈라졌기 때문이다.



운명의 10회말, 마운드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투수 이선희가 있었다. 투아웃의 만루. 이선희는 감독의 사인대로 MBC 청룡의 백인천을 경원(고의)4구로 걸러 보낸 뒤 이종도와 승부를 걸었으나 이종도는 3구째 인코스 높은 볼을 놓치지 않고 받아쳤다. 만루 홈런. 7대7의 팽팽한 스코어는 이 한방으로 11대7로 바뀌었고 그것으로 극적인 프로야구의 개막전은 역사의 한 드라마로 남게 되었다.



삼성이 자랑하는 왼손잡이 비밀병기 이선희는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개막전에서 당한 쓰라린 만루 홈런의 상처 때문에 그 해 이선희는 전반기에 5승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후기 들어 뼈를 깎는 노력으로 10승을 추가하여 그해 15승 7패를 기록했다. 이선희의 투혼이 삼성을 후기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시리즈에 진출시키는 동력이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신의 장난이었을까? 그해 한국시리즈 6차전. 9회 초 투아웃 만루 동점상황이었다. 노스트라이크 스리볼의 볼카운트에서 이선희는 OB 베어스 김유동에게 다시 만루 홈런을 얻어맞고 만다. 마운드에 힘없이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에서 대구와 경북의 모든 야구팬들도 함께 울었다.



게임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닦으며 “다시는 아내와 딸을 울리지 않겠다”라고 비장한 일성을 뱉었음에도 이선희는 팬들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는 82년도 개막전과 한국시리즈를 말할 때마다 기억되는 불운의 투수가 되었다.



2007년 5월3일. 제41회 대통령배 고교야구 광주일고와 서울고의 결승전. 9대9의 팽팽한 스코어였던 9회말 2사 만루에서 광주일고의 윤여운이 터뜨린 천금 같은 끝내기 안타로 오랜만에 고교야구에 나온 명승부는 광주일고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 시합 후 광주일고 출신의 한 누리꾼은 이런 말을 했다. “모교의 우승이 기쁘지만 서울고 투수인 이형종이 나를 눈물나게 했다.”



이형종은 결승전 전날까지 3일간 무려 330개의 공을 던진 상태였다. 서울고의 김병효 감독은 “지난 해 어머니를 여윈 뒤 박빙의 승부에서 승리를 지켜내지 못한데 대해 동료들에게 죄책감이 컸던 모양’이라며 이형종이 흘린 눈물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것은 패배가 아니었다. ‘눈물의 역투’로 이형종은 4억 5천만원의 몸값으로 LG트윈스와 계약했다. “이젠 아무리 힘들어도 다시는 울지 않겠다.”고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 야구다. 25년 전 이선희가 마운드에서 흘린 눈물이나, 서울고 이형종의 눈물은 모두 승부를 떠나 투혼의 감동이 되어 불운의 선수가 아닌 새로운 전기를 주는 계기가 되었다. 감동의 그라운드는 이렇듯 야구 사나이들의 눈물로 적셔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야구영화는 1963년도에 제작된 <사나이의 눈물>이었다. 서민의 우상이었던 김승호가 우람한 체구의 야구감독으로 열연하면서 흘리던 그라운드의 눈물은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오늘의 고교야구에까지 이어지며 팬들을 감동시키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야구는 시나리오 없는 영화이다. 9회 말 투아웃이 펼쳐지는 순간 시작되는 이 명승부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천일야화를 무색케 할 만큼 우리들을 회한과 감동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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