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바디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바디는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다
  • 김우성
  • 승인 2008.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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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바디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 김우성



[인터뷰365 김우성]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대중음악계에도 수많은 장르가 새롭게 생겨났다. 이 가운데 첨단 전자악기를 이용한 일렉트로니카 음악 역시 주류로 올라선 지 오래다. 일렉트로니카 음악에서의 보컬은 전자악기 사운드에 묻혀가는 방식을 주로 택한다. 최근 어쿠스틱 밴드 <이바디>를 결성한 호란의 몽환적 보컬은 <클래지콰이>의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사운드 속에서 더욱 두드러지며 팬들의 귀를 자극한 바 있다. <이바디>(거정, 저스틴 김, 호란)의 1집 ‘STORY OF US'는 나른한 봄날 한 편의 수필집을 본 듯한 서정적 앨범이다. <클래지콰이>에서 그녀의 보컬이 다른 악기들과 진하게 포옹하고 있었다면 <이바디>에서는 다른 악기들과 편안하게 손을 잡고 있는 것이다. 따스한 봄바람을 타고 날아 온 그들을 만났다.



<이바디>가 한시적 프로젝트가 아닌, 앞으로도 지속될 작업이라고 들었습니다. 구체적 계획이 있는지요.


(저스틴)구체적 계획이라기보다는 일단 호란 씨가 <클래지콰이>를 병행하잖아요. 곧 <클래지콰이> 앨범이 나오면 그 이후로 아마 <이바디>의 앨범이 또 준비가 될 겁니다.

(거정)저희의 마음은 프로젝트를 뛰어 넘은 팀이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음악적으로 통하는 것과 서로 추구하는 것들이 같기 때문이죠. 일시적이라는 시선은 절대 오해입니다.





하지만 호란 씨가 <클래지콰이>에서 잠깐 나온 걸로 인식하는 분들이 많은데 <클래지콰이>와 <이바디>는 엄연히 다른 두 개의 팀으로 생각한다는 말이죠?


(호란)그렇죠.



앨범을 들어보면 꼭 노랫말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날씨라든지, 계절, 시간대 등이 다양하게 반영되어 있는 느낌입니다. 오랜 시간을 두고 해온 작업인가요. 세 사람이 만나고부터 시작된 작업인가요.


(거정)만들어져 있던 것, 만나서 만든 것, 호란 씨가 가지고 온 것 등이 섞여 있습니다. 물론 전에 써놓은 곡들도 있었는데 호란 씨를 만나면서 색깔도 새롭게 입혀졌고요. 원래는 남자 보컬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놓은 곡이었으니까요. 저스틴과 저는 꽤 오랜 시간 작업을 해왔던 사이인데요. ‘플럭서스’라는 곳에 몸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호란 씨를 알게 되었고 그 안에서 점점 친해지다 보니까 서로의 음악 성향과 추구하는 것들이 앞서 말한 것처럼 통한다는 걸 느꼈죠. 당연히 서로에게 호감이 가게 되었는데 그 기간이 굉장히 짧았습니다. 호감이 가는 동시에 “우리 한 번 해보자. 더 누굴 찾겠느냐”해서 빨리 진행이 되었습니다. 데모작업(새로운 곡을 발표하기 이전 스스로 녹음하는 단계)을 준비하는 기간을 돌이켜봐도 처음 만난 순간부터 녹음 들어가기까지 한 달이 채 안 걸렸습니다. 데모작업이 그대로 앨범 콘셉트가 되어버렸고요. 곧바로 “머리 싸맬 필요 없다. 녹음하자”했던 것이 총 기간을 따지자면 데모작업 포함 4~5개월 정도?



노랫말에 시각과 청각을 넘나드는 시적인 표현들이 많습니다. 평소에도 글을 많이 쓰는 편인가요?


(거정)호란 씨 같은 경우는 작가이기 때문에. 하하(그녀는 얼마 전 산문집 ‘다카포’를 출간했다). 호란 씨의 가사를 보면 ‘시’라고 생각해요. 저나 저스틴도 글 쓰는 걸 무척 좋아합니다. 일기를 쓰더라도 시적으로 표현하고 싶고. 음악이라는 게 창의적인 직업이잖아요. 글에 있어서도 별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뭔가를 그려낼 수 있는, 느낌 있는 글쓰기를 좋아합니다.



(거정과 저스틴 김) 두 분 프로필을 보니까 취미가 그림이던데요. 단순한 취미인가요?


(저스틴)원래 미술을 전공 했었는데 중도에 그만두고 음악을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림이 음악보다 떨어진다는 말은 절대 아니지만 그림은 보여줄 수만 있는 데 비해 음악은 보여줄 수도 있고 들려줄 수도 있다는 것에 큰 매력을 느꼈습니다.





이바디가 소개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 짧은 기간에라도 혹시 ‘이건 이바디가 아니다’ 싶은 부분, 잘못 알려졌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지요.


(호란)잘못 알려졌기보다는 이바디에 대해서 선입관을 갖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게 하나는 ‘프로젝트 그룹’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어렵다’는 거예요. 저희 음악이 좋게 말해 ‘고급스럽다’ 나쁘게 말하면 ‘어렵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들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던데요.


(거정)어쿠스틱 음악이 요즘 많이 없었으니까 들어보시기 전에 하시는 말씀들인 것 같아요. 들어보신 분들에게서는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본 적이 없는데 말이죠.



특히 호란 씨의 경우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고급스러움’이라든지 ‘세련됨’이라는 이미지의 고착화에 대해 부담은 없었나요?


(호란)글쎄요. 오히려 이용했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클래지콰이> 때 그랬던 것 같아요. 음악 자체가 그런 부분들이 있고. 지금은 그냥 편해요. 저희 음악이 기사에 ‘쌩얼’, ‘솔직’, ‘담백’이라 표현되어지던데 편하기도 하고 고급스러운 음악이기도 해요.



<꽃놀이>나 <벤치>같은 곡들은 직접 경험을 토대로 지은 노랫말인가요? 각각의 곡에 담겨있는 사연이 궁금합니다.


(호란)<꽃놀이>는 직접 겪었던 일을 그대로 쓴 거고. <벤치>는 직접 겪었다기보다는 마음이 노랫말과 같은 상태였을 때 쓴 거예요.

(거정)12번 트랙 <초코캣>은 원래 그 버전이 아니었습니다. 마지막 곡이니까 발랄한 느낌을 살려보려고, MT 가서 캠프파이어 할 때의 모닥불 타는 소리와 파도소리, 그리고 통키타 소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담아보고자 했는데 그게 현실화되지 않아서 안타까웠죠.

(저스틴)<초코캣>에 고양이 소리가 나오는데 고양이 섭외가 어려워 호란 씨가 고양이 소리를 직접 낸 거예요. 하하.



(거정)또 <그리움>이라는 노래는 ‘그리움’에 대한 호란의 감성이 데모작업에서 했던 그대로 앨범에 들어갔습니다. 스튜디오에서 따로 녹음을 한 게 아니라 “오빠, 가사 써왔어” 하기에 “그래? 그럼 우선 대충 불러봐” 했던 게 느낌이 너무 좋아서 그대로 앨범까지 가게 된 것이죠.

(호란)‘우드’라는 아프리카 민속 타악기가 있어요. 첫 번째 곡 <오후가 흐르는 숲>을 편곡할 때 그 악기를 적절히 이용해서 녹음을 했는데 회사에서 ‘재미는 있으나 너무 제3세계 음악 같다’는 판단에 이번 앨범에 ‘우드 금지령’을 내렸죠. 하하. 그렇지만 워낙 재미있는 소리가 나서 공연 때는 쓰려고 해요.



같은 곳에서 짐을 나눠들고 편안한 기분으로 긴 여정을 출발하는 느낌이 납니다. 세 분이서 나눠 가진 짐은 어떤 것인가요.


(호란)피크닉으로 이미지화가 되는데 거정 씨는 텐트라든지 파라솔, 탁자 같은 무거운 짐을 낑낑대면서 짊어지고 저스틴 씨는 버너라든지 공구 같은 것들 들고 가고요.

(저스틴)따라 가면서 뭐 흘리면 주워서 가기도 하고. 하하.

(호란)저는 케이크라든지 잡지 같은 예쁜 것들을 바구니에 넣어서 달랑달랑 흔들면서 따라가는 그런 느낌이죠.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거정)‘팻 매스니’의 이름을 걸고 낸 앨범만 해도 스무 장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앨범뿐만 아니라 팻 매스니가 참여한 다른 앨범도 엄청나게 많아요. ‘안토니오 산체스’, ‘크리스찬 맥브라이드’와 함께 한 앨범이 많은데요. 그 두 사람은 또 각자 '팻 매스니'만큼의 많은 앨범을 냈습니다. 그렇지만 팬들은 그 각각의 앨범을 듣고 다른 느낌을 받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보컬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너무나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연주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앨범을 내면 ‘저래도 돼’하며 이해를 해주시는데 보컬이, 특히 호란 씨 같은 특정한 색을 지니고 있는 보컬이 움직이는 데 대해서는 민감해하시는 게 사실입니다. 다만 저희를 보실 때도 ‘팻 매스니’의 예처럼 편안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도 그들 못지않게 오래 할 거거든요.





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이번 <이바디>의 앨범에 대해 “얼핏 봐서는 마니아 취향적인 인상을 주지만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대중들의 감성에 다가가려한 의지가 엿보인다”고 평했다. 특정 계층 취향으로 획일화된 대중가요의 홍수 속에서 팬들 앞으로 나긋나긋하게 다가서는 이바디의 첫 앨범 ‘STORY OF US'. 세상을 향해 읊조리게 될 그들의 소박한 이야기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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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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