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폭풍의 언덕'의 현대판 러브스토리, 뮤지컬 '히드클리프'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폭풍의 언덕'의 현대판 러브스토리, 뮤지컬 '히드클리프'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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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집단 창작의 열정이 응집된 신작 뮤지컬
- 생동감 넘치는 무대미학, 고선웅 연출의 '히드클리프'
- 원작 소설 '폭풍의 언덕'을 남자 주인공 관점에서 재조명
뮤지컬 '히드클리프' 공연 사진/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뮤지컬 '히드클리프' 공연 사진/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코로나 와중에 이같이 집단 창작의 열정이 응집된 신선한 신작 뮤지컬을 볼 수 있다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0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뮤지컬 분야 4편 중 정민선 작곡, 고선웅 연출의 '히드클리프'(1월27일~2월7일)를 지난 2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관람했다. 공연장 두 자리 띄어 앉기와 비싼 티켓 값에 볼 생각을 안 했는데 고선웅 열성 팬의 호의로 초연을 볼 수 있었다.

우선 창작 신작에 걸맞게 새로운 시도들이 눈길을 끌었고, 종합적 완성도도 수준에 이르렀다. 수입 뮤지컬과의 편차가 많이 줄었고, 필자가 90년대 펼쳤던 뮤지컬보기운동 당시의 국내 뮤지컬에 비하면 눈부실 만큼 발전했다. 첫 대면이 주는 낯설음, 배우들의 표현력에 덜 숙성된 면이 없지 않았으나 이만한 창작 뮤지컬이 나왔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뮤지컬 '히드클리프' 공연 사진/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뮤지컬 '히드클리프' 공연 사진/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뮤지컬 '히드클리프'는 문학소년 시절 읽은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의 감상이나 동명의 영화가 준 느낌과는 다르다.

고선웅의 극본은 원작의 큰 뼈대만 가져왔을 뿐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사랑’을 주제로 한 현대판 러브스토리다. 의상만 빼고는 지금의 현실로 상황을 옮겨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동안 고선웅 연출과 몇 편의 뮤지컬에서 애절한 사랑의 서사와 서정적 음악으로 호흡을 맞췄던 정민선의 작곡은 한층 물이 올랐고, 주인공들이 부르는 몇 곡의 뮤지컬 넘버들은 신선하면서도 열정적 감흥을 안겨주었다.

특히 음악감독 이진구가 지휘하는 8인조 오케스트라의 건반과 현의 선율은 서사를 받쳐주는 힘을 느끼게 했고 오랜만에 현장의 아우라를 흠뻑 적시게 해주었다.

뮤지컬 '히드클리프' 공연 사진/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뮤지컬 '히드클리프' 공연 사진/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뮤지컬 '히드클리프' 공연 사진/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필자는 고선웅의 연출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특히 그의 무대 미장셴은 개성적이다. 이번 '히드클리프'에서는 무대(이태섭), 조명(백시원), 영상(김장연), 음향(한문규), 의상(최인숙) 등 디자이너들과 협업으로 미디어아트 같은 생동감 넘치는 무대미학을 연출해냈다.

특히 스크린 뒤에서 그림자로 비추는 동영상으로 스토리텔링 효과를 높였고, 배우들의 움직임을 촬영해 거꾸로 투사하는 기법으로 이중적 심리 상태를 보여주었다. 회전무대를 활용해 배우들의 동선도 시원하게 펼쳐냈다.

6명의 코러스가 춤과 노래로 다양한 볼거리를 펼치면서 서사의 브릿지 역할을 하게 해 단조로운 무대와 이야기 구조를 풍성하게 살려낸 점도 돋보였다.

뮤지컬 '히드클리프' 공연 후 커튼콜 무대에 선 배우들./사진= 정중헌

고아 히드클리프 역 문경초, 저택 주인의 딸 캐시 역 이지수, 귀족 가문으로 캐시와 결혼하는 에드거 역, 문성일, 에드거의 동생이자 히드클리프에게 상처 받는 이사벨라 역 주다온이 4각 관계를 이루는데 네 배우 모두 가창력이 탄탄한데 비해 연기력은 좀 약했다.

고선웅 표 뮤지컬이기는 하지만 고전 명작을 토대로 한 만큼 캐릭터가 주는 이미지와 무드는 좀 살렸으면 했는데, 배우들은 연극적이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육성으로 무대를 끌어가 재미와 감동을 반감시키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았다. 인물들의 아픔과 상처를 포용하는 섬세한 유모인 넬리 역 최백나가 나름 분위기 있게 캐릭터를 소화했다고 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창작산실의 결실인 뮤지컬 '히드클리프'는 고선웅과 정민선이 합작해낸 신작으로 받아들이고 그런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그걸 이해하면서도 마음 속에 시리고 아련한 감정으로 남아있는 '폭풍의 언덕'의 이미지와 인물들의 아우라가 조금은 묻어났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새롭지만 생소한 것과의 간극도 줄여야할 과제라고 본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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