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겨울의 상징 '눈'을 나타낸 우리영화 (99)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겨울의 상징 '눈'을 나타낸 우리영화 (99)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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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눈나리는 밤'에서 '눈물의 여왕' 전옥의 기구한 모성애
- 생활 전선에서 허덕이는 젤소미나 김지미의 '초설'
- 이덕화와 임예진이 내뿜는 흰눈의 환희 '첫눈이 내릴때'
- 12년 후의 약속...'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일본의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영남 감독의 '설국'.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겨울의 빈객(賓客)은 뭐니 뭐니 해도 눈과 얼음일 것이다. 우리 영화에서 눈을 타이틀로 내세운 영화는 1958년 '눈물의 여왕' 전옥 원작을 하한수 감독이 연출한 '눈나리는 밤'이다.

생활고로 두 아들을 버리다가 형사에게 붙잡혀 감옥을 가고 헤어진 아들(최명수)이 검사가 되어 기구한 사연으로 살인범이 된 어머니를 취조하나, 변호사가 된 양부의 변론으로 무죄가 되어 해후한다는 신파물이다. 이 영화가 크게 히트하면서 하 감독은 '자장가'와 '목포의 눈물'을 연이어 내놓았다.

11년이 지난 후 하 감독의 1969년 리메이크 작에서는 김진규, 조미령, 이순재 그리고 전편에서 아편쟁이로 나온 허장강이 출연해 연기자의 관록을 보여줬다. 

1969년 하한수 감독이 연출한 리메이크 작 '눈나리는 밤'.

1958년 '초설'은 당시 뉴페이스 김지미가 데뷔작 '황혼열차'와 '장미는 슬프다'에 이어 세 번째로 출연한 영화다.

이외에도 눈을 상징한 영화 제목으로는 '신설', '흑설', '설야', '설녀', '설국', '설원의 정' 등이 있다. 이중 영화 '설국'은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로 유명한 196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일본의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을 고영남 감독이 1977년 동명 영화에서 강원도 횡계를 배경으로 박근형과 김영애를 출연시켜 현란한 눈을 스크린에 투영시켰다.

일본의 가와바다 야스나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영남 감독의 '설국'. 

2021년 벽두였던 지난 1월 6일 서울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그야말로 초설이며 첫눈이었다. 

1977년 '털보' 김응천 감독은 당시 하이틴 배우 이덕화와 임예진을 내세워 '여고졸업반'과 '푸른교실'에 이은 3부작 '첫눈이 내릴 때'를 선보였다. 여고졸업반 학생과 대학생 청년과의 사랑을 흰 눈이 내린 깨끗한 세상처럼 밝고 따뜻하게 그린 솜사탕 같은 영화로, 첫눈 내리는 날 이들 만남의 감동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1977년 김응천 감독의 '첫눈이 내릴 때', 1998년 개봉한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

1998년 개봉한 영화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리면'는 12년 후에 만나자는 송희(김현주)와 수안(박용하)이 눈 날리는 날 만남의 결실을 맺는 사랑의 세레나데 영화다. 영화사에서 영화 제목처럼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릴 경우 선물 공세 PR로 관객들에게 홍보했으나, 아쉽게도 눈은 오지 않아 극적인 효과를 얻지 못했다.

눈이 여성적이라면 얼음은 남성적인 느낌이다. 1969년 김수현 작가 최초의 영화 작품인 정소영 감독의 '저 눈밭에 사슴이'에서는 고전미의 배우 최은희와 도회풍의 배우 윤정희가 본처와 애첩으로 맞붙는데, 이들을 마치 눈밭에서 뒹구는 사슴으로 비유하기도 했다.

1967년 김수용 감독의 '빙점'

'얼음'을 뜻하는 '빙(氷)'을 타이틀로 붙인 일본 작가 미우라 아야코의 1963년 소설 '빙점'은 1967년 김수용 감독과 1981년 고영남 감독에 의해 두 차례나 영화로 제작됐다. 친 딸을 죽인 양녀를 20년간 키우며 증오와 갈등을 그린 영화로 영화팬을 사로잡았다. 그 후 '빙우', '빙해'는 물론 '설야의 여곡성', '설로혈로'와 '맨발의 눈길'도 나와 겨울의 진풍경을 영화로 보여주었다.

한때 '닥터 지바고'에 매료된 필자의 친구 김원두 시나리오 작가가 '대관령 나그네'란 제목으로 원 없이 눈과 얼음을 스크린에 옮기려 했으나 미완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정작 장미희의 '겨울여자'와 김지미의 '겨울부인'에서는 눈을 볼 수가 없었는데, 1994년 엄종선 감독의 '만무방'은 우리나라 영화 중 가장 많은 눈이 등장한 영화가 아닐까 한다.

1992년 윤정희와 이미연이 모녀로 출연한 영화 '눈꽃'.

또 1971년 임권택 감독의 '원한의 거리에 눈이 내린다'와 같은 '비장미'의 눈이 있는가 하면, 1992년 윤정희와 이미연이 모녀로 공연한 다정다감한 '눈꽃'도 잊을 수 없는 영화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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