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춘향전'이 아닌 영화 속 영화 '춘향전' (64)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춘향전'이 아닌 영화 속 영화 '춘향전' (64)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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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친일영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영화 속 영화 '춘향전' 
- 신상옥 감독의 장편 문화 영화인 '코리아' 속 춘향전
- 영화 '로맨스 빠빠' 부인 역 주증녀가 구성하는 춘향과 몽룡 스토리
- 1961년 '마부'에서 김지미의 '춘향전'을 보는 김승호와 황정순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한국 영화 100년 동안 '춘향전'은 모두 13편이 만들어졌는데, 무성 영화를 거쳐 최초의 토키(발성)영화와 시네마스코프 그리고 70㎜ 대형 영화 등 시대의 변모와 함께 스크린을 수놓았다. 그런데 '춘향전'은 아니지만, 영화 속에 춘향과 몽룡을 등장시킨 영화가 있어 그 속살을 처음으로 조명해 본다.
 
1941년 이병일 감독이 최초로 메가폰을 든 '반도의 봄'은 이금룡과 복혜숙을 위시해 김일해 서월영 김소영 윤정란 김한 등 호화 배역진들이 출연했다. 당시 일제 강점기의 혹독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조선총독부의 친일 영화로 위장코자 우리 민족 정서가 담겨있는 영화 속의 '춘향전'을 만드는 촬영 현장을 보여줬다.

'반도의 봄'은 한 영화제작자가 연예인을 모델로 영화를 찍고 있다가 제작비 부족으로 작품이 중단된 후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작품을 완성하는데, 영화 속에서 춘향 김소영과 몽룡 김한의 러브 스토리가 꽃을 피운다는 스토리다. 

신상옥 감독의 장편문화영화인 '코리아'/사진=정종화 제공

1954년 5월 당시 시공관이었던 현 명동예술극장에서 최초로 상영한 신상옥 감독의 장편 문화 영화인 '코리아'는 세 가지 구성으로 이뤄졌다. 우리 민족 고유의 테마인 '아사달', '충무공', '춘향전'으로 짜여진 내용이었다.

영화 속의 '춘향전'에선 최은희가 춘향이로, 김동원이 몽룡으로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1961년 김지미 주연의 '춘향전'에서 김동원은 방자로 출연했으며, 최은희는 '성춘향'으로 최고의 스타가 됐다. 신상옥 감독은 '아사달'을 그린 '무영탑'도 영화를 만들었으나, '충무공' 이순신을 영화화하지 못해 아쉬워했다.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빠빠' 장면/사진=정종화 제공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빠빠'는 불세출의 청춘스타 신성일의 데뷔가 화제를 모으면서 로맨스 가족의 노변정담 속의 춘향과 몽룡을 간과해 버린다.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장남(남궁원)이 연출을 하기 위해 쓴 시나리오를 그의 동생인 신성일이 읽고 '테스'와 '안나 카레리나'를 혼합한 내용이라고 꼬집는다. 한편 아버지(김승호)도 시나리오 속에서 예술가로 최지희와 한강변 모래사장을 걸으며 지고지순한 낭만적인 분위기로 몽롱할 때 부인(주증녀)가 꼬집어 현실로 돌아온다. 점입가경으로 드디어 엄마가 구성하는 러브 스토리가 바로 '춘향전'으로, 춘향(주증녀)와 몽룡(김승호)이 펼치는 일편단심 민들레에 온 가족의 환호를 받는다.

영화 '마부' 속 장면. 영화에서 영화 '춘향전'을 관람하고 있는 김승호와 황정순의 모습./사진=정종화 제공

1961년 제11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특별은곰상을 받은 '김승호를 위한 김승호의 영화'인 '마부'는 마부 김승호를 돕는 황정순의 순수가 담긴 보통 사람의 행보를 담고 있다. 

영화 속에서 마주(말주인)집의 식모(황정순)은 일당을 주고 가는 마부(김승호)의 딱한 처지를 알고 도와주던 어느날 노랭이(김희갑)과의 약속을 팽개치고 김승호를 만나 청량리 근처 동일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본다. 그 영화가 바로 부용당에서 춘향(김지미)과 몽룡(신귀식)이 펼치는 홍성기 감독의 '춘향전'이었다.

영원한 고전 '춘향전'은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이후 20년을 넘었는데 21세기엔 어떤 모습으로 탄생할지 기대해 본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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