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습니다] 36년간 쇠망치 두들긴 대장간 형제
[당신을 찾습니다] 36년간 쇠망치 두들긴 대장간 형제
  • 홍경희
  • 승인 2008.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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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정신으로 우리 것 지키던 대장장이 / 홍경희



[인터뷰365 홍경희] “무쇠를 녹여 농기구를 만드는 것도 하나의 작품이지요”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한평생 쇠망치를 휘두르며 대장간을 지켜온 형제가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에 거주하던 남상학(당시 65세), 남상운(당시 59세) 씨 형제가 그들이다. 디지털 혁명이라 일컬어지는 지금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그 당시에도 마찬가지로 옛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들에게 현대화의 물결은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었다.



그들의 일터는 30평 남짓한 낡은 집의 문간채 15평을 헐어 마련한 재래식 대장간. 형제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강도를 적당히 맞춰 정성을 쏟아 10여 가지 종류의 농기구를 만들고 있었다. 당시 취재기자에게 들려 준 형 상학 씨의 한 마디는 대장장이로서의 긍지가 한껏 묻어났다. “현대 기술이 좋다지만 기계로 만들어진 연장(농기구)이 우리 것에 비교하면 어림도 없지요” 실제로 호미 하나만 보더라도 기계로 만든 것보다 쇠망치로 두들겨 만든 것이 훨씬 더 단단하고 손에 감기는 느낌이 월등해 으뜸으로 친다.



충남 천안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상학 씨는 일제강점 시절 서울로 상경하여 4년여 동안 농기구 제작기술을 익히며 베테랑급 기술자가 되었지만 큰돈을 벌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후 압록강 수풍발전소 공사장으로 일자리를 옮겼다가 서울로 돌아와 ‘조선주조’에 몸담고 있던 중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조선주조’는 일본인이 경영하던 회사였는데 해방이 되면서 자연스레 회사가 문을 닫은 것이다. 졸지에 8명 가족의 생계가 막막해지자 그가 오래 전 익혔던 기술을 되살려 1945년 9월 대장간을 차리기에 이른다.



형제는 정성들여 만든 농기구를 시장에 내놓는 법이 없었다. 주문에 의해 맞춤 생산만 해왔던 것이다. 형제의 대장간은 전국 각지에 소문이 나 주문이 쇄도했다. 형제가 장인정신으로 만든 제품은 그만큼 우수한 품질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백발이 성성하지만 청년 못지않은 기운을 자랑하던 형제에게도 고민이 있었다. 도로가 들어서 대장간이 헐릴 예정이었던 것이다. “자리를 못 지키는 게 안타깝지만 옮겨서도 대장간은 계속 할 겁니다” 지금쯤 건강히 살고 계신다면 여든이 훌쩍 넘었을 두 분의 소식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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