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얄개전'을 통한 영화 변천사 (77)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얄개전'을 통한 영화 변천사 (77)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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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살스러운 짓을 하는 아이', 꼬마 안성기의 폭소만발 '얄개전'
- 고교물의 전성시대를 연 이승현의 '고교얄개'
- 얄개시대의 괴짜들이 공연한 '대학얄개'
- 여장으로 자아를 찾는 '신입사원 얄개'
하이틴물의 전성시대를 연 1976년 '고교얄개' 장면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1957년 다섯 살에 '황혼열차'로 영화에 데뷔해1962년 '아낌없이 주련다'로 꼬마티를 벗은 안성기는 '얄개전'(1965년)에서 본인의 나이에 걸맞은 개구쟁이 '얄개'로 변신해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조흔파 원작의 '얄개전'은 부산 피난시절 1954년 학생잡지 '학원'에 연재되어 서대신동 책방에서 깔깔거리며 읽던 66년 전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킨다. 

원작 소설을 어떻게 영화로 그려낼지 궁금했는데 확실히 영화가 가진 마력은 소설보다 컸다.

영화 '얄개전' 장면/사진=한국영상자료원 

주인공 얄개 두수(안성기)와 그의 짝패인 용수(정현철)의 흐뭇한 우정을 중심으로, 예배시간에 아리랑을 부르고 '백지동맹'에 앞장서며 여학생 안인숙의 뒤를 쫓아다니는 행태를 밉지 않게 보여줘 웃음을 자극하는가 하면, 건강한 청소년의 열정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

영화 속에서 안성기가 펼치는 기상천외한 개구쟁이 행각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날 정도로 재밌고 생기가 넘쳤다. 이후 안인숙은 성인배우로 성장해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년)에서 경아로 열연했고 안성기 역시 이장호 감독의 '바람 불어 좋은날'(1980년)로 연기력을 인정받아 국민배우로 오늘날까지 스타로 사랑받고 있다.

영화 '고교얄개' 포스터(1976)

'얄개전'이 나온 지 11년 후인 1976년 '고교얄개'가 나와 하이틴물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바로 이승현의 출연으로 '고교' 타이틀은 전매특허 처럼 흥행의 보증수표가 되었고, '고교우량아'와 문여송·김응천·석래명 3인 감독의 옴니버스 영화 '우리들의 고교 시대', '고교 명랑 교실' 등이 청소년층에서 사랑을 받았다.

나두수는 고교 2년생으로 온갖 사건을 일으키는 말썽꾸러기이다. 하지만 따뜻한 우애의 인정미도 있어 급우 호철의 어려움을 보고 자신이 직접 나선다. 누나(정윤희)와 매형(하명중)을 동원해 병원비를 조달해 치료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승현과 '꼬마신랑'의 김정훈, '왕의 남자'의 진유영 그리고 '낭궁동자'의 강주희로 엮어지는 꿈 많은 고교시절의 단상이었다.

김응천 감독의 '대학얄개' 장면과 포스터.

얄개시대의 '괴짜'들은 1982년 '털보' 김응천 감독의 '대학얄개'로 포문을 열었다.

'진짜 진짜 잊지마'의 이덕화를 선봉장으로 '푸른 교실'의 전영록, '여고 얄개'의 김보연, '얄개 행진곡'의 강주희, '꽃밭에 나비'의 손창호, '고교얄개'의 이승현 그리고 그룹 송골매까지, 이들이 엮는 대학 버전 얄개 시리즈다.

얄개의 고교 동창생들은 모두 대학에 입학했으나, 장난꾸러기 승현은 병고로 결석을 많이해 유급된다. 대학생이 된 친구들과 소외되며 주희마저 멀어지게 되자 승현은 외톨이가 된다. 개구쟁이 짓을 하며 공부를 등한시한 그를 보다못한 덕화는 우정의 주먹을 날리고 함께 울어준다. 승현은 선배와 친구의 격려로 당당히 대학생이 되어 주희와 옛날처럼 다정한 사이가 되어 '대학 얄개'로 변모한다는 내용이다. 

이승현 조용원 주연의 영화 '신입사원 얄개' 포스터.사회초년생이 되어 작업전선에 나선 얄개 스토리다.

소년기와 사춘기 그리고 캠퍼스의 낭만과 연애시대를 마감한 우리들의 '얄개'는 영화 '신입사원 얄개'에서 사회초년생이 되어 작업전선에 나선다. 

승현은 생활이 곤란해 신입사원 면접을 보지만 윙크하듯 눈을 깜박거리는 버릇으로 번번이 낙방한다. 끝내는 여장을 하고 입사에 성공해 늘씬한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신임을 받는다. 그러다 준희(조용원)의 진심어린 마음에 감화된 그는 여장의 가면을 벗고 진실을 찾아 새로운 삶을 찾는다는 스토리다. 

개구쟁이 얄개에서 사회인으로 성장한 신입사원 얄개가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모습이 21세기엔 재현될 수 있을지를 기대해본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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