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우리 영화의 고전 '춘향전'의 경쟁 과열과 동시 개봉 (100)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우리 영화의 고전 '춘향전'의 경쟁 과열과 동시 개봉 (100)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1.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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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무로를 양분시킨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과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
- 당시 '춘향'역을 맡았던 21세 김지미와 35세 최은희의 불꽃 뛰는 격돌
- '성춘향' 향단 역의 도금봉과 방자 역의 허장강 콤비, 흥행가도의 화룡정점
- '성춘향'의 흥행 대박으로 '신필름' 전성시대 구축
1961년 경쟁작이었던 신상옥감독의 '성춘향'과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우리 영화사에서 한 치의 양보가 없던 '춘향전 열전'을 떠올리면 4·19 학생의거의 격랑을 거치면서 당시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던 양대산맥인 홍성기 감독과 신상옥 감독이 각각 자신의 안방마님을 동원해 만든 '춘향'이 있다. 

1961년 당시 홍성기 감독은 김지미를 내세운 '춘향전'에 뉴 페이스 신귀식을 몽룡 역으로 캐스팅했다. 방자 역은 노련한 김동원이, 향단 역은 양미희가 출연했다. 영화는 1월 18일 설날 명절을 노리며 을지로 4가 국도극장과 광화문 네거리 국제극장에 동시 상영의 팡파르를 울렸다.

그리고 10일 후인 1월 28일, 신상옥 감독이 최은희를 발탁한 '성춘향'이 충무로 3가 명보극장에서 후발주자로 상영됐다. 동시 상영한 '춘향전'은 1월 25일에 이미 국제극장에서 간판을 내린 상태여서, 홀가분한 경쟁을 치를 수 있었다. 춘향 역의 최은희를 위시해 몽룡 역의 김진규, 향단 역의 도금봉, 방자 역의 허장강도 주연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과열된 경쟁 속에 관객들은 당시 21세의 김지미와 35세의 최은희를 보기 위해 극장을 순회하며 관람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영화 '성춘향'의 허장강과 도금봉의 멋진 콤비 연기가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4월 12일까지 장기 상영에 돌입했고, 당시 서울 인구 250만 명 시대에 무려 36만 명을 동원하며 기적 같은 흥행 축포를 쏘아 올렸다. 

사실 신상옥 감독은 '성춘향' 촬영 당시 제작비가 부족해 스태프와 출연진은 최은희의 패물을 팔아 자금을 충당했으며, 이것조차 부족해 이른바 딱지 전표를 만들어 광화문 사무실 근처의 다방과 식당에서 현금 대신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비극은 없다'와 '청춘극장'으로 극장가를 휩쓴 홍성기 감독이 만든 김지미 주연의 '춘향전'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았다. 

신상옥 감독은 사생결단의 각오로 부인 최은희의 내조와 자금 조달로 간신히 제작을 마쳤으나, 한때 칼라 필름을 조달 못해 제작 중단이라는 헛소문이 떠돌면서 지방 극장은 더더욱 '성춘향'을 외면했고 받아주지도 않는 등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사진 위부터)김지미 주연의 '춘향전'(홍성기 감독)과 최은희 주연의 '성춘향'(신상옥 감독)

김지미의 '춘향전'의 경우 사실 몽룡 역은 최무룡이 내정되었다. 그러나 그와 가깝게 지내는 김지미와의 관계가 못마땅했던 남편 홍성기 감독은 신인배우 신귀식을 발탁했으며, 정통 연기자 김동원과 정형미인 양미희의 어울리지 않는 미스 캐스트로 패착을 자초했다.

반면 '성춘향'은 조연이었던 악역의 명수 허장강의 신들린(?) 연기와 백치미의 활달한 도금봉의 뛰어난 열연이 흥행에 주효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보답 하듯 허장강은 신필름 제작의 '상록수'와 '와룡선생상경기'에선 선량한 교장선생으로 연기 개안을 했으며 도금봉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가정부(당시는 식모)와 '연산군'의 장녹수로 요염한 풍채를 과시했다. 아울러 '대심청전'에선 도금봉과 허장강이 각각 심청이와 심봉사로 출연해 부녀지간으로 앙상블을 이루기도 했다.

1961년 '춘향'이 가른 승패의 명암으로 신상옥 감독과 최은희는 한국 영화의 신화를 낳은 '신필름'의 전성시대를 맞이했고, 홍성기 감독과 김지미의 '춘향전'은 기대 이하의 참패와 함께 비운을 맛보았다. 60년이 지난 오늘, 그때의 주역들은 모두 타계하고 '춘향전'의 김지미와 신귀식만이 생존해있으며 양미희는 생사가 묘연할 뿐이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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