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풍경] '고통'이라는 보상을 내려놓는 '용서'...뮤지컬 '몬테크리스토'
[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풍경] '고통'이라는 보상을 내려놓는 '용서'...뮤지컬 '몬테크리스토'
  • 주하영
  • 승인 2021.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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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공연, 프랭크 와일드혼 작곡 X 잭 머피 작사
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복수’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복수의 심리학’의 저자 스티븐 파인먼은 “복수 충동은 인간의 욕구 중에서도 가장 원초적이고 일차적인 욕구”라고 말한다. 사회를 구성하고 살아가는 동물로서 부당한 행위를 당했을 때 느끼는 복수 충동은 침팬지와 같은 영장류를 연구할 때에도 똑같이 발견되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파인먼은 “인간에게 복수는 슬픔, 비탄, 굴욕, 분노와 같은 격한 감정으로 촉발되는 원초적 본능”이자 “날 것 그대로의 정의”이며, “타인의 침범을 막기 위한 방어 수단이자 경고 조치”라고 말한다.

누구나 삶의 어떤 순간에 다른 누군가로 인해 소중한 모든 것을 잃고 삶이 망가지게 되면, 원한을 품게 된다. 인간은 모두 일종의 “잠재적 복수자”인 것이다. 음모와 배신, 착취와 강탈, 불공정에 대한 분노, 고통과 상처는 ‘복수’만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도록 만든다. 비록 복수가 잃어버린 것들을 되돌려주지 못한다 할지라도 우리는 “상대방의 고통”을 향해 전진한다. 내가 겪은 것과 똑같은 고통을 상대에게 되돌려주는 것, 그것만이 내 안에 쌓인 분노와 고통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수가 끝나면 정말로 안식이 찾아오는 것일까? 정의가 구현되고 나면 모든 분노가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행복의 시간이 찾아오는 것일까? 그 사이 잃어버린 시간, 상처와 고통의 기억, 지쳐버린 마음은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2010년 미국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과 작사가 잭 머피의 뮤지컬 ‘몬테크리스토’가 한국에서 초연되었다.

2008년 11월 뉴욕 워크숍을 거쳐 2009년 스위스에서 세계 초연으로 소개된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국내에서 첫 라이선스 무대를 선보이는 동안 8주 연속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 관객들의 뜨거운 사랑과 관심을 받았던 이 작품은 2011년, 2013년, 2016년 재공연을 거쳐 마침내 2020년 10주년 기념 공연에 이르게 되었다.

원작은 프랑스의 작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1844년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다. 하지만 뒤마의 소설을 상당부분 각색한 2002년 케빈 레이놀즈 감독의 영화를 훨씬 더 많이 따르고 있다. 영화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뒤마의 원작이 가진 음모와 배신, 복수의 핵심 플롯은 따르면서도 주요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변형하거나 인물들을 삭제하고, 복수의 과정을 단순화시켰을 뿐 아니라 결말을 바꾸는 등 많은 요소에 수정을 가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무엇보다 소설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몬데고의 아들 알버트를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와 메르세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설정한 것이었다. 이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 메르세데스가 에드몬드를 모함한 몬데고와 결혼한 데 대한 복수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에드몬드가 사랑과 용서를 통해 행복한 가정이라는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을 남겨주는 설정이었다.

관객들은 복수의 끝이 비극이 아니라는 점에 안도했고, 새롭게 제시된 결말이 원작 소설보다 밝은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데 만족했다. 이에 뮤지컬은 영화의 구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각 인물들의 넘버를 통해 감추어진 속마음을 드러냄으로써 인물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1844년 뒤마는 파리의 경찰 기록보관소 사건 모음집에서 ‘프랑수와 피에르 피코’라는 한 개인이 겪은 음모와 배신, 복수의 사건을 알게 된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역사 소설 장르에 피코의 사건이 좋은 소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생계와 빚을 갚기 위해 글을 썼던 뒤마는 1841년부터 1850년까지 무려 41개의 소설과 23개의 희곡, 7개의 역사서, 6권의 여행서적을 쏟아내면서 한 비평가로부터 “알렉상드르 뒤마 주식회사, 소설 공장”이라는 빈정거림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1844년부터 1845년까지 연재된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뒤마를 “당대의 가장 인기 있는 소설가”로 만들었다.

피코의 사건은 뒤마의 소설에 거의 그대로 반영된다. 프랑스 남부 청년 피코는 1807년 ‘영국 스파이’라는 누명을 쓰고 끌려가 7년이란 세월을 연금된 상태로 보낸다. 마르가리타라는 여인과 약혼한 피코를 질투한 루피앙이 거짓 고발을 한 때문이었다. 피에몬테에서 이탈리아 성직자를 섬기며 하인으로 갇혀 있던 피코는 1814년 나폴레옹의 몰락과 함께 풀려나게 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피코를 아들처럼 아끼게 된 성직자는 임종 직전 숨겨진 보물의 위치를 알려준다. 보물을 찾은 피코는 이름을 바꾸고 복수를 위해 파리로 되돌아간다. 그는 자신을 모함한 무리 중 한 명인 알뤼를 다이아몬드로 유혹해 복수를 위한 정보를 알아낸다. 그는 루피앙이 운영하는 카페를 불태워버리고 하인으로 변장해 루피앙의 집으로 들어간다.

피코는 루피앙의 아들이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길 뿐 아니라 루피앙의 딸이 매춘을 하도록 한 뒤 루피앙을 칼로 찔러 죽인다. 하지만 피코의 정체를 알고 있는 알뤼가 지속적으로 피코를 협박하며 금품을 요구한다. 결국 알뤼가 다툼 끝에 피코를 죽이게 되면서 1828년 모든 사건의 전말이 경찰 기록으로 남겨지게 된다.

뒤마는 실제 사건을 허구로 옮기는 과정에서 마르세이유로 무대를 옮기고 주인공에게 선원이라는 설정을 더함으로써 ‘바다’를 도피와 자유의 상징으로 만든다. 또, 주인공이 행하는 복수를 직접적인 것이 아닌 “간접적인 것”으로 변형시킨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1996년에 출간된 펭귄 영문판의 서문을 쓴 로빈 부스는 몬테크리스토의 복수는 피코의 실제 사건과는 다르게 음모에 가담했던 인물들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음을 강조한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오직 그들의 범죄와 탐욕, 거짓, 부도덕, 부패를 파헤치고 노출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여행을 무척 좋아했던 뒤마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반영한다. 유럽과 동양의 문화가 만나는 곳으로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 대륙에 둘러싸여 있는 지중해를 신비스럽게 바라보던 당대 독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던 것이다. 독자들은 마르세이유와 파리, 이탈리아를 오가며 펼쳐지는 주인공의 복수 여정을 응원하면서 허구의 세상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일반적으로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모험과 복수를 다룬 흥미 위주의 자극적인 대중 소설로 여겨지며 문학적 가치 측면에 있어 폄하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독서하고픈 갈증을 낳는다”고 인정했을 만큼 흥미를 자극하는 매력이 존재한다. 부스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게 방대하고 긴 소설임에 동의하면서도 막상 읽기 시작하면 짧다고 느끼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널리 읽히는 소설로 손꼽히는 것은 뒤마의 글쓰기가 보편적인 호소와 열정, 인간 정신에 대한 탐구와 분석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으로 변모하는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입체적인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각 인물들에게 넘버가 부여되는 뮤지컬의 특성은 이러한 원작의 단점을 극복하도록 만든다. 사랑하는 약혼자를 잃고 절망에 빠진 여인 메르세데스부터 음모를 꾸미는 몬데고와 당글라스, 빌포트, 그리고 해적선을 이끄는 루이자까지 그들의 속내와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가사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또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관객들이 극장을 나선 뒤에도 흥얼거리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2002년 영화의 플롯과 차이를 보이는 ‘루이자’의 넘버 “진실 혹은 대담(Truth or Dare)”은 작품을 관통하는 ‘거짓과 진실’이라는 주제를 드러낸다.

“훔치고 빼앗는 삶” 속에 상처입고 도망친 사람들은 ‘거짓’ 속에 자신을 감춘다. 평범했던 과거와 꿈은 혹독한 현실 속에서 “별빛 사라지듯” 그 흔적을 잃어버리고 “진짜는 가짜 같고 가짜는 진짜 같은”, 그 어디에서도 진실을 찾아볼 수 없는 거짓된 세상만이 존재한다.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한 때의 평범한 꿈이 좌절된 경험을 갖고 있는 루이자가 “거짓말에 능숙한 것이 아니라 감추는 데 능숙한” 에드몬드를 인식하고 호기심을 품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아픈 선장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엘바섬에 정박한 에드몬드는 유배중이던 나폴레옹의 편지를 전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선장이 될 야심을 품고 있던 당글라스와 남몰래 메르세데스를 연모해 온 몬데고의 질투에 의한 음모는 에드몬드가 모렐 선주로부터 선장으로 임명되고 메르세데스와 약혼을 하던 날 그가 체포되도록 만든다.

스스로를 매우 공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빌포트 검사는 글을 읽고 쓸 줄 모르고 정치색도 없는 선원 에드몬드가 무죄임을 확신하지만 나폴레옹의 편지를 전달하려던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임을 알게 되자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에드몬드를 감옥에 가둔다.

몬데고는 샤토 디의 감옥에 갇힌 그를 석방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척하지만 메르세데스를 향한 눈속임일 뿐 당글라스와 빌포트와 함께 에드몬드의 사망진단서를 조작한다. 억울하게 14년 동안 샤토 디에 갇혀 있던 에드몬드는 아베 파리아 신부를 만나 글을 읽고 쓰는 법, 칼싸움 하는 법,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 등 인간이 알아야 할 모든 지식들을 습득한다. 그 과정에서 모든 일의 배후에 당글라스의 ‘탐욕’과 몬데고의 ‘질투’, 빌포트의 ‘위선’이 자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복수를 맹세하는 에드몬드에게 파리아 신부는 “복수심은 분노로 자신을 망칠 뿐 답이 될 수 없음”을 경고한다. 탈출을 꿈꾸며 2년이 넘도록 땅을 파던 어느 날 굴이 무너지면서 파리아 신부가 심한 부상을 입게 된다. 파리아 신부는 죽기 전 몬테크리스토 섬의 보물 지도를 건네며 에드몬드에게 “세상을 용서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도우며 새로운 삶을 살 것”을 부탁한다.

보물을 찾아 백작 작위를 사고 화려하게 복귀한 에드몬드는 여전히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 믿었던 메르세데스가 몬데고와 결혼해 알버트라는 아들까지 낳았음을 알게 되자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에드몬드는 로마로 여행을 온 알버트를 납치하도록 사주하고 자신이 구해준 것으로 속여 친분을 쌓아, 파리 사교계에 데뷔하는 파티를 연다. 몬데고와 빌포트, 당글라스 뿐 아니라 모렐 선주조차 그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메르세데스는 한 순간에 그가 에드몬드임을 알아챈다. 메르세데스가 자신이 준 반지를 여전히 끼고 있음을 본 에드몬드는 흔들리는 자신을 느끼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자신을 막아 세울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다짐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에드몬드의 복수는 짧고 명쾌하다. 그는 돈을 향한 욕망과 명예를 향한 탐욕, 부패함과 거짓, 쾌락과 배신에 익숙한 당글라스와 빌포트, 몬데고가 스스로 무덤을 파도록 만든다. 그의 복수의 목적이 그들이 저지른 죄에 대한 철저한 응징과 정의의 실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복수가 그렇듯 실질적으로 음모에 가담하지 않은 부수적 희생자들이 생겨난다.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은 빌포트의 딸 발렌타인과 집안의 명예, 돈을 잃은 알버트가 바로 그들이다. 결국 알버트는 자신의 생부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임을 알지 못한 채 복수를 하고자 몬테크리스토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메르세데스는 아들을 살려줄 것을 에드몬드에게 애원하지만 몬테크리스토 백작인 그는 차갑기만 하다. 흐르는 시간 속에 빛바랜 사랑, 차가워진 마음, 고통과 슬픔의 회한이 담긴 메르세데스의 넘버는 그녀가 느끼는 마음의 깊이를 고스란히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앞을 막아서며 자신도 죽여 달라고 외치는 발렌타인의 모습이 에드몬드로 하여금 과거의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도록 만든다. 사랑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다고 믿었던 아름답던 시절, 밝은 미래만을 꿈꾸던 젊고 순수했던 과거의 자신과 조우한 에드몬드는 복수의 허망함을 인식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오로지 복수만을 목표로 세우고 분노의 마음으로 전진해온 그의 삶에 죄에 대한 응징은 정의의 실현을 가져다줄지 모르지만 마음의 안식과 평화,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지나간 시간 속에 사라져버린 사랑했던 순간들, 행복을 꿈꾸었던 순수한 열망들은 다시 되찾을 길이 없으며,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어둠 속에 혼자 남겨진 그에게 앞으로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오직 과거의 고통과 상처의 늪에서 배회하는 자신만이 있을 뿐이다.

독일의 저술가 스베냐 플라스퓔러는 ‘조금 불편한 용서’에서 “용서한다는 것은 나에게 일어난 고통스러운 일이 더 이상 나의 존재를 무너뜨릴 정도로 상처를 내지는 못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상대의 고통을 바라던 마음을 거두어들인다는 의미에서 용서는 복수하려는 마음이 추구하던 보상을 포기하는 일종의 “포기의 행위”가 된다.

하지만 용서는 한 순간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되는 가운데 침묵 속에서 행동으로 드러나게 되는 일이다. 자신과의 거리를 확보함으로써 ‘평정심’을 회복한 가운데 “과거의 나와 작별”하는 속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플라스퓔러는 용서하는 일이 일어났던 모든 일을 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흔적으로 남긴 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넘어서는 일임을 강조한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공연 장면./사진=EMK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정의는 갖는 자의 것, 사랑은 베푸는 자의 것”임을 강조함으로써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으로 설정한다.

“사랑은 베푸는 사람들에게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말은 그가 “세상을 용서하라”는 파리아 신부의 말을 기억하도록 만든다. 정의는 죄 지은 자들이 스스로에게 가한 파멸로 실현되었고, 사랑은 메르세데스가 홀로 품어온 변치 않는 마음과 두 사람 사이의 아들에 의해 유지되었으며, 깨달음은 그로 하여금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픈 열망을 다시 품도록 만들었다.

거짓으로 점철되었던 세상은 사라지고 더 이상 어떤 것도 감출 필요가 없는 진실의 세상에서 몬테크리스토와 메르세데스, 알버트에게 놓인 것은 ‘행복’의 가능성과 ‘희망’ 뿐이다.

‘복수’의 주제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것은 세상이 고통과 비탄, 불공정과 거짓, 절망과 상처로 얼룩져 있기 때문이다.

파인먼의 말처럼, “복수는 해악이지만 때로 사회의 부정을 노출시키고 바로잡는 순기능”도 한다. 관객들은 에드몬드의 불행이 극복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부당한 것들을 바로잡는 정의의 실현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용서는 놓아주는 자의 것이기에,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분노도, 보상도, 미움도, 상처도 모두 내려놓고 자유로워진다. 남겨진 것은 행복을 향한 희망 뿐, 그것 또한 우리 모두가 세상에 바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3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가천대, 상지대 등의 대학교에 출강해오면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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