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어린시절과 청춘시대를 연기한 배우들 (94)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어린시절과 청춘시대를 연기한 배우들 (94)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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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거라 슬픔이여'와 '산색시'에서 모녀로 연기한 최은희와 김영옥
- 24년이 흐른후 연기 역전을 한 신성일과 안성기의 변모
- 12년의 성장 끝에 연기 결실을 본 강수연과 손창민
- '아역의 심볼' 안성기와 전영선의 성인역 '난소공'의 비애
가거라슬픔이여, 산색시
1957년 '가거라 슬픔이여'(사진 왼쪽)에서 모녀로 등장했던 최은희와 김영옥은 5년 후 '산색시'(1962·사진 오른쪽)에서 다시 엄마와 딸로 재회했다.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소년·소녀시절 당시 인기 배우와 멋모르게 영화를 찍었던 아역 배우들이 청년이 된 후 이들과 재회해 다시 호흡을 맞춘 사례들이 꽤 있다.  
 
영화 '황진이'의 조긍하 감독이 1957년 메가폰을 잡은 '가거라 슬픔이여'는 6·25 전쟁으로 혼란한 사회상 속에서 부모를 잃고 고생하는 어린 소녀의 눈물 어린 고행을 그린 멜로물이었다. 소녀 역을 맡은 김영옥은 당시 10세였다. 김영옥이 부산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국제시장과 광복동 골목을 누비는 껌팔이 소녀의 모습에 스태프들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제가를 만든 박시춘 작곡가는 영화에 감동한 나머지 슬픔을 참으며 창작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영화에서 소녀는 엄마(최은희)가 폐병으로 죽자 할머니품에서 자란다.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껌팔이를 하던 소녀는 길을 건너다 차에 치이고, 병원에 싣고 간 중년 신사는 소녀가 간직한 엄마의 사진을 보고 자신의 친딸 임을 알고 상봉한다는 신파 물이었다. 영화의 전국적인 인기로 1958년 후편 격인 '순정의 문을 열어라'를 같은 출연진으로 내세워 제작했으나, 전편의 감동을 따라가진 못했다.

이 영화에서 모녀지간으로 등장했던 최은희와 김영옥은 5년이 지난 1962년 박상호 감독의 '산색시'에서 다시금 엄마와 딸로 출연해 호흡을 맞췄다.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징용에 끌려간 아빠 대신 할머니의 눈총을 받아가며 가족을 위해 엄마를 돕는 김영옥의 연기는 돋보였다. 당시 인기를 끌고 있던 전영선과 박광수, 박종화 등 아역배우들의 열연도 뛰어났다.

아낌없이주련다, 달빛
신성일은 1962년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사진 왼쪽)에서 당시 아역배우였던 안성기와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24년 후인 1986년 '달빛사냥꾼'(사진 오른쪽)에서 신성일과 안성기는 각각 전직 형사와 기자로 출연해 다시한번 멋진 공연을 펼쳤다.

1962년 유현목 감독의 '아낌없이 주련다'는 신성일의 전성시대를 연 작품으로, 6·25 전쟁 시 부산 피난지에서 중년 미망인(이민자)과 금단의 애정 행각을 벌이는 대학생 역의 신성일과 술집에서 홀보이로 일하는 안성기와의 공연은 한국영화의 획을 그은 역사적 만남의 사건이기도 하다.

술집 홀의 내부는 서울 미아리 촬영소에서, 외부와 바닷가는 부산을 오가며 촬영한 무더위 속 강행군 덕택에 영화는 작품적으로나 흥행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특히 부산 제2부두에서 '쇼리'역의 안성기(당시 10세)와 헤어지는 신성일(당시 25세)의 연기는 당시 관객들에게 절찬을 받았다.

그로부터 24년 후인 1986년, 영화 '달빛사냥꾼'에서 세월의 나이테는 상황을 역전시켰다.

영화에서 안성기는 신문기자였으나 아내를 성폭행한 범인을 잡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범인 추적에 나서고, 이런 그를 미행하며 돕는 전직 형사 역으로 신성일이 조연으로 출연해 다시 한번 멋진 공연을 펼쳤다. 그리고 신성일은 대종상에서 주연상이 아닌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장길수 감독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장면컷. 아역시절 '어딘가에 엄마가'에서 남매로 등장한 강수연과 손창민은 30대 중반이 되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에서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월드스타 강수연과 중견배우 손창민은 이미 어린 시절이었던 1976년 이혁수 감독의 '핏줄'에서 함께 출연한 이력이 있다. 이들은 1978년 정회철 감독의 '어딘가에 엄마가'로 다시금 뭉쳐 폭우로 엄마가 실종되자 찾아 헤매는 삼 남매로 등장했다.

당시 13세의 손창민과 12세의 강수연은 막내 천동석을 데리고 상경해 갖은 고난을 헤치고 엄마(고은아)를 찾지만, 기억 상실로 삼 남매를 알아 보지도 못하는 엄마는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까지 했다. 그러나 착한 남편(박근형)의 도움과 끈질긴 노력으로 엄마는 과거를 되찾고, 삼남매와 극적인 해후를 한다는 통속물이었지만 손창민과 강수연의 연기는 눈물샘을 쏟게 했다.

12년이 흐른 1990년, 30대 중반이 된 손창민(당시 35세)과 강수연(당시 34세)은 이문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장길수 감독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로 세 번째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으로 강수연은 3연타석 대종상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는 쾌거를 올렸다. 특히 강수연은 '씨받이'로 월드 스타가 되어 아역에서 성인으로 관통한 연기 열차에 가속도를 더하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는 아버지 안화영과 아들 안성기가 함께 출연한 '부전자전' 영화의 효시다. 이들은 1962년 박성복 감독의 '모자초'에서는 기획자와 꼬마스타로 합세해 전형적인 아동 영화를 내놓았으나, 별반 인기는 끌지 못했다.

1962년 박성복 감독의 '모자초'(사진 왼쪽)에서 남매로 등장한 안성기와 전영선은 19년이 흐르고 1981년 이원세 감독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사진 오른쪽)에 출연했다. 

영화에서는 김동원과 조미령이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를 맡고 철이 역의 안성기와 영희 역의 전영선이 남매로 출연했는데, 역경을 이겨내며 살아가는 훈훈한 남매를 돌보는 모성애도 곁들였다. 1960년 '10대의 반항'으로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서 특별아동상과 1961년 '이 생명 다하도록'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특별아역상을 수상한 전영선이 합세해 내뿜는 '모자초'는 너무 연기가 충만했는지 '과유불급'이 되고 말았다.

안성기와 전영선은 19년이 경과한 1981년 조세희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원세 감독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공'에서 다시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삶에 지쳐 피눈물을 흘리며 어린시절의 꿈을 서로가 이루지 못하고 격렬한 정사로 현실을 자괴하는 성숙한 연기를 처절하게 펼쳐보였다. 당시 37세였던 안성기와 36세의 전영선은 순수했던 소년기 모습은 사라지고 현실에 찌든 삶의 파편들을 스크린에 수놓았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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