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모든 군인상을 다룬 이만희 감독 (82)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모든 군인상을 다룬 이만희 감독 (82)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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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 영화의 화신' 이만희 감독의 출세작 '돌아오지않는 해병'
- 바다를 지키는 해군 함정 'YMS 504의 수병'들의 투혼
- 동족상잔의 비극을 고발한 '싸리골의 신화'
- 창공을 지키는 보라매 조종사의 훈련과 애환 '창공에 산다'
'만추'와 '귀로' 등 문예 영화의 수작을 남긴 이만희 감독. 특히 이 감독은 51편의 영화 중 11편의 전쟁 영화와 함께 하며 '전쟁 영화의 대가'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다./사진=영상자료원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원로스타 신영균이 스크린에서 육·해·공, 그리고 해병대의 군인상을 연기하며 제복 입은 늠름한 모습을 각인시켰다면,([관련기사] 모든 군인상과 인민군을 연기한 신영균) 이만희 감독은 51편의 영화 중 11편을 전쟁 영화와 함께했다.

이 감독은 6·25 전쟁 중 통신 부대에서 암호병으로 근무했는데, 함께 복무했던 방송인 송해, 편거영 감독과 영화계에서 재회했다. 

그는 1975년 4월 13일 44세란 한창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당신은 포탄 속을 묵묵히 포복하는 병사들 편이었고 좌절을 알면서도 인간의 길을 가는 연인들 편이었고 그리고 폭력이 미워 강한 힘을 길러야 했던 젊은이의 편이었다"는 이 감독의 묘비명에 써진 글귀는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만희 감독

이 감독의 출세작은 그의 여섯번째 영화인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이다. 당시 타이틀이 문제가 되었는데,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라면 모두 죽어 돌아온 해병들을 뜻하는 게 아니냐며 타이틀을 바꿀 것을 요구한 지휘관에게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란 적을 앞에 두고는 결코 돌아서지 않는다는 용맹성을 상징한 것이다"고 강조하자 그대로 수긍했다고 한다.

귀신 잡는 해병의 긍지를 안고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해병 제1연대 3중대 소속의 해병 분대는 호랑이 분대장 강대식(장동휘)의 인솔로 상륙작전을 감행하는 투혼을 발휘한다. 이만희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서울 인구 250만 명일 당시 2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전쟁 영화로서 큰 성과를 거뒀다. 

이만희 감독의 대표작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육해공 그리고 해병대 각군별로 가장 영화화가 힘든 분야가 바다를 수호하는 해군이다. 이 감독이 '돌아오지 않는 해병'으로 흥행과 작품성이 대박을 치자 해병대의 큰집 격인 해군본부에서 "해병대 영화는 만들고 왜 해군 영화는 만들지 않느냐"는 강요로 제목도 생소한 'YMS 504의 수병'을 연출했다. 

그러나 군함에서 촬영을 할 수도 없었고, 당시 세트 기술도 전무했다. 영화 기술 상의 난제로 함정 간의 전투신 대신 간첩선을 추적하기 위해 육지로 올라가 적군의 다리를 폭파하고 귀순하는 모양새로 땜질했다. 해군 영화는 '잊을 수 없는 애정'과 '연평해전'만이 있을 정도로 우리 영화의 무풍지대이기도 하다.

이만희 감독의 '싸리골의 신화'(1967)

육군 출신의 이 감독은 4편의 육군 주제의 영화를 선보이며 '전쟁 영화의 대가'로 명성을 떨쳤다.

1967년 선우휘 원작의 '싸리골의 신화'로 '7인의 여포로' 사건(1965년 이만희 감독은 영화 '7인의 여포로'로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는 고초를 겪었다. 영화는 혹독한 검열을 거쳐 '돌아온 여군'으로 이름을 바꿔 상영됐다.)으로 인한 '용공(容共)'의 불명예를 한 번에 씻어냈다. 

'싸라골'이란 한국땅 어느 두메 고을을 말한다. 그러나 한국땅 어느 마을에도 싸라골이란 마을은 없다. '이 이야기는 한국땅 어느 곳에서 벌어진 한국 사람들의 이야기다'는 소설의 내레이션으로 여름날 느티나무 아래에서 장기를 두는 두 노인을 통해 펼쳐진다.

이 평화스러운 마을에 9명의 국군 잔류병이 들어오면서 '싸리골의 신화'는 전쟁의 격랑 속으로 빠져든다. 군인과 마을 주민이 합세해 마지막에 인민군을 격퇴하는 개펄 염전 장면은 압권이다. 최남현의 열연은 이 영화의 백미이기도 하다.

이만희 감독의 '창공에 산다'(1968)

이 감독은 1968년 신성일과 김성옥 그리고 백영민을 삼총사로 엮어 '창공에 산다'를 연출했다. 영화는 이들이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조종사 비행학교에 입교하면서 펼쳐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보라매의 행보를 명랑하게 묘사했다. 공군 파일럿의 꿈과 낭만을 이 감독 특유의 앵글로 투시했는데, 신성일은 군복 중 공군 제복이 여자들 한테 제일 인기가 좋았다고 술회했다.

이 감독은 1967년 이인호 소령의 희생정신을 그린 '얼룩무늬의 사나이'와 '냉과열'을 전쟁 중인 베트남 현지에서 로케를 진행했으며, 현장에서 배우를 구할 수 없어 직접 출연하기도 했다. 

이 감독의 '만추'와 '귀로', '흑맥', '시장'은 문예 영화의 수작으로 꼽힌다. 그는 1975년 유작이 된 '삼포가는 길'의 이상향에 도달하였을까?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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