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영화 상영을 못한 한 많은 사연 (63)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영화 상영을 못한 한 많은 사연 (63)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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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육신 김시습을 그린 조긍하 감독의 '광풍'의 시대적 역풍
- 한일 협정으로 시대적 역행을 한 '총독의 딸'
- 검열로 묻힌 후 37년 만에 필름을 찾은 이만희 감독의 '휴일'
- 소각된 영화를 리메이크한 '어느 하늘 아래서'
조긍하 감독의 '광풍' 스태프/사진=정종화 제공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1962년 개봉을 목표로 영화 촬영에 들어간 조긍하 감독의 '광풍'은 최무룡 스케줄이 홍콩 로케로 겹쳐 촬영이 지연되면서 난기류에 빠졌다. 

'광풍'은 여류작가 장덕조의 역사소설로 '금오신화'를 쓴 매월당 김시습의 일대기로 1954년 동아일보 신문 연재로 인기를 끌었다.

'육체의 길'과 '과부'로 연출력을 과시한 조 감독은 이 영화에서 김시습이 삼각산 중흥사에서 독서를 하다 세조의 왕위찬탈 소식을 듣고 생육신으로 기인이 되는 행로를 신비하게 보여줬다. 

그러나 영화 속 세조의 찬탈은 5·16 군사혁명이란 시국과 겹쳐 영화 검열에서 말썽이 되고 화면 삭제와 재촬영을 한다는 조건으로 뒤늦게 상영 허가가 나왔다. 그러나 제작자 신종수는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당시 화폐 개혁까지 단행되면서 상영은 무산됐다. 예고 잡지 광고와 극장 선전비를 공중에 날리고 끝내는 미개봉된 이 영화는 한바탕 '광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조 감독의 수난은(?) 여기서 끝나지 않고 1965년 '총독의 딸'에서 다시금 재연되는 수난을 겪게 된다.

'한국 일본 미국 3대 국제 스타 경연! 해방 후 20년의 한국 은막(스크린)에 일본 톱스타 최초 등장!'이란 선전 문안과 함께 일제 말기 민족적 수난기에 아름답게 피었다 사라져간 한일 남녀의 파란만장한 로망을 담았다.

1965년 '총독의 딸' 포스터/정종화 제공

일본 쇼지꾸(송죽) 영화사 전속 배우 미찌 가나꼬가 총독의 딸로 등장해 동경 유학생(신영균)을 귀국선과 총독관저에서 두 번이나 구해 주는 설정이 너무 작위적이어서 극적인 반감을 주었다.

대한극장의 상영 간판과 예고편은 물론 포스터까지 상영을 알렸으나, 당시 한일 협정의 학생 시위와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배우의 국민적인 정서가 검열에 걸리면서 상영이 무산됐다.

1968년 '만추'의 영상 작가 이만희 감독은 서울 거리와 남산을 무대로 여걸 전옥숙 기획과 백결 시나리오로 야심의 문예작 '휴일'을 독보적인 청춘스타 신성일과 전지연을 내세웠다. 전지연은 전옥숙 기획자가 픽업해 데뷔시킨 여배우로, 본명 지연주를 버리고 '전지연'이란 예명으로 스크린에 출연했다.  

영화 '휴일' 스틸 컷/정종화 제공

'휴일'은 어느 휴일, 돈도 없고 야망도 없고 사랑만이 있는 두 젊은이의 한없는 멜랑꼴리, 닫힌 현실의 몸부림 속에 고통의 씨를 잉태한 여인이 가고, 고뇌하며 방황하는 남자의 하루를 점묘한 영화다.

그러나 각본 심의에서부터 전면 개작과 영화 검열에서 만신창이가 되자 필름은 내던지고 상영은 팽개쳐졌다. 이 필름은 이후 37년 만인 2005년에 발견되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휴일'의 영화적인 예술성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홍성기 감독의 '어느 하늘 아래서' 스틸 컷

1950년대 후반 신상옥 감독과 쌍벽을 이룬 홍성기 감독은 1961년 한운사의 라디오 드라마 '어느 하늘 아래서'를 당시 부인 김지미와 미남 최무룡을 공연시켰다. 

6·25전쟁 중 다방에서 만난 인연으로 엮어지는 비운의 청춘만가를 그린 애상의 영화로 기막힌 사연을 남겼다.

홍 감독은 1961년 설날 프로에서 김지미를 주연으로 내세운 '춘향전'이 최은희 주연의 '성춘향'과 동시에 격돌해 흥행에 참패한데다가, 두 사람의 스캔들이 퍼지면서 울분을 참지 못하고 배신감에 흥분해 '어느 하늘 아래서'의 필름과 선전 자료를 몽땅 소각시켜 흔적을 지워버렸다.

그 후 1969년 최무룡이 감독하고 김지미와 신성일 그리고 이순재가 나와 '어느 하늘 아래서'를 리메이크 하는 열정을 보였지만 작품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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