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서민의 보금자리 '반지하방'을 담은 영화 (96)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서민의 보금자리 '반지하방'을 담은 영화 (96)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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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지하방'을 소재로 한 명불허전 영화 '기생충'...한국영화100년사의 금자탑
- 우리나라 최초의 '반지하방'을 그린 1983년 '사랑만들기'
- 옆집 깡패와 옆집 여자의 '반지하방' 랩소디 '내깡패 같은 애인'
- 집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2019년작 '가족이야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스틸 컷/사진=CJ엔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스틸 컷/사진=CJ엔터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 연구가 = 우리 영화 100년 사를 결산한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의 출발은 '반지하방'이었다. 반지하방에 살고 있는 백수 가족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들어가면서 두 가족의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펼쳐지는 이야기다. 

이 영화는 2020년 제92회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과 국제영화상(와국어상)의 영예를 안았다. '땅 위'로 올라가고픈 염원은 웃음, 공포, 슬픔을 둘러싼 희비쌍곡선을 그리며 전혀 다른 두 가족에게 예측 불허의 상황들로 전개된다. 이 영화는 '21세기 가족 희비극 오디세이'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 

반지하방은 1970년대 남북 간의 긴장 속 전쟁 발발의 가능성에 대비해 새로 짓는 주택마다 방공호로 활용하기 시작해 1980년대 부터 생활이 넉넉지 못한 이들의 주거 터전이 되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반지하방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1982년 필자가 푸른극장 테맨의 기획실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1983년 설날 대목프로 상영을 겨냥해 40일 만에 만든 문여송 감독의 '사랑만들기'로 기록될 것이다. 금년 2월 7일 63세로 유명을 달리한 이규형 감독이 처음으로 시나리오 대본을 들고 와 '학생부부'의 제목을 '사랑 만들기'로 고쳐 일사천리로 촬영한 청춘 영화다.

문여송 감독의 '사랑만들기'(1983)
문여송 감독의 '사랑만들기'(1983)

동화작가를 꿈꾸는 럭비부 태훈(길용우)과 미대생 미혜(최선아)와의 캠퍼스 로맨스 영화로, 이들은 부모의 반대로 반지하방을 얻어 낭만을 만끽한다. 그러던 차 반지하방의 연탄가스로 미혜가 병원에 가게 되고 태훈은 지하철 공사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끝내 이 커플은 이효정, 선우재덕, 손창호, 안문숙, 김주승, 노경신, 손경수의 생일 축하 방문을 받고 '사랑 만들기'의 축복을 받는다.  

'안시성'의 김광식 감독이 2010년 연출한 '내 깡패 같은 애인'은 보면 볼수록 재미나는 멜로 영화다. 깡패란 제목을 보고 치고 받고 쫓고 쫓기는 액션 영화로 알았지만 큰 오산이었다.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2010)<br>
김광식 감독의 '내 깡패 같은 애인'(2010)

싸움은 제대로 못하지만 입심 하난 끝내주는 삼류 건달 동철(박중훈)과 생존 경쟁의 취업 전선에 뛰어든 깡만 센 여자 세진(정유미)의 티격태격 사랑이야기가 소시민의 애환을 질펀하게 펼쳐보인다.

옆집 깡패와 옆집 여자와의 좌충우돌 연기가 너무나도 사실적이어서 '반지하방'이 오히려 낭만의 둥지로 착각할 정도다. 아무리 보아도 깡패 같지 않은 박중훈과 '82년생 김지영'에서 눈부신 열연을 한 정유미가 라면집에서 두 번이나 만나는 에피소드와 지방에서 상경한 세진을 위해 면접장에서 깽판을 놓으며 면접 시간을 맞춰 주는 장면은 기발한 발상이기도 하다. 세월이 흘러 회사 팀장이 된 정유미와 세차장에서 일하는 박중훈과의 만남은 가슴 뭉클한 라스트 신으로 긴 여운을 남겼다.

박제범 감독의 '집이야기'(2019)<br>
박제범 감독의 '집이야기'(2019)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절찬을 받은 박제범 감독의 '집이야기'는 소시민의 가족 연대가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신문사 편집기자로 홀로 서울의 반지하방에서 살고 있는 은서(이유영)는 살던 집의 계약이 끝나고 집을 마련하지 못하자 인천에서 출장 열쇠를 전문으로 하는 아버지 진철(강신일)의 고향집을 찾아가 잠시 머물기로 한다. 딸은 우연찮게 아버지와 단둘이 지내면서 잊고 있었던 가족을 알게 되고 평생 남의 집 닫힌 문만 열던 아버지는 딸을 통해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집이야기'는 50년대 이태리영화 '지붕'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2014년 '봄'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인 이유영의 절제된 연기와 60세의 강신일의 '검은집'과 '한반도'에 이은 과묵한 모습은 부녀의 대립된 앙상블을 보여주며 긴 여운을 남겼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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