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가족간 소통부재를 코믹한 해프닝으로 풀어낸 연극 '무지개의 끝'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가족간 소통부재를 코믹한 해프닝으로 풀어낸 연극 '무지개의 끝'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2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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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간 소통부재를 혼령으로 뚫는 여섯 배우들의 열정...재미 넘치는 채수욱 작 연출의 신작
- 무대를 갤러리처럼 꾸미고 소품도 동화처럼 살짝 비틀어 매력 발산
출처=창작집단 오늘도 봄 인스타그램
채수욱 작·연출의 창작 초연 '무지개의 끝' 공연 장면./사진=창작집단 오늘도 봄 인스타그램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Something New!!!"

서울예대 강단에 섰을 때 가장 강조했던 용어다. 주제나 접근 방법, 표현 방식 중 어디 하나만 달라도 새롭게 보인다고... 

코로나 와중에도 대학로 소극장 공연을 몇편 보았지만 새롭지도 재미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노을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채수욱 작·연출의 창작 초연 '무지개의 끝'(~20일까지 공연)을 보며 작지만 '뭔가 새로움'을 느꼈다. 

'실험적 코미디'란 부제를 단 이 무명 작가의 작품은 기성 연극, 특히 가족극과 비교할 때 별반 새로울 것이 없는데 뭔가 살짝 비튼 시도가 새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당겼다. 

대학로 연극은 처음이라는 채수욱 작가 겸 연출은 가족간 소통부재를 코믹한 해프닝으로 풀어냈다.

아버지 제사를 지내기 위해 치매 할머니(백은경)를 모시고 사는 엄마(조주경)집에 딸(백선우)과 사위(박수연), 아들(김호준)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러나 이해타산이 다른 가족들 대화는 서로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확신으로 인해 럭비공처럼 엉뚱한 방향으로 튀고 웃지못할 해프닝을 유발한다. 실타래처럼 얽힌  가족 갈등은 귀신 아빠(공재민)와 치매 할매의 영매로 소통의 해결점을 찾고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채수욱 작·연출의 창작 초연 '무지개의 끝' 공연 장면./사진=창작집단 오늘도 봄 인스타그램

이런 스토리의 가족극은 많은데 이 작품은 배우술을 최대 무기로 삼으면서 기존 연극에서 매너리즘에 빠진 무대의 포장을 달리해 관객에게 새 것 같은 인상을 안겨줬다. 

무대를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꾸미고 소품에 대한 고정관념도 비틀어 보여주었다. 

무대 디자이너 장호는 집의 실내를 갤러리처럼 이쁘게 꾸몄다. 기하학적 디자인의 작품이 문짝으로 변신하고, 제삿상의 제수도 꽃으로, 술주전자는 물뿌리개로, 술잔은 화분으로 대체했는데 어색하지 않고 유니크했다.  

무대디자인과 소품, 조명(손정은)과 음악이 좋아도 배우들이 앙상블을 이루지 못하면 재미를 줄 수 없다. 그런데 이 작품에 출연하는 6명의 배우들은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코미디의 생명인 순발력 넘치는 동작과 화술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채수욱 작·연출의 창작 초연 '무지개의 끝' 공연 장면./사진=창작집단 오늘도 봄 인스타그램

엄마 역 조주경이 노련한 연기로 스피디한 극의 중심을 잡고, 이기심이 강한 딸 역 백선우와 현학적인 영화감독 아들 역 김호준이 엄청난 성량과 파워로 무대를 휘젓는다. 그러나 치매인듯 생시인듯 경계를 넘나드는 할머니 역 백은경과 속터지는 상황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위 역 박수연의 개성이 가해지지 않았다면 웃음도 재미도 반감됐으리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멀티 역 공재민 배우가 막힌 곳 뚫어주는 해결사 역을 톡톡히 해냈다. 

마스크를 안쓰고 예전처럼 느슨한 자세로 보았다면 시종 웃음이 터질 공연인데 입마개로 새어나오는 키득이는 웃음이 고작이어서 안쓰러웠다. 코미디라고 하지만 간헐적으로 쓴 웃음이 나오는 불랙코미디인만큼 배우들이 목청을 좀 낮추더라도 작품의 맥과 호흡을 더 꼼꼼하게 짚어나갔으면 더욱 재미있고 메시지도 진하게 전달되는 공연이 되었을 것이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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