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트롯에 ‘니체’ 불러낸 ‘아모르파티’ 작사가 이건우
[인터뷰365] 트롯에 ‘니체’ 불러낸 ‘아모르파티’ 작사가 이건우
  • 김재원
  • 승인 2020.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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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훈아의 ‘테스형’에 앞서 트롯에 ‘니체’ 불러내
- '트롯의 해 2020' 가장 바쁘게 지네며 트롯붐 견인
2020년 한해동안 큰 사랑을 받은 트롯 붐의 중심에는 작사가 이건우가 있다. 김연자의 '아모르파티',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의 많은 히트곡을 낸 ‘작사의 신(神)’이다. 어린시절부터 작사가란 꿈을 갖고 40여년간 한 우물을 파온 그가 작사한 곡만 1200여곡에 달한다. 올해 큰 사랑을 받은 곡 '아모르파티'의 '아모르'는 독일 철학자 니체의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의미에서 가져왔다. '좋은 노랫말이 좋은 노래를 만든다'는 것이 평소 그의 소신이다. /사진= 이건우 제공

인터뷰365 김재원 인터뷰어 = 2020년이 저물어간다. 올 한 해를 대표하는 키워드 두개를 들라면 당연히 코로나와 트롯이다.

인간의 삶 전체를 해코지하고자 달려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트롯은 오히려 폭발적인 확산과 번영의 계기가 됐다. 코로나19여파로 야외 활동 대신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비교적 많아지면서 공중파도 아닌 종편에서 일어난 대한민국 '트롯 붐'은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지금도 많은 방송들은 트롯 프로그램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트롯 열풍의 중심에는 작사가 이건우를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트롯 붐 초기, 한 트롯 프로그램 녹화 현장에서 ‘전설 가수석'에 남진 장윤정 등과 함께 앉은 김연자가 유독 눈에 띄었다. 여기서 ‘유독’이라고 한 것은, 노래를 부르는 경우가 아니면 이런 자리에 거의 나오지 않던 김연자이기 때문이다. 그가 자신이 대표곡인 ‘아모르파티’를 불렀을 때 객석의 반응은 뜨거웠다. ‘아모르’란 그 뜻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그 노래에 열광했고, ‘아모르’가 독일 철학자 니체의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라는 데서 왔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눈을 감고 따라 불렀다. 그리고 TV시청자들은 트롯에, 니이체 운명론까지 연결시킨 작사가는 누굴까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 주인공이 이건우(1961~)다. 그래서 2020년이 끝나기 직전에 그를 만났다. 

방송인 유재석과 '아모르파티'의 가수 김연자와 함께 한 이건우 작사가. 이건우 작사가는 지난해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유산슬)의 데뷔곡 '합정역 5번 출구'를 작사한 바 있다.  /사진=이건우 제공

- 김연자가 부른 ‘아모르 파티’가 니체의 운명관에서 출발했다고 들었다. 금년에 나훈아가 ‘테스형’을 부르며, 대중가요에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켰다 해서 폭발적인 화젯거리가 됐는데, 이건우 작사가는 그보다 먼저 철학자 니체를 ‘아모르파티’에서 불러냈다. 니체의 저서를 많이 읽었는가.

"니체의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책 많이 읽는 독서광이었다. 사실 니체 좀 어려운 책 아닌가? 그러나 ‘아모르파티’의 ‘너 자신을 사랑하라’가 젊은 시절의 나를 많이 흔들어 놓은 건 사실이다."

- 매스컴에서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 등의 많은 히트곡 작사가로서 ‘작사의 신(神)’이라 불리고 있는데, 얼마나 많은 작사를 했기에?

"신은 무슨....한 1200편 정도 된다."

- 그 가운데 히트곡은 얼마나?

"250 곡 정도 될는지...."

- 대단하다. 자신이 작사한 노래, 제목도 다 외우지 못할 정도 같다.

"사실이 그렇다. 비슷한 제목을 보고, 내 작사인가 아닌가 할 때도 있다."

작사가 이건우/사진= 예종엔터테인먼트

- 자신이 작사한 노래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종이학' 이다. 1981년에 전영록이 불렀다. "

- '종이학'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는가?

"내 데뷔곡이다. 데뷔곡이니까 잊을 수가 없다."

- '종이학'이 유행하면서, 그 당시 학생들 사이에 종이학 접기 열풍이 일었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랬던 것 같다."  

- 김연자가 부른 ‘아모르 파티’는 발표하고 나서 꽤 많이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대유행을 했다. 작사가로서 그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노랫말이 좋다고들 해서 바로 뜰 줄 알았는데, 아마도 제목 ‘아모르’가 낯설어서 그랬던건 아닌가 싶다. 곡이 나가고 4~5년 지나서야 뜨기 시작했다." 

- 해방 이후, 또 6.25전쟁 이후 작사가들인 ‘전우야 잘자라’ ‘신라의 달밤’의 유호, ‘동백아가씨’의 한산도, ‘가슴 아프게’의 정두수 등이 많은 활약을 했다. 그 노래들도 장수했다. 지금의 트롯붐과 비교할 때 어떤가?

"물론 좋은 트롯 노래들이 많다. 말씀하신 노래들도 크게 유행했지만, 지금의 트롯 열풍과는 좀 다르다. 지금의 트롯 열풍은, 공중파 케이블파가 모두 트롯 방송에 열을 올리는 것은 물론, 유튜브에서까지 트롯 열풍이 부니, 과거의 트롯과는 그 규모에서 비교가 안된다."

지금은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의 공포로 '집콕', '방콕'이 늘어나면서 방송마다, 집집마다 트롯이 인기다. 그러나 한동안 '뽕짝'으로 불렸던 트롯이 "한물 간 거 아냐?"란 소리가 나올 만큼 숨결이 낮을 때도 있었다. 물론 좋은 가수는 계속 나오는데 히트곡이 나와도 유행 기간이 짧았다. 그러는 동안 많은 아이돌이 탄생했지만, 그 수명도 과히 길지 않았다. 쉽게 잊히기도 했다. 아이돌은 노래와 함께 춤이 대세를 이루다시피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이유에는 가사를 들 수 있다.

이건우 작사가는 누가 뭐래도 ‘노래는 우선 가사’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경우, 그 성공의 원인을 여러 가지 들 수 있지만, 가사가 좋아서 세계적인 보컬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의 가사만 연구하는 학자들의 모임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자주 방송에 출연하지 않던 이건우 작사가는 해박한 지식과 구수한 입담으로 2020년엔 거의 방송인이 됐다./사진=KBS방송캡쳐 

- 앞에서 거명한 작사가들의 대부분이 작사가가 되기 전에 문학 수업을 한 사람들이다. 

"나 역시 문학수업을 했다."

- 대개는 시를 쓰다가, 또는 소설을 쓰다가, 작사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내 경우는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작사가가 되려고 했다."

- 처음부터 작사가를 꿈꾸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렇다. 말하자면 마음먹고 달려든 경우다. 물론 중고등학교 다닐 때 시를 썼고 백일장 등에 나가 상도 타고 했다. 그러나 장래 희망을 말하라면 그때부터 ‘작사가’였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21세에 작사가로 데뷔하게 됐다."

- 우리나라 가요계에 왜 '이건우 붐' 이렇게 강하게 부는지 짐작이 간다. 특히 가사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뜻에서 붙인 닉네임이 '작사의 신(神)'아닌가. '신'까지 간 건 부담스럽지 않은가?

"부담도 가지만, 책임감이 많이 느껴진다."

- 지금의 트롯 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방탄소년단(BTS) 영향도 무시할 수 없는 건가?

"물론 방탄소년단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앞에서도 잠깐 얘기했지만, 방탄소년단은 그냥 노래하고 춤만 추는 가수는 아니지 않은가? 춤 실력, 노래 실력, 멤버들의 팀워크, 또 가사가 뛰어나다. 그리고 그동안 우리 국민들도 국내 가수는 물론, 외국 가수들의 노래를 많이 접하면서 음악적인 면이 성숙했다고 보인다."

지난 해 그러니까 2019 MBC 방송대상을 받는 자리...왼쪽부터 유산슬·조세호·이건우·정경천·박현우 등 트롯맨들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 참석한 (왼쪽부터)방송인 유재석, 조세호, 이건우 작사가, 정경천 작곡가, 박현우 작곡가 /사진=이건우 제공    

- 2020년에 가장 인상에 남는 일은?

"작사가들이 방송에 출연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상 외로 많은 방송에 출연하게 됐다."

이건우는 최근까지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의 실용음악학부장에 취임해서, 전문 음악을 전공하는 후진들을 양성해 왔다. 노랫말 집필이나, 가수 양성에 있어서나 항상 새롭고 창의적인 일에 몰두하는 이건우는 남예종에서 ‘작사 모집’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로 중단되었지만, 남예종 예술실용전문학교에 가사 연구실을 만들어 공개 강좌를 열기도 했다. 학생은 물론이고 일반인도 응모할 수 있는 가사를 모집하면서, 그가 절실히 원하는 것은 후배 작사가의 양성이다. '좋은 노랫말이 좋은 노래를 만든다'는 평소의 소신이다. 그런 바쁜 와중에서도 이건우가 또 한 번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중년의 여성 보컬 그룹 ’레이디 돌‘을 탄생시키면서다. 

- '레이디 돌' 창단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시스터즈'라면 대개 20대, 많아야 30대를 떠올리는데.

"사실 그 나이 또래에 시스터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그 나이 또래의 여성들도 부르고 싶은 노래가 있다. 그런데 트롯의 경우도 대부분이 젊은이들을 주제로 하고 있어서..."

- 그렇다면 일종의 틈새 전략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젊은 세대 중심의 트롯 붐이 부는 가운데, 이건우(사진 가운데)는 또 하나의 야심작, 중년의 보컬 여성그룹인 ‘레이디돌’을 탄생시켰다./사진= 예종엔터테인먼트

- 레이디돌의 출발에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본인이 '작신'이란 닉네임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수준 있고 의미 있는 작사 집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작사 정신의 바탕에, 혹시 어떤 목표 의식이 있는 건가. 꼭 어떤 작사를 하고 싶다는 목적 같은 것이 있는지?

"있다. 사실 나는 여성을 위해, 여성이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노랫말을 쓴다. '레이디 돌'도 그런 생각의 바탕에서 나왔다. 그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 즐겨 부를 수 있는 노래를, ’레이디 돌‘이 앞장서서 불러주는 것이 내 희망이다." 

- 여성의 행복을 위해 노랫말을 쓴다는 말 진심으로 들린다.

"하하. 정말 진심이다."

- 이 나라 여성들은 국가는 부자가 되고 국민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가 되어 선진국 국민이 됐는데, 여성들은 아직도 후진국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등한 권리, 동등한 지위를 확보해야 한다."

- 내가 70년대부터 누구를 만나든, 회식자리에서든, 함께 외치자고 하는 한 마디가 있다. '여성을 위하여!!' 이 한 마디다. 언젠가 우리 한 번 같이 외쳤으면 좋겠다. 

"나도 그러고 싶다."  

- 2021년에 꼭 하고 싶은 일은?

"새로운 정서를 담은 뉴 트롯 노래를 준비 중이다. 뜻대로 된다면 코로나의 검은 와중에 신음하는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 준비는 많이 하고 있다."

 

글쓴이/김재원

시인, 칼럼니스트, 전 월간여성지 ’여원‘ 발행인, 현재 ’여원뉴스‘ 수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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