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자매가 출연한 한국영화(89)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자매가 출연한 한국영화(89)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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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스타 김지미와 여동생 김지애가 남긴 단 한편 영화 '푸른날개'
- 비운의 자매, 오수미(윤영희)의 교통사고와 동생 윤영실의 미스테리 실종사건
- 세 번째 리메이크 영화 이광수 원작 '유정'에서의 이미숙과 이미선 자매
- 미스코리아 언니 김성령과 아나운서 동생 김성경의 스크린 활약상
영화 '홍도야 우지마라'에 출연한 김지미
전택이 감독의 영화 '홍도야 우지마라'에 출연한 김지미(1964)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우리 한국영화 100년 사에 걸쳐 자매가 영화에 출현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동안 고전적인 배우만을 선호하는 대중성에서 탈피해 1957년 '황혼열차'로 데뷔한 서구적 이미지의 김지미의 등장은 스크린을 새롭게 채색하며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김지미는 '별아 내 가슴에'와 '산 넘어 바다 건너'의 인기를 몰고 1958년 홍성기 감독과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결혼식에 참석한 교복 입은 김지미의 여동생 김지애를 청첩인 전택이 배우가 눈여겨 보았다.

영화 '푸른날개'
김지미의 여동생 김지애를 배우로 발탁한 전택이 감독의 영화 '푸른날개'(1959)

전택이는 이듬해 김말봉 원작 '푸른 날개'를 감독하게 되고, 영화 기획으로도 일가견이 있던 그는 부인 노경희 스타와 숙의해 그녀를 배우로 픽업했다. 

이 작품은 청년 교사를 사이에 둔 여류 피아니스트와 중년 여인과의 삼각관계를 그린 통속극으로, 극 속 김지애는 여류 피아니스트로 출연했다. 영화는 졸속 선전과 중량감 있는 남배우의 부재로 박재란이 부른 '푸른날개'의 가락만 남긴채 10일 만에 간판을 내렸다. 김지애는 이 영화만을 남기고 '빨간마후라'의 쟈니 브라더스 멤버인 진성만과 결혼해 주부가 됐다. 

1983년 정지영 감독의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에 출연한 윤영실, 언니 오수미(본명 윤영희) 자매

영화배우로 활동하던 오수미(본명 윤영희)와 윤영실 자매는 파란이 중첩된 비운의 여배우들이었다. 이들 자매가 겪은 비극은 정말 형언키가 한스럽다.

언니 오수미는 1970년 박병호 감독의 '어느 소녀의 고백'으로 데뷔해 1973년 파리에서 올 로케한 신상옥 감독의 '이별'을 촬영하면서 로맨스가 싹텄다. 본부인인 최은희와 이혼한 신 감독과 두 자녀를 낳으며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켰고, 이후 사진작가 김중만과 결혼하는 등 드라마 같은 파란만장한 인생극은 1992년 미국 하와이 여행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종지부를 찍게 된다. 그의 나이 불과 41세였다. 

동생 윤영실은 1956년생으로, 1977년 무용학도를 거쳐 모델로 데뷔했다. 이후 홍파 감독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로 출연하며 언니와 함께 1983년 정지영 감독의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영화배우로 픽업됐다.

영화는 처제 도희(윤영실)와 내연의 관계인 성민(신일룡)은 도희와 짜고 별장의 호수로 아내 혜련(오수미)을 유인해 익사시킨 다음 집으로 데려와 연못에 빠트려서 실종사 한 것처럼 처리한다. 그런데 연못에 떠올라야 할 혜련의 시체가 사라지며 전개되는 미스터리 영화이다.

이 작품 이후 윤영실은 모델로도 인기를 구가하며 한창 스카우트 열풍을 일으켰으나, 1986년 의문의 실종 사건이 발생해 아무런 단서를 찾지 못하고 지금까지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두 자매의 삶은 비운으로 끝나고 말았다.

1987년 영화 '유정'에서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펼친 이미숙, 이미선 자매

이미숙과 이미선 자매는 1987년 춘원 이광수 원작의 '유정'에서 문학과 영상의 화려한 랑데부 속에 이정길을 사이에 놓고 불꽃 튀는 연기 대결로 화제를 낳았다. 1966년 남정임과 1976년 한유정에 이어 세번째로 리메이크한 '유정'에서 최석의 부인으로 출연한 언니 이미숙과 남정임 역할의 동생 이미선이 공연해 주목을 끌었다. 

김기 감독과 정광석 촬영의 화려한 연출과 영상미는 일본 북해도의 올 로케로 스크린을 수놓았다. 또 영화 제작 현장의 베테랑 박영실이 30년간의 제작 실무로 창립한 동영필름의 창립작품이기도 하다.

눈보라 속에 묻어버린 사랑 / 가고파 가고파라 / 님계신 고국땅 / 새가 되어 가고파라 / 구름되어 가고파라 / 울고파라 울고파라 / 님에 품에 안기어 / 이 한몸 눈물되어 / 한없이 울고파라 

서울과 동경 그리고 북해도를 종횡하는 머나먼 조국에의 노스탤지어가 명작의 향기를 타고 눈보라의 설원에서 메아리치는 라스트 씬은 잊을 수 없다.

자매 모두가 처음엔 영화와는 거리가 먼 분야에서 하이라이트를 받고 픽업된 후 명성을 떨친 자매들도 있다.

언니 김성령은 1967년생으로 1988년 올림픽의 열기가 뜨겁던 시절, 미스코리아 진으로 주목받았다. 1991년 강우석 감독의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데뷔해 대종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고 '숲속의 방', '가면', '궁녀', '방자전', '포화 속으로', '그것만이 내 세상' 등 17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보였다. 또 '조광조', '왕과 비', '명성황후'로 안방극장에서 고혹적인 미모와 연기를 선보였다. 

영화 '독전'(2018)에 출연한 배우 김성령.
영화 '구세주'에 출연한 배우 김성경.
영화 '구세주 리턴즈'(2017)에 출연한 배우 김성경.

1972년생인 동생 김성경 역시 1993년 SBS 2기 공채 아나운서로 활약하다가 2002년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뛰어난 미모와 재치로 방송계를 떠들썩하게 했다. 영화에서도 활약했는데, 2002년 '긴급조치 19호'를 비롯해 예지원이 국회의원이 되는 '대한민국헌법 제1조', '역전의 명수', '톱스타', '구세주'에 출연했으나 모두 흥행에 실패하면서 관객들은 그녀의 존재를 외면하고 말았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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