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풍경] 끝없이 침잠하는 우울, 그리고 부모와 자식...연극 '아들'
[앨리스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풍경] 끝없이 침잠하는 우울, 그리고 부모와 자식...연극 '아들'
  • 주하영
  • 승인 2020.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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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안 젤러의 가족극 3부작 中 마지막 작품
연극 '아들' 공연장면.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니콜라'(이주승)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의 우울의 깊이는 물 속으로 끝없이 침잠하는 소리로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원작 텍스트는 니콜라가 소파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도록 설정하고 있지만 국내 공연에서는 책장 옆 간이 의자에 앉아있는 니콜라의 모습을 통해 '불안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사진=연극열전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 ‘해리 포터’시리즈의 작가 J.K. 롤링은 우울증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우울증이 어떤 것인가를 설명하는 일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그녀는 “우울은 슬픔이 아니다. 슬픔은 울거나 느낄 수 있지만 우울은 차가운 감정의 부재이다. 정말로 속이 텅 비어버린 감정이다”라고 설명한다.

미국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우울증은 “매우 흔하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정서적 장애”이지만 심각할 경우 직장이나 가정에 제대로 적응할 수 없고 다양한 정서적, 신체적 문제를 동반하게 된다. 정신의학회는 이러한 우울증이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영국의 배우이자 작가인 스티븐 프라이는 우울증은 “나쁜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아닌 날씨와 같은 것”이므로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게 ‘왜 우울한지’ 묻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한다. 저널리스트 맷 헤이그는 “우울증에는 불을 끄는 스위치가 없다”고 강조하고, 미국의 시인 수잔 폴리스 슈츠는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일은 평생의 헌신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벗어나기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마음의 질병 ‘우울증’이 이토록 어렵고 힘든 것은 쉽게 드러나는 상처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아픈 사람의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주변 사람들은 상처 입은 사람을 배려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 상처를 가장 깊게 건드리는 존재는 가까운 가족, 즉 ‘사랑’을 말하는 부모, 형제, 자매, 배우자, 자식이 될 경우가 많다.

연극 '아들' 포스터./사진=연극열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아들’은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안 젤러의 가족극 3부작 중 마지막 편이라 할 수 있다.

2002년 22살의 나이에 첫 소설을 출판하고 2004년 세 번째 소설로 ‘앵테랄리에 문학상(Prix Interallié)’을 수상한 젤러는 2010년 ‘어머니(La Mère)’, 2012년 ‘아버지(Le Père)’, 2011년 ‘진실(La Vérité)’, 2015년 ‘거짓(Le Mensonge)’의 연극 작품들을 연작 형태로 발표하면서 프랑스 뿐 아니라 영국에서도 주목받는 극작가의 위치에 오르게 되었다.

특히 ‘아버지’는 2014년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올라 별 5개의 리뷰와 ‘올해 최고의 연극작품 리스트’에 선정되면서 “지난 10년 간 가장 호평 받은 새로운 극”이란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19년 런던에서 공연된 ‘아들(Le Fils/The Son)’은 알츠하이머를 다룬 ‘아버지’와 정체성 상실을 다룬 ‘어머니’에 이어 또 한 번의 정신 문제와 가족 관계를 다룬 작품으로 ‘더 타임스’로부터 “가족 3부작 중 가장 강력하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아들’은 원래 영어 버전으로만 공연하기로 계획되었던 작품이었다.

연극 '아들' 포스터./사진=연극열전

젤러는 ‘파이낸셜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연극 ‘아들’은 처음부터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인지한 상태에서 쓴 유일한 극”이며, 그 이유는 개인적인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올해 41살이 된 젤러는 아내 마린느 델테르메와 이전 연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과 두 사람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함께 키우고 있다. 아버지로서 자신의 개인적인 가정사가 반영된 작품인 ‘아들’을 영어로만 공연하기로 했던 것은 가족을 보호하려는 이유였지만 실제 작품은 2018년 가족으로부터 허락을 받은 후 파리에서 프랑스어로 먼저 초연되었다.

“교훈적이고 정치적인 극은 내 취향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젤러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인간관계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현하는 데 탁월한 극작가이다. 젤러가 불러오는 당혹스럽고 어리둥절한 상황들은 관객들에게 명확한 답을 주지 않으면서도 극장을 나서는 순간 끊임없이 생각하도록 만드는 특징이 있다.

‘가디언’의 평론가 마이클 빌링턴의 지적처럼 “감정을 생산하는데 가장 큰 재능이 있는” 젤러는 연극 ‘아들’을 통해 우울증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고 관찰하도록 만든다. 뿐만 아니라 부모가 되는 것의 어려움, 부모가 할 수 있는 선택의 두려움, 부모가 가진 상처가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공포를 함께 느끼도록 만든다.

막이 열리면 중년의 이혼한 부부가 불편한 듯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 남자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방문을 살핀다. 여자는 17살 된 아들 니콜라가 3개월 동안이나 학교를 가지 않고 숨긴 사실에 대해 걱정을 토로한다. 관객들은 곧 피에르라는 남자가 이혼한 뒤 소피아라는 젊은 여자와 새로운 가정을 꾸렸으며 방 안에는 새로 태어난 아기가 있음을 알게 된다.

연극 '아들' 공연장면.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닌 것 같다"면서 괴로움에 지쳤음을 호소하는 아들 '니콜라'(이주승)에게 "네 앞에 펼쳐져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니?"라고 말하며 그런 말 하지 말라고 달래는 어머니 '안느'(정수영)./사진=연극열전

아들 문제로 찾아온 자신을 향해 방해꾼인 듯 불편함을 드러내는 피에르에게 이혼한 아내 안느는 서운함을 느끼지만 학교를 3개월이나 결석했을 뿐 아니라 엄마가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하고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아들을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섬세하고 다정한 아이였던 니콜라가 갑자기 변해버린 것을 불안해하는 안느는 아버지인 피에르가 아들과 대화를 나눠볼 것을 바란다. 두려움에 떠는 안느를 진정시키면서 피에르가 말한다. “걱정하지 마. 괜찮을 거야. 내가 있잖아!” 안느가 대답한다. “아니, 이제 당신이 여기에 없으니까 문제지!”

끊임없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불안 장애 증세를 보이는 니콜라는 학교를 안 가는 이유를 다그쳐 묻는 아버지 앞에서 한숨을 내쉰다. 피에르는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는 아들이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부딪치고 싸워야 하는 거야!” 니콜라가 말한다. “나는 더 이상 싸우고 싶지가 않아!” 피에르는 엄마 안느의 삶이 니콜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렸음을 강조하며 기숙사 학교로 보내버릴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니콜라가 애원한다. “더 이상은 감당을 못하겠어. 삶이, 사는 게 너무 버거워! ... 뭔가가 바뀌기를 바라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어. ... 아빠하고 함께 살면 안 될까? 엄마는 나를 더 이상 감당할 수가 없어!”

연극 '아들' 공연장면. 엄마는 더 이상 자신을 감당할 수 없다면서 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다고 요청하는 아들 '니콜라'(강승호). 아버지 '피에르'(이석준)는 흐느끼며 자신이 미쳐가고 있음을 토로하는 아들을 걱정스러워한다./사진=연극열전

당황한 아버지 앞에서 니콜라가 흐느끼며 외친다. “나 진짜 미쳐가고 있는 것 같아.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관객들은 이미 니콜라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며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음을 인식한다.

피에르의 새로운 아내 소피아는 니콜라와 함께 살겠다는 남편의 선택이 못마땅하다. 소피아는 안느가 피에르의 죄책감을 자극하기 위해 니콜라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피에르는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들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음을 강조한다. 어린 시절 아픈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며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아버지를 향해 크게 분노했던 자신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피에르는 사경을 헤매는 아내와 그 곁을 지키는 10대 아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취미인 사냥 여행을 즐기고 지인을 만나 저녁 식사를 하던 아버지의 무관심을 용서할 수 없었던 자신을 떠올린다. 피에르는 자신은 결코 그런 아버지가 되지 않겠다고 결심한다. 피에르는 소피아와의 삶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소피아는 어린 아들 샤샤와 자신의 삶에 균열이 생길 것임을 확신하며 불안한 미소를 짓는다.

연극 '아들' 공연장면. 아들 샤샤를 낳고 처음으로 저녁 식사 초대에 응해 외출하게 된 '소피아'(양서빈)는 '니콜라'(강승호)의 눈빛이며 행동이 불안하고 정상으로 보이지 않지만 남편 피에르를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니콜라에게는 자신과 엄마가 버려졌음을 상기시키는 존재가 될 뿐이다./사진=연극열전

젤러는 극을 17개의 장면으로 구성하고 있다. 그 중 피에르가 니콜라와 함께 살게 되더라도 새롭게 꾸민 가정에 아무런 변화가 없을 것임을 공언하는 3장 끝부분부터 이탈리아로 피에르와 소피아, 샤샤가 여행을 가기로 했던 계획을 취소하게 되는 장면인 7장에 이르기까지 젤러는 4개의 장면을 온통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피에르의 아파트라는 공간 속에서 펼쳐 나간다.

3장 끝부분에서 니콜라는 책이며 아이 장난감, 서류 뭉치 할 것 없이 피에르의 집 거실에 있는 모든 물건들을 바닥에 폭력적으로 흩트려 놓는다. 아들 니콜라는 “마치 그 장소를 완전히 망가뜨리기라도 할 것처럼” 바닥에 물건들을 쓰러뜨린다. 소피아는 겁에 질린 채 한 쪽에 서 있지만 아버지 피에르는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 국내 공연의 경우, 이 장면은 니콜라의 우울의 깊이를 드러내는 연출로 다소 변경된 듯 보인다. 원작 텍스트의 후반부에서 사용되는 알비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편곡한 피아노 선율에 맞춰 물속으로 깊이 침잠하는 소리가 겹쳐지는 동안 니콜라는 피에르의 거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는다.

하지만 엉망이 된 거실은 관객들만 인식할 뿐 정작 무대 위에서 움직이는 배우들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듯 자연스럽게 공간을 활보한다. 젤러는 엉망이 된 무대 이미지를 통해 아들 니콜라가 겪는 우울의 원인이 아버지의 이혼과 재혼에 있음을 암시할 뿐 아니라 니콜라의 정신적 혼란스러움의 깊이가 더욱 위험한 방향으로 치닫게 될 것임을 관객들에게 미리 보여준다.

연극 '아들' 공연장면. '니콜라'(강승호)가 초대받은 파티에 가고 싶지 않은 이유가 춤을 못 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아버지 '피에르'(이석준)는 유전이나 다름 없는 자신의 형편없는 춤 솜씨를 선보이며 잠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사진=연극열전

부모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생명의 근원이 부모에게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혼자 자립할 수 있을 때까지 상당히 긴 시간 동안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인간이라는 종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은 끝이 없다고 말하지만 어른인 부모는 개인의 삶과 자식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삶 사이에서 간혹 갈등한다.

아파 누워있는 엄마를 홀로 돌보는 아들보다 정치인으로서의 삶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추구해야 할 사회적 삶이 더 중요했던 피에르의 아버지처럼, 피에르에게는 자신의 “행복할 권리”가, 새로운 사랑과 꿈꾸는 삶이 버림받았다고 느낄 아들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사실이다.

자신이 버려졌음을, 아버지의 선택에 자신이 최우선 순위에 있지 않음을 인식하는 아들 니콜라가 새롭게 꾸민 가정에서 ‘동생’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아버지 피에르를 보는 일은 우울의 깊이를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해를 함으로써 육체적 고통으로 “고통이 흘러갈 수 있게 길을 터준다”고 설명하는 아들에게 “모든 사람에게 다 힘든 순간이 있고, 지금은 두려움을 뚫고 통과해야 할 시간”이라고 말하는 피에르는 최악의 아버지일 수밖에 없다.

연극 '아들' 공연장면. '니콜라'의 상태가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을 부모에게 인식시키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과 거리를 둠으로써 문제 속으로 들어오지 않도록 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정신과 의사'(송영숙)와 '간호사'(안현호)./사진=연극열전

연극 ‘아들’ 속에서 가장 많이 되풀이 되는 피에르의 대사는 “이해할 수가 없네”이다. 반면 가장 많이 외면되는 아들 니콜라의 대사는 “살아지지가 않아. 사는 게 힘들어”이다. 피에르는 무엇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일까? 삶을 버거워하는 아들이었을까? 아니면 사실상 사람들은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향해 한 발자국씩 걸어가고 있다는 진실이었을까?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의 아들이, 자식이 삶이 아니라 죽음을 떠올린다는 사실을... 그만큼 고통 속에 허덕이는 이유가 정작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직면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결국 아버지 피에르가 보고 싶은 대로, 듣고 싶은 대로 둘러대던 니콜라의 거짓말이 드러나는 날 피에르는 아들을 향해 폭발한다. 돈 때문에 치열하게 삶 속에서 투쟁해야 했던 자신의 10대 시절과 달리 모든 것을 갖춘 아들이 무엇 때문에 인생이 힘들다고 말하는 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소리치는 아버지를 향해 니콜라가 말한다. “내가 이렇게 된 건 다 아빠 때문이야. ... 아빠가 역겨워!”

삶과 직장, 미래에 대해 거창한 것들을 늘어놓고 대단한 사람인양 뽐내지만 결국 뒤도 안 돌아보고 아무 쓸모없는 것처럼 엄마와 자신을 버리지 않았느냐는 아들의 비난은 비수가 되어 피에르의 심장에 꽂힌다. 피에르는 이성을 잃는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아들이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멱살을 쥐고 흔들어댄다.

니콜라의 말이 그동안 짐처럼 자신을 짓누르던 죄의식을 건드렸기 때문이고,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느꼈던 것과 똑같은 혐오의 감정을 아들이 자신을 향해 품고 있음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결국 피에르는 하지 말아야 할 말을 내뱉고 만다. “다른 여자와 사랑에 빠진 게 범죄니?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나도 내 인생을 다시 살 권리가 있어. 내 인생이야!”

연극 '아들' 공연장면. 자신이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달라졌을지도 모를 미래를 환영으로 보는 '피에르'(이석준)는 성공해서 돌아온 아들 '니콜라'(이주승)를 따뜻하게 품에 안는다./사진=연극열전

2019년 런던 공연에서 니콜라 역을 맡았던 배우 로리 키나스턴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 극은 마치 총에서 발사된 총알과 같다”고 묘사했다.

니콜라의 부모는 이미 총이 장전되어 있으며, 누군가의 손이 방아쇠 위에 얹어져 있고, 당기느냐 마느냐를 가늠하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 총이 겨냥하게 될 곳이 자신들이 아니라 이 모든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고 자신이 의미 없게 느껴져서 어느새 우울의 늪인지도 모르고 하염없이 하강하고 있는 아들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한다.

어머니인 안느는 아들 곁에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면서도 지속적으로 자신의 ‘안도’를 위해 어두운 그림자 속을 벗어나 남편인 피에르에게 기대고, 피에르는 자신의 아버지와는 다른 아버지가 되리라는 굳은 ‘결심’만으로 끝없이 잘못된 길로 향한다. 니콜라의 우울은 자식을 위한 사랑이라는 부모의 감정 아래, 자식의 밝은 미래만을 바라는 희망 안에, 내 아이가 죽음을 바랄 수도 있다는 공포로부터의 외면 속에 갇혀 버린다. 그리고 피에르의 아들을 위한 마지막 선택은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낳는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피에르가 마지막 순간에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달라졌을까? 니콜라가 피에르와 함께 살게 되는 일이 없었다면 달라졌을까? 안느가 아들의 “살려고 태어난 게 아닌 것 같다”는 말을 지나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까? 피에르가 이혼이라는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달라졌을까? 이 모든 것이 그저 우울증이라는 정신질환으로만 치부될 수 있을까?

연극 ‘아들’은 관객들을 향해 끝없는 질문을 던진다.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연결되는 질문들, 그 끝에서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 11월 2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가천대, 상지대 등의 대학교에 출강해오면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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