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신축년 '소'를 주제로 한 영화 (97)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신축년 '소'를 주제로 한 영화 (97)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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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난송아지', 눈물과 감동으로 얼룩진 소년과 송아지의 아름다운 행로 
- 야성의 소장수와 순박한 처녀의 순애가 절규하는 영화 '소장수'
- 1934년 유치진 희곡을 1975년 영화화한 문예 영화 '소'
- 팔순 농부와 마흔살 소와의 랑데뷰 '워낭소리'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를 주연으로 한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2009)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신축년 소띠의 해를 맞았다. 신축년 원단의 화두로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篇)에 나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고사성어를 꼽고 싶다. '끊임없이 노력하면 반드시 이뤄진다'는 뜻으로, 성실하고 우직한 소가 떠오르는 말이다. 

우리 영화에서 소를 주인공으로 했거나 소를 타이틀로 붙인 영화들은 10여 편이 있다. 특히 국내 대표적인 소띠 배우를 꼽자면 2018년 세상을 떠난 '영화계의 전설' 신성일 배우가 있다. 그는 1978년 영화 '세종대왕'에서 소띠인 세종대왕 역을 훌륭히 연기해 더욱 의미가 깊다. 

1967년 이규웅 감독의 '성난 송아지'.

1967년 이규웅 감독의 '성난 송아지'는 1958년 상영한 꼬마스타 마이켈 레니 주연의 미국 영화 '눈물 어린 포옹'의 스토리와 비슷하다. 

홀어머니(김지미)와 가난하게 사는 정남(김용연)은 고리대금업자 허생원(허장강)에게 빚을 지고 유일한 재산인 송아지를 빼앗긴다. 정남은 대통령(김진규)에게 눈물의 민원 편지를 보내며 헤어지기 싫어하는 성난 송아지와 눈물로 보낸다. 대통령의 도움으로 허생원은 빚을 포기하고 정남은 송아지를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린다는 청소년 영화이다.

윤봉춘 감독의 '소장수'(1972)

2020년 7월 2일 작고한 윤봉춘 감독의 장남 윤삼육 시나리오 작가의 1972년 대표작인 '소장수'도 우리 고유의 향토 그윽한 토착미가 깔린 로드 무비다. 챰파노와 젤소미나를 연상시키는 이탈리아 영화 '길'(1954)의 한국판으로, 기구한 운명의 수레바퀴 속에 마모되는 굴곡진 인생행로를 담았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천성이 험하고 거친 소장수 만석(박노식)은 최첨지에게 빌려준 노름 돈을 받지 못하자 딸 옥분(임지성)을 빼앗아 온다. 옥분이는 만석에게 인간적인 정을 느끼고 그를 좋아하게 되고 전국을 따라다니며 소장수의 장돌뱅이가 된다. 그러던 중 만석은 소값을 흥정하다 시비 끝에 살인을 하게 되고 옥분이는 소장수로 인생 유전을 겪는다. 출옥한 만석이가 옥분을 찾았을 땐 이미 죽고 다시금 소장수로  떠난다는 숙명의 여정을 그렸다.

최하원 감독의 '소'(1975).

1934년 유치진의 희곡 '소'는 극단 신협에서 여러 번 연극으로 호평을 받았으나 영화로는 1975년 최하원 감독이 우수 영화를 겨냥해 제작됐다.

소작농인 국서(황해)의 노모는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종자소를 잘 키우라"는 유언을 하고 숨을 거둔다. 사람보다 소가 더 중요한 국서에게는 곰 같은 장남 말똥(백일섭)과 여우 같은 개똥(김희라)이가 있다. 말똥이는 사랑하는 이웃집 처녀 귀찬(나하영)이가 빚 때문에 팔려갈 지경에 이르자 소를 팔아 빚을 갚아 주고 싶어 하고, 머리를 잘 굴리는 개똥은 소를 팔아 도시로 나가고 싶어한다.

'소'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가난한 소작농들의 생활상을 통해 당시 우리나라 농촌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고발한 문제작으로 1935년 동경에서 한국 유학생에 의해 처음으로 공연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197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에 반영되지 않아 작품성과 흥행에 실패하여 관객들에게 외면받고 말았다.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를 주연으로 한 '워낭소리'(2009) 포스터.

2009년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의 최고 걸작인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는 우리나라 독립영화 최초로 300만 명을 돌파한 감동의 영화다. 순 제작비가 8500만 원으로, 극장에서 190억 원의 매출을 올려 흥행에 성공했다. 워낭은 부리는 소나 말의 턱밑에 매는 방울을 의미한다.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를 주연으로 한 이 영화는 경북 봉화에서 올 로케를 했다. 삶의 모든 것이 기적이었던 '워낭소리'의 누렁이는 이 영화를 촬영한 후 40세로 죽어 집 옆에 안장됐다고 한다. 2013년 최원균 할아버지는 85세로, 2019년 이삼순 할머니는 81세로 타계하면서 '워낭 소리'만을 남겨 놓았다.

2010년 임순례 감독의 7박 8일의 로드 무비물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포스터.

이외에 소를 타이틀로 내세운 영화로는 '별들의 고향'으로 인기를 끈 경아의 안인숙이 출연한 1973년 정진우 감독의 '황소 타고 시집왔네'와 2010년 임순례 감독의 7박 8일의 로드 무비물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있다. 또 1974년 우편배달부(집배원) 허장강이 주연한 '소띠 아저씨'와 2018년 범죄액션영화 '성난 황소'도 이채를 띠었다. 이렇듯 소는 우리 생활 뿐 아니라 영화사에서도 인간과 밀접한 유대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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