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데뷔작에서 신성일과 호흡을 맞춘 여배우들 (74)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데뷔작에서 신성일과 호흡을 맞춘 여배우들 (74)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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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만희 감독이 픽업한 1965년 '흑맥'의 문희
- 청초한 홍대 2년생을 스카웃한 '난의비가'의 고은아
- '청춘극장'에서 신성일과 공연한 데뷔작의 히로인 윤정희
- 우리 민족의 고전 '춘향'으로 몽룡 신성일을 만나 데뷔한 홍세미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문희, 윤정희, 홍세미, 고은아, (사진 중앙)신성일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1960년대는 엄앵란을 비롯한 수많은 여배우들이 신성일의 파트너로 스크린을 수놓았다.

1960년 '로맨스 빠빠'로 시작해 2013년 '야관문'에 이르기까지 그와 호흡을 맞춘 여배우는 어림잡아 108명에 달한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영화의 충무로 전성시대를 풍미한 '트로이카 여배우' 중 가장 먼저 청춘스타 신성일과 공연한 스타는 문희로, 데뷔작인 1965년 이만희 감독의 '흑맥'에서였다. 문정숙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를 담아 본명 이순임을 문희란 예명으로 지었다. 문희는 당시 김지미와 엄앵란의 판세를 뒤집고 신선한 이미지를 부각해 1966년 정진우 감독의 '초우'에서 신성일의 확실한 콤비로 등극했다.

영화 '흑맥' 장면

문희를 시발점으로 남정임과 윤정희가 등장하면서 영화 제작자들은 30여 편에 이르는 일명 ‘가께모찌’라 불리던 겹치기 출연 촬영으로 스케줄을 잡기 힘든 상황이었고, 신인 오영일과 가수 남진이 문희와 콤비를 이루기도 했다.

그 후 문희는 1968년 '미워도 다시한번'으로 신영균과 4편의 영화에 함께 출연했다. 신성일과는 1971년 '카츄사'와 최초의 70㎜ 영화 '춘향전'으로 고전의 향기를 스크린에 발산했다. 

신성일과 함께 출연한 고은아의 데뷔작 '난의 비가'

1965년에는 또 한 명의 여배우가 혜성처럼 등장했는데, 당시 홍익대학교 2학년생인 이경희(본명)였다. '난의 비가'에서 '맨발의 청춘'으로 승승장구하던 신성일의 상대역으로 관심을 끌었으며, 김기덕 감독의 '남과북' 히로인 엄앵란이 연기한 고은아의 이름을 데뷔 영화에 예명으로 사용해 신선함을 안겼다. 

영화에서 고학생 역을 맡은 신성일은 스키장에서 고은아를 사귀게 된 후 군에 입대한다. 그녀는 연골육종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병원에 입원하고, 휴가를 나온 신성일은 이 사실을 알고 병원을 찾아가 고은아와 재회한다. 사랑과 죽음의 기로에서 순수한 사랑을 나누지만, 그녀는 병마를 이기지 못하며 세상을 떠난다. 고은아는 신성일과 22편의 영화를 찍으며 '갯마을', '물레방아', '소복', '과부', '율곡과 신사임당' 등을 남겼다.

윤정희의 데뷔작 청춘극장(1967) 장면. 윤정희는 데뷔 첫해 신성일과 6편을 내놓았다.

1967년 강대진 감독의 '청춘극장'으로 데뷔하며 트로이카 여배우의 막차를 탄 윤정희는 1944년생으로 본명은 손미자였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유한철 박사가 '동양적인 고전미와 이지적인 아늑한 풍모'에 착안해 예명을 지었다고 한다. 윤정희는 데뷔작 '청춘극장'의 기세를 몰아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영화화한 김수용 감독의 '안개'에 출연하며 문예영화의 대표적인 뉴 페이스로 떠올랐다. 신성일과는 데뷔 첫해 6편을 내놓았다.

윤정희는 신성일과 15년간 데뷔작부터 1992년 박철수 감독의 '눈꽃'까지 함께 가장 많이 출연한 콤비가 됐다. 그녀는 '까치소리', '장군의 수염', '포옹', '야행', '위기의 여자',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 등 스크린의 불사조로 이름을 남겼다. 

신성일과 함께 호흡한 홍세미의 데뷔작 '춘향'(1968)

신성일은 한국영화 100년사의 영원한 고전으로 불리는 '춘향전'에서 두 번이나 '이몽룡' 역으로 열연했다. 

홍세미는 1968년 데뷔작 '춘향'에서 신성일과 함께 출연했다. 1947년생인 그녀의 본명은 도홍숙이다. '세계를 드넓게 떨치는 미녀'란 의미로 작명했으나, 정작 영화는 김수용 감독의 '옥합을 깨뜨릴 때', '본능' 등 16편에 불과했다. 신성일과는 '춘향' 한편으로 세기상사에 전속계약으로 묶여 '무정검', '백면검귀' 같은 무협물에 출연했으나,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다. 

영화에 첫 출연한 데뷔작에서 신성일의 파트너로 출연한 여배우로는 이만희 감독의 '태양 닮은 소녀'의 문숙을 비롯해 '레데의 연가'의 윤석화, '천국의 계단'의 이아로, '춘몽'의 박수정, '일본인'의 여수진, '포옹'의 김창숙, '혈투'의 나하영이 있다. 가수로는 '속 이별'의 패티 김과 '들개'의 정훈희 그리고 '7인의 숙녀'의 이영숙이 스크린을 수놓았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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