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연극인들의 녹록치 않은 삶 그린 '배우시장'..."배우에 의한, 배우들을 위한, 배우들의 연극"
[현장 인터뷰] 연극인들의 녹록치 않은 삶 그린 '배우시장'..."배우에 의한, 배우들을 위한, 배우들의 연극"
  • 서영석
  • 승인 2021.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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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춘추‘ 연극 '배우시장'의 연습실을 가다
- 송훈상 연출 "연극인들의 삶의 단면, 픽션으로 그려"
연극 ‘배우시장’ 개막을 앞두고 찾은 삼선교의 ‘극단 춘추‘ 연극 연습실. 배우들이 연습에 한창이다./사진=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칼럼니스트 = 후덥지근한 삼선교의 ‘극단 춘추‘ 연극 연습실. 16일 연극 ‘배우시장’ 개막을 목전에 두고 배우들은 연습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스타 배우의 길, 그 길에 목을 매다시피 배우들은 평생을 고난의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공연은 바로 자신들의 실제 이야기와 연극인들의 문제점을 대사를 통해 관객들에게 던진다. 이들은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어딘가 모르게 상당히 쑥스러워한다. 연습이라 그런지 연기가 어색하다.

작품의 줄거리는 연극계에서 기획과 제작으로 유명한 ‘그 여자 L’이 주최하는 ‘리어왕’의 오디션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4명의 배우가 최종 후보에 올라 오디션을 기다리며 각자의 마지막 연습에 몰두하며 서로를 알아간다. 허세와 거짓말을 일삼는 사기성이 농후한 배우, 무책임하게 공연 중 무대를 뛰쳐나갔던 배우, 문제가 있는 극단의 대표, 평생 무명배우로 살아온 배우가 그들이다.

그들 중 한 명만이 리어왕 배역을 맡을 수 있다.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자 하는 바람으로 버텨 온 시간 속에 그들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지만, 오직 유명한 제작자 ‘그 여자 L’의 선택을 받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다 오디션 준비를 하던 중 화재가 발생하고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그 영혼들은 지금도 ‘그 여자 L’을 기다린다.

연극 ‘배우시장’ 연습 장면./사진=서영석
연극 ‘배우시장’ 연습 장면./사진=서영석

이 연극은 대학로를 비롯한 자신들의 고향인 연극계를 그대로 까발린다.

“연극은 시대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연극을 하면서 닥치는 운명적 어려움을 버티는 연극인들, 그 공허한 시대의 현실 속에 특히 세계를 격랑 속으로 밀어붙인 ‘코로나 19’는 연극계를 암흑 구덩이로 내동댕이쳐버렸다.

많은 배우가 화려한 스타를 꿈꾸며 배우의 세계로 들어서지만, 종내에는 벅찬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그들 대다수가 꽃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린다. 어떤 면에서 보면 연극인은 ‘치매’병 환자와도 흡사하다. 자신에게는 가장 행복한 병이지만 주위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고통을 주는 바로 그런 병이 아닐까 싶다.

(사진 왼쪽부터) 연극 '배우시장'의 송훈상 연출가, 배우 강희영, 양대국/사진=서영석
(사진 왼쪽부터) 연극 '배우시장'의 송훈상 연출가, 배우 강희영, 양대국/사진=서영석

이 공연의 연출을 맡은 송훈상은 공연의 의도에서 “배우에 의한, 배우들을 위한, 배우들의 연극”이라고 단언한다.

또 “연극의 시간은 영원이고, 공간은 무한의 상상 속에 자리하고 있다”며 ”연극의 꽃은 단연 배우이다. 그들은 여전히 보답 없는,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이지만 연극이 좋아서 감내하며 살아가는 인생들이 바로 배우”라고 말한다.

송 연출은 ”‘배우시장’은 연극인들의 삶의 단면을 픽션으로 그리고자 한다”며 ”하지만 비극으로 보다는 연극인 서로에게 위안과 격려를 던져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출연자 중 가장 선배격인 배우 강희영은 “제가 맡은 역은 ‘뻥’을 치는 사기꾼 비슷한 역이지만 대사가 너무 리얼해서 제가 살아오면서 만났던 많은 선후배의 잔상이 스쳐 지나간다”며 ”배우들의 단점도 많지만 제 연기를 통해 좋은 이미지 부각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각오를 밝혔다.

막내 격인 배우 양대국(37)은 중학생 시절 우연히 극단 실험극장을 들렀다가 연극에 투신하게 됐다고. 고교 시절 급하게 입시 준비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 2004년 극단 연우의 ‘사랑은 아침 햇살‘(정한용 연출)로 정식 데뷔 후 전문 연극인의 길을 걷고 있다.

양대국은 “연습을 하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 대사가 우리네 연극인들의 현실이기 때문“이라며 “관객들에게는 심각한 내용이지만 정작 전공자이자 연극인인 내게는 구구절절 가슴을 저미는 대사들이다. 하지만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려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연극 '배우시장'의 배우 강희영, 김대환, 김성호, 양대국./사진=극단 춘추 

극 전개상 출연진은 모두 남자배우로만 구성됐다. 한때 대학로를 홍역처럼 몰아붙였던 ‘미투’ 문제에서의 회피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연습장은 좀 삭막한 분위기지만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그러나 가장 자신들의 이야기에 진실성을 부여하려면 더 뜨거워야 하고 주인공 자리를 놓고 서로 비방하는 장면에서는 더 치열하고 격렬하게 부딪혀야 하지 않을까, 사료해 본다. 이들의 외침이 공연장을 넘쳐흘러 성공한 공연으로 귀결되길 기원해 본다.

연습 장면을 보는 필자에게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샤무엘 베케트 작)의 잔상이 뇌리를 장악한다. 배우들이 애타게 기리는 ‘그 여자 L’이 배우들의 로망인 ‘스타’로 연결되며 절대 나타나지 않는, 베케트가 염원했던 ‘고도’하고 흡사하다는 느낌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배우시장’(심홍철 작/송훈상 연출)은 강희영, 김대환, 김성호, 양대국이 출연하며, 대학로 동국극장에서 6월 16일~27일까지 공연된다.

서영석

인터뷰365 기획자문위원. 극작가 겸 연극연출가로 극단 「에저또」를 거쳐 다수의 연극에서 연출, 극작, 번역 활동. 동양대 연극영화학과, 세명대 방송연예학과 겸임 교수를 지냈으며, 현 극단 「로뎀」 상임연출이자, 극단 「예현」대표를 맡고 있다.

서영석
서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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