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호가 만난 人] 山에서 '인생 2막' 꿈 이룬 박영군 사누스 대표
[김두호가 만난 人] 山에서 '인생 2막' 꿈 이룬 박영군 사누스 대표
  • 김두호
  • 승인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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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 사표 던지고 가톨릭 교우들의 뜻 모아 교우촌 건립
- 안흥면 가천리 주천강 산자락 등 4개마을 170여 가구 ‘알프스 타운’ 조성
강원도 횡성의 해발 450m 높이의 깊은 산골에는 한국의 알프스 타운으로 불리는 마을이 있다. ‘올해의 한국기자상’을 수상한 사진기자 출신 박영군 ㈜사누스 대표가 가톨릭 교우들과 뜻을 모아 함께 조성한 교우촌 '사누스 생활 공동체마을'이다. 그는 이 마을을 조성하는 작업을 하면서 전원주택개발사업가로 전향, 성공한 인생 2막을 살고 있다.

인터뷰365 김두호 인터뷰어/횡성 = 영동고속도로 새말IC를 빠져나와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 주천강 쪽으로 들어서면 사방이 수려하고 청정한 비경이 나타난다. 강변에 기암절벽도 있다. 보이는 자연 그대로가 모두 주천강 계곡의 산허리에 조성된 “사누스 생활 공동체마을” 100가구(현재 72채) 주민들이 사실상 독점으로 누리는 천혜의 정원이다. 건너편 산 너머에도 40가구 동네가 들어선다.

구름도 바람도 쉬어가는 해발 450m 험한 산비탈 165,000㎡ 임야를 동네로 조성한 ㈜사누스의 박영군(1952∼ ) 대표는 서울신문사 편집국 사진부장 출신이다. 30여년을 사진기자로 뉴스 현장에서 보낸 그가 명동성당 청년회장 시절 친구들과 “우리 나이 먹어서 함께 모여 살자” 했던 말을 실천해 보자며 함께 살 마을을 만들기 위해 택지를 준비하다보니 전원주택개발사업가로 진로를 새롭게 맞이해 인생 2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

강원도 횡성의 해발 450m 깊은 산골 조성된 '사누스 생활 공동체마을' 전경. 현재 100가구(현재 72채)가 모여있다. 한국형 알프스 타운 조성을 꿈꿨던 박영군 대표의 롤 모델은 알프스 융 프라우 마을이다./사진=박영군 제공

늦은 나이에 생판 미지의 세계인 부동산 개발 회사에 입사해 1년 정도의 실무 지식을 익히고 개발사업에 뛰어들었으나 초기에는 한차례 호된 실패도 경험했다. 망해서 바닥에 이르면 오를 길밖에 없다는 신념을 스스로 일깨워 가며 재도전에서 꿈을 이루고 성과를 거둔 그의 입지전은 용기 있는 자에게 기회가 따르는 고령화 시대 은퇴인생의 희망적인 본보기와 같다.

박 대표의 ㈜사누스 사옥은 사누스공동체 마을 한쪽 켠의 힐링 쉼터에 있다. 놀이터의 휴식공간처럼 작고 아담한 집이다. 그 가까이 짙은 커피향이 문밖까지 퍼져 나오는 사누스 동네 카페 사누스가 있다.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카페의 바리스타도 알고 보니 박영군 대표의 서울신문 동료 사우로 역시 사진부장 출신인 김윤찬 씨인데 사누스의 본부장이다. 그는 국제기술교육검정원에서 바리스타 국제자격증을 받아 카페를 운영하면서 솔향기 짙은 쉼터 공간에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 사진에서 설치미술가로 아티스트의 영역을 개척해 즐거운 2막 인생을 보내고 있다. 

강원도 깊은 산골 주천강 계곡의 사누스 카페에서 싱그럽고 아름다운 6월의 풍광을 바라보고 한없이 맑은 공기를 맘대로 호흡하며, 한때 뉴스현장에서 치열하게 셔터를 누르며 ‘올해의 한국기자상’(89년 한국기자협회 선정)까지 받았던 전직 기자의 2모작 인생 성공담을 듣는 시간이 즐겁고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무식하면 용감해지더라

- 마을 주변에 보이는 것은 모두 뛰어난 경관의 깊은 산골 풍경이다. 어떻게 이런 엉뚱한 산속에 마을을 조성할 생각을 했는가?

"나의 발길이 여기까지 오게 된 사연을 몇 마디로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흔히 도시에서 떨어진 관광지나 농촌지역에 들어서는 새 동네를 전원주택단지라고 하지만 나의 사업은 처음부터 조용한 은퇴타운, 아름다운 산자락의 한국형 알프스 타운 조성을 꿈꾸며 출발했다. 나의 롤 모델은 알프스 융 프라우 마을이다.

지금도 나는 내가 건설업자나 사업가라는 생각보다 그저 신앙의 연장선에서 교우들의 집터를 대신 만들어 주는 막일꾼이라는 생각을 한다. 사업의 시작도 같은 가톨릭 신앙을 갖은 교우들이 모여 네것 내것 없이 나누며 사는 은퇴 교우촌을 만들려는 데서 비롯되었다. 사누스라는 회사와 마을 이름도 은퇴자들에게 가장 소중한 ‘건강하고 깨끗한 치유’를 뜻하는 라틴어에서 가져왔다."

- 그 꿈을 실현하겠다고 나선 때가 언제인가?

"2002년 9월 회사를 그만둘 때가 된 것 같다 생각하고 시기를 준비하는데 2002 월드컵경기가 시작됐다. 바쁜 월드컵대회나 끝난 뒤 그만 두자고 미뤘다가 대회가 끝나고 사표를 준비하니 회사서 명퇴를 받는다는 공고가 붙었다. 생각지도 않은 명퇴금까지 받고 그만두게 되었다.

사표를 내면서 회사 게시판에 “그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결혼도 하고, 집도 장만하고, 아이들 대학까지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준 회사가 고맙다.”는 말과 함께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자진 명퇴 선언을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회사 내에서도 개인의 자진 명퇴선언이 게시판에 나붙자 고맙다며 제발로 나가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며 어리둥절할 때 미련 없이 신문사 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만 준비했던 이상향 조성의 꿈을 실현한다는 각오로 멀쩡한 직장을 나와 다른 세상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사누스 사옥 건물 외관에 직접 오일스테인칠을 하고 있는 박영군 대표./사진=박영군 제공 

- 천주교 교우들이 그런 용기를 갖게 해준 힘이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나는 신문사에 재직 중 젊은 시절, 명동성당 청년단체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그때 수시로 청년 교우들에게 우리 늙으면 평화로운 산촌에 예쁜 집 짓고 은퇴촌을 만들어 함께 살자는 제안을 했다.

처음부터 큰 동네를 만든다는 거창한 생각보다 나를 비롯한 소수의 교우들에게 가입 신청과 출자를 받아 크지 않은 아담한 공동체의 은퇴촌 단지 조성을 구상했다. 건축, 토목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하므로 무리한 계획을 잡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교우들이 신청을 해오면서 사업 추진도 빨라지고 규모도 점점 커졌다."

- 부동산 개발 사업 분야는 성공담도 많지만 실패담도 많은 곳이다. 사업 경험이나 큰 전문지식 없이 초기에 한차례 실패를 경험한 정도라면 역량 있는 사업을 해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실패담부터 이야기를 시작하자.

"돌아보면 스스로 생각해도 겁 없이 덤볐다. 막연하게 예쁜 은퇴 교우촌이라는 환상을 머릿속에 그려가며 총대를 맨 나의 시작은 말 그대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표현이 적절했다. 개발 기획을 하고 토지를 매입해 인허가를 받고, 토목공사를 하면서 분양신청자를 받아 토지를 개발하는 기업을 처음 출범시킨 것이 2003년 말이었다.

자연이라면 강원도부터 떠올라 그곳 아늑한 산지의 경관지역을 찾아 다녔다. 이미 소문난 관광지는 이상적인 주거지역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산간지역을 돌아다니다가 찾아낸 곳이 평창 횡계 도암댐 부근 버치 힐 골프장이 내려다 보이는 풍치 좋은 산속이었다."

초기전경과 탈바꿈된 현재 모습
'사누스 공동체마을'이 조성되기 전 초기 전경(사진 위)과 탈바꿈된 현재 모습./사진=박영군 제공 

- 이곳 가천 사누스 공동체마을이 처음 개발한 은퇴촌이 아닌가?

"처음 개발지역으로 찾아낸 곳은 평창 횡계 쪽이다. 5만여㎡의 야산 부지를 확보하고 단지 조성사업을 추진 중 중도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자본금을 동원해 급하게 서둘러 구입한 그 땅이 인허가 과정에서 함부로 개발할 수 없는 백두대간에 걸려 삽시간에 사들인 산지가 쓸모없는 땅이 되어 버렸다. 사업자체가 붕괴되어 자본금도 바닥이 났다."

- 사업 실패로 후유증도 따랐을 텐데 다시 재기하기까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평생 월급쟁이로 살아온 사람에게 재산이라면 집밖에 없으니 그걸 담보로 은행융자를 해 다시 땅을 찾아 나섰다. 마을은 대체로 배산임수, 풍치 좋고 남향으로 향한 지역을 상급으로 친다. 또 도시와 너무 먼 외딴 곳은 시장이나 의료시설 활용이 불편해 마땅치가 않다. 이곳저곳 풍수지리도 상식적으로 활용해 가며 돌아다니다가 찾아낸 곳이 찐빵으로 유명한 안흥면 주천강 강변을 낀 가천리 해발 450m 치악산 줄기의 산지였다. 군청 직원이 사누스마을 뒷산이 을사오적의 대표적인 인물 이완용이 선친묘로 찾아낸 명당터였다는 말도 들려주었다.

이곳 안흥면 가천리 사누스빌에 10만여㎡를 1차 매입하고, 인근 월현리 뜨래꽃마을에 7만여㎡, 갑천면 상대리 사누스밸리에 4만여㎡를 차례로 확보해 단지를 조성하고 집을 짓기 시작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강원도 마을은 지역마다 차이가 있는 연간 기온변화도 제대로 파악을 해야 하는데 처음 실패한 지역이 겨울에 엄청 추운 곳으로 알려져 오히려 그곳을 포기한 것이 전화위복의 운이 된 셈이었다."

기도하며 걷는 14처 산책로

박영군 대표가 주민들이 산책을 하며 묵상을 할 수 있도록 마을 내 조성한 14처 산책로를 걷고 있다. 

- 집들이 모두 서로 구조가 다르고 동네 마을 풍경이 한국의 알프스촌이라는 표현도 과장은 아닌 것 같다.

"가옥의 건축 설계를 똑같은 구조로 하지 않고 입주 가구주가 취향에 맞는 외양, 내부 시설을 선택해 짓게 되어 동네가 아름답게 보인다. 그리고 사누스 공동체마을은 모든 집이 자연 전망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창을 가리지 않도록 건축물의 공간을 적절하게 배치하고 담이 없는 것도 특색이다."

- 전신주나 어지러운 전깃줄 같은 것도 보이지 않는다.

"미관을 위해 모든 전기, 통신선은 지중화 하고 우수관은 큰비에도 오래도록 문제없게 대형 파형강관을 묻어 연결했다. 단지내 도로를 6m~8m까지 넓게 만들어 친지가 놀러와 도로에 차를 세워도 교행에 문제가 없이 깨끗하고 조용한 마을, 종교가 있는 가족들은 기도하며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을 염두에 두고 마을을 만들었다."

- 종교가 없는 집도 있는가? 천주교 교우들만의 동네가 아닌가?

"출발은 교우들을 중심으로 모집하여 단지를 조성했으나 사업규모가 커지면서 조건을 두지 않게 되었다. 마을의 분위기도 애써 신앙인들의 취향을 드러내지 않고 산다. 다만 단지의 출발 동기나 다수 가구들이 가톨릭 교우들이기 때문에 동네 둘레길을 조성하면서 십자가의 길, 성모동산 등.... 기도하는 신앙 산책로의 분위기를 살렸다."

마을 내 조성한 14처 산책로에 세워진 예수상앞에선 박영군 대표.

- 기도하는 산책로라면.

"내가 특별히 모시고 온 성모상을 길섶 기암괴석의 작은 동굴에 모시기도 했고 서울 대치동 성당에서 예수님상을 새로 모시게 되어 그곳에 세워져 있던 예수님상도 그곳 성당신부님의 배려로 이곳 산책길에 모셨다. 또 성당마다 예수님 수난과정을 14처 그림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여기 산책로도 14처를 만들어 산책을 하며 묵상을 할 수 있게 주민들의 산책로를 조성했다."

- 주민들은 상주하는 분도 있지만 주말 주택으로 활용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대부분 서울 수도권에서 오신 분들이지만 요즘은 대구, 양산, 포항 등... 전국에서 오신다. 주민 연령대는 40대 분도 있으나 7, 80대 은퇴하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전체 가구 중 주말에 오시는 분도 있지만 60% 이상이 이주 정착한 분들이다."

 박영군 대표와 신문사 재직 시절 사진기자로 함께 현장을 누빈 김윤찬 씨(사진 오른쪽)도 사누스공동체 마을 카페 사누스를 운영하는 바리스타이자, 설치미술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마을 곳곳에 김 씨가 제작한 설치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사진 가운데는 김 씨가 제작한 설치미술 작품 '팔등신 미녀'. 에티오피아 카파 지역 양치기 칼디 소년이 커피열매를 발견한 커피의 원산지 에티오피아 미인을 소재로 제작했다고 한다./사진=인터뷰365

- 사누스 카페의 커피맛이 일품이다. 김윤찬 바리스타도 신문사 시절 함께 활동하다가 은퇴한 기자출신이 아닌가?

"나의 서울신문 사진부 시절 동료이다. 사누스 개발기업에 중간에 합류해 본부장을 맡고 있으면서 바리스타로 즐겁게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틈틈이 사진분야에서 ‘추상사진’분야의 창작활동도 하고 설치미술의 아티스트로 작품도 만들며 신나게 인생 2모작을 보내고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곳 작은 힐링 쉼터를 작은 예술 문화행사의 명소로 만들 꿈도 가지고 있다."

- 은퇴 후의 남은 인생을 쉬지 않고 새로운 일을 하며 보람을 느끼고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은 인생에서 ‘유종의 미’와 같다. 이곳 안흥면 가천리에 17만여㎡의 단지를 확보하고 산 너머 월현리에도 마을을 조성중이라는데 한국형 알프스촌의 발전을 기대한다.

"사업을 키워 더 크게 성공하겠다는 거창한 생각은 여전히 하고 있지 않다. 나는 틈틈이 우리 소유의 밭으로 가서 농사일도 하며 이곳 평범한 한 주민으로 살려고 한다. 얼마전 동네 신축 주택에 조경을 하러왔던 사업체 관계자들이 전국 전원주택단지를 돌아다니며 조경사업을 해보니 이웃 간에 화목하게 지내는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서로 배려해주는 동네는 이곳이 최고인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갔을 때 참 행복감을 느꼈다. 사누스 생활공동체 많은 분들이 마을에서도 한 가족처럼 지내고 가까운 안흥성당을 다니며 교우로도 따뜻한 정을 나누며 살고 있다. 그 정도 이상을 바라지 않는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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