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총각'과 '처녀'를 지칭한 우리 영화 순례 (91)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총각'과 '처녀'를 지칭한 우리 영화 순례 (91)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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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6년 한국판 '로미오 줄리엣'인 영화 '처녀별'의 하연남
- 처녀 뱃사공의 눈물나는 생활상을 그린 윤미라 주연의 '처녀사공'
- 총각의 연애와 대학생의 꿈을 그린 노주현의 성장통 인생계단 '말썽난 총각'
- 배우에서 여성 감독으로 활약한 최은희의 레디고 변신 '총각선생'
하연남 주연의 '처녀별'(1956)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우리 영화사에서 선남선녀를 가리키는 '총각'과 '처녀'를 지칭한 영화는 의외로 많다. 사전적 의미의 총각은 상투를 틀지 않은 남자란 뜻으로 결혼하지 않은 성년 남자를 말하며, 처녀는 아직 결혼하지 아니한 여자로 낭자와 처자로도 일컫는 말이다.

우리 영화에 처음으로 이 제목이 붙은 영화는 일제 강점기인 1939년에 상영된 신경균 감독의 '처녀도'다. 목장에 휴양차 내려왔다가 목장주인 딸과의 러브 스토리를 담은 영화로, 청순가련한 김신재와 김경이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당시 세트 촬영장에서 벗어나 서울 근교의 한 목장에서 연기를 펼쳐 보였다고 한다.

8·15해방과 6·25전쟁을 겪은 후인 1956년에는 유치진 원작의 '별'을 영화화한 '처녀별'이 상영됐다. 당파 싸움에 희생된 아버지의 원한을 복수하는 내용의 한국판 '로미오 줄리엣'으로, 남장여인 역을 맡은 하연남의 열연은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으며 절찬을 받았다. '처녀별'의 타이틀 롤인 하연남 여사는 현재 93세로 생존해 계시기도 하다.

1962년 간통 사건 스캔들에 휩싸인 최무룡과 김지미가 출연한 '나룻터 처녀'는 연기 변신에 나선 김지미의 토착적인 체취가 채색되어 인기를 끌었다.

'선술집 처녀'(1963)의 후광을 업고 1964년 태현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나루터 처녀'는 아버지(이예춘)를 모시고 억세게 살아가는 강가의 처녀를 보여주며 종래의 처녀상을 탈바꿈시켰다.

태현실 주연의 '나루터 처녀'(1964)

'유쾌한 3형제와 40인의 처녀'는 관광회사에 근무하는 양훈 구봉서 이대엽 3형제가 마산 방직공장에서 관광 온 40인의 처녀와 펼쳐지는 기상천외의 오락 영화로, 최지희를 비롯해 최난경 강미애 한미자(후에 한문정으로 개명)의 육체미로 스크린을 현혹시켰다.

또 1964년 이형표 감독의 '처녀도시'를 비롯해 홍성기 감독의 '처녀성', 심우섭 감독의 '처녀귀신', 가수 남진과 트로이카 여배우 남정임이 공연한 김묵 감독의 '처녀의 조건', 엄준 감독의 '처녀의 수첩'은 여성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처녀 사공'(1973)

1973년 개봉한 '처녀 사공'에서는 당시 '중고신인'이었던 윤미라가 심기일전하고 열연을 펼쳤는데, 이 영화로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그는 배우로서 승승장구하는 행운을 얻었다. 이 영화는 경북 월성군의 낙동강을 무대로 어부인 아버지와 9명의 가족의 생계를 위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처녀 사공의 생활상을 보여준다.

이후에도 '처녀'란 단어를 사용한 영화 타이틀로는 이성구 감독의 '처녀시절', 박윤교 감독의 공포영화 '백발의 처녀'와 윤정수 감독의 '여성의 처녀'가 있으며, 1977년 탤런트 김영란을 배우로 픽업한 문여송 감독의 '처녀의 성'은 문 감독의 고향 제주도에서 올 로케해 인기를 끌었다.

김수용 감독의 '도시로 간 처녀'(1981)

특히 1981년 유지인 이영옥 금보라가 출연한 김수용 감독의 '도시로 간 처녀'는 극장에서 상영 중 버스 여차장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극장 앞에서 데모가 벌어져 상영 중단이라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처녀 총각'의 대명사로 불리는 백일섭과 한정은 주연의 '갑돌이와 갑순이', 박상호 감독의 '남남북녀'의 신성일과 고은아도 잊을 수 없다.

조문진 감독의 '말썽난 총각'(1971)

총각이란 타이틀이 가장 먼저 붙은 영화는 1964년 신성일과 엄앵란 콤비의 '총각김치'다. 가수 현미가 이봉조 작곡의 영화 주제곡을 불러 히트했는데, 코러스로 쟈니 브라더즈가 참여했다. '달래볼까 울어볼까 하소연해도, 아무리 당신이 목석이래도, 뜨거운 나의 볼을 몰라 주실까'로 시작되는 이 곡은 매콤한 총각김치를 풍자적으로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

1971년 조문진 감독의 '말썽난 총각'으로 스크린 스타로 거듭난 탤런트 노운영은 예명을 노주현으로 바꾸고 김지미와 문희와 공연해 신성일의 독주를 견제하는 떠오르는 별이 되었다. 그는 1주일 후 개봉된 정소영 감독의 대완결편 '미워도 다시한번'에서 아역 김정훈의 청년 역을 맡아 각광을 받았다.

최은희 감독이 연출작 '총각선생'에서 신일룡과 나오미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최은희 감독이 1972년 연출작 '총각선생'에서 신일룡과 나오미에게 연기지도를 하고 있다.

한국영화사상 세 번째 여성 감독인 최은희는 1972년 신일룡과 나오미를 출연시킨 '총각선생'의 메가폰을 잡았다. 앞선 연출작인 '민며느리'와 '공주님의 짝사랑'의 사극 영화에서 벗어나 신선한 감각의 연출 솜씨로 유감없이 재능을 발휘했다.

1968년 '코미디 영화의 1인자' 심우섭 감독은 당시 학사 가수인 김상희가 불러 유행을 일으킨 '대머리 총각'을 동명 영화로 선보였다. 영화는 토정비결에 들뜬 세 청년, 대머리 총각 김순철과 발명가 구봉서, 그리고 건달 서영춘의 웃지 못할 야망과 허황된 꿈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이외에도 '총각원님'과 '축! 총각졸업'이 개봉되며 총각의 이미지를 영화로 담아냈는데, 1967년 이미자가 부른 김기덕 감독의 '섬마을 선생'(노래는 '섬마을 선생님')에서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선생님, 사랑한 그 이름 총각선생님'의 애달픈 메아리가 지금도 들려오는(?)듯 하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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