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목욕탕이 배경인 영화 엿보기 (79)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목욕탕이 배경인 영화 엿보기 (79)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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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상천외한 목욕탕을 테마로 김희갑 연기가 일품이었던 '희갑이 목욕탕 개업하다'
- 천시자 데뷔작 '욕탕의 미녀사건', 미성년자 관람불가 꼬리표 따라 붙어
- 터키탕을 배경으로 한 김혜정 주연의 '육체의 문'
- 인생축소판 '억수탕'에서 훔쳐보는 세상만사 목욕탕 풍경
1963년 안성찬 감독의 '희갑이 목욕탕 개업하다'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대중매체인 영화는 예술과 오락의 쌍두마차로, 21세기를 쉼 없이 달려오면서 '화수분'처럼 숱한 아이디어로 관객을 끌어왔다.

영화에서 금단의 영역이었던 '목욕탕'은 그야말로 상상도 못 할 스크린의 '치외법권' 지대였으나, 1963년 안성찬 감독의 '희갑이 목욕탕 개업하다'는 기상천외한 영화로 화제를 모았다. 
 
영화 타이틀에 특정 배우의 이름을 붙여 관객의 구미를 당기려던 시도는 1959년 '홀쭉이 뚱뚱이 논산훈련소에 가다'가 처음으로, 이 영화는 대성공을 거두며 한때 붐을 일으켰다. 그 후 '후라이보이 박사소동'과 '구봉서의 벼락부자', '합죽이 막동이의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등이 대중 몰이를 하면서 '지미는 슬프지 않다'와 '남정임 여군에 가다', '형사 배삼룡'까지 등장했다. 

'희갑이 목욕탕 개업하다'는 추석 전날 욕탕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엮은 코미디물이다. 목욕탕 주인 희갑은 소문난 구두쇠로 항상 목욕탕 안에서 손님들이 물을 많이 쓰는지 신경을 쓴다. 특히 이 영화는 60년대 팔등신 미녀 이빈화, 최지희, 방성자의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1964년 천시자의 데뷔작 '욕탕의 미녀사건'

1964년 뉴 페이스 천시자의 등장은 충무로를 경악시켰다. 천시자의 데뷔작 '욕탕의 미녀사건'의 선전물에는 반드시 '성인영화,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천시자는 시원하고 깨끗한 용모, 유럽풍 여성의 체취를 풍긴다는 수식어로 예명과 함께 각광받았다.

신문기자인 그(김석훈)는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바의 여급(호스티스)인 유리(천시자)의 집을 찾아간다. 그녀는 욕탕에서 피살되어 있었다. 살인혐의를 받게 된 그는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 진범을 찾는다. 범인은 그녀 약혼자의 동료 여급이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키스 신과 목욕탕 장면을 보여준 윤인자와 도금봉, 양미희, 그리고 장동휘, 김석훈, 허장강, 최남현이 '욕탕의 미녀사건'을 중량감 있게 보여줘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를 연상시킬 정도로 천시자의 풍만한 육체와 욕탕에서 난무하는 카메라의 앵글은 장난스럽기도 했다. 천시자는 그 후 '불량소녀 장미', '모녀비곡'과 국내 최초 베트남 현지 로케 영화인 '맹호작전' 등 12편을 남기고 은퇴했다. 

이봉래 감독이 1965년 발표한 '육체의 문'

'만약 여자의 육체에 문이 있다면 그 문패에 불행의 문이라고 써놓을 테야!'

시인이며 영화평론가 출신인 이봉래 감독이 1965년 발표한 '육체의 문'은 카메라 렌즈로 암울한 사회를 냉소적 시각으로 파헤친 사회 통속물이다.

'행복의 조건'으로 메가폰을 잡은 그는 '3등 과장', '월급쟁이', '행주치마'를 연출하며 당시 사회상을 가감 없이 스크린에 담아내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육체의 문'은 1960년대 터키탕으로 불렸던 목욕탕의 일종인 증기탕을 배경으로 한다. 이 곳에서 마사지 걸로 일하던 은숙(김혜정)은 새로운 삶을 꿈꾸며 증권회사 직원(남궁원)을 만나 결혼을 한다. 그러나 그는 돈을 탕진하고 이복동생(방성자)과 불륜관계로 헤어진다. 자포자기한 은숙(김혜정)은 다시금 터키탕 마시지 걸로 출발한다는 스토리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억수탕' 

곽경택 감독은 영화 '친구'(2001)로 명성을 날리기 전인 1997년 영화 '억수탕'을 내놓았다. 고향인 부산의 어느 목욕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억수로 웃기는' 목욕탕 코미디 영화로, 훔쳐보는 인생축도를 그렸다.

영화는 목욕탕이라는 대중시설을 배경으로 이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세상만사 에피소드를 다뤘다. 여장을 하고 여탕을 누비다가 붙잡힌 남자, 성병 걸린 스님, 러시아에서 온 소매치기 여인, 호기심 많은 아이들 등 대중적이지만 다루기 힘든 목욕탕 이야기들을 대담하게 담았다. 목욕탕을 무대로 우리 영화 100년 사에서 누드 씬이 가장 많은 영화로 기록된 이 영화는 방은희의 파격적인 열연이 인상 깊게 남아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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