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코로나19로 국가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어서 취임 100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소회를 덤덤히 밝했다. 11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행장은 취임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가 터지자 은행을 비상경영체계로 전환하고 피해기업 지원에 주력해왔다.

윤 행장은 12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서면으로 대신한 기자간담회에서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기업과 일자리를 보호하는 것이 IBK기업은행의 소명"이라고 밝혔다.  

윤 행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피해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중소기업 대출공급 목표를 당초 49조원에서 59조원으로 10조원 늘리기로 했다. 또 소상공인 초저금리 특별대출 지원 한도도 1조2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늘렸다. 

윤 행장은 코로나19의 영향에 대해 "은행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수도 있지만,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의 경우 정부가 신용위험을 보증하고 있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될 경우 새롭게 유입된 고객과 대출자산이 기업은행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윤 행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해 핵심성과지표(KPI)도 유연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그는 "소상공인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지난달 13개 지표를 중심으로 목표를 감축했다"며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은행의 건전경영을 도모하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위공직자 출신인 윤 행장은 10년간 이어진 기업은행의 내부인사 관행을 깨고 행장에 임명된 바 있다. 은행장으로 몸담았던 지난 100일에 대해 윤 행장은 "공직에 있을 때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수립·추진한 반면, 은행에선 좀 더 미시적인 시각과 실물경제에 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현장을 체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BK는 공공성이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국책기관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며 "공공적인 역할과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성 추구의 양 측면을 잘 조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당시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노조와 갈등을 겪기도 했던 그는 "노동조합은 은행 발전과 직원 행복을 위해 같은 배를 타고 가는 파트너"라며 건설적인 노사관계를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기업은행의 지주 체제 전환과 관련해선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겠다"며 지주회사 전환은 시간을 두고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 100일 간의 소회가 궁금하다.

코로나19로 국가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어서 100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 동안 임직원과 고객을 만나 은행 발전을 위해 소통하고 함께 고민해 온 시간이었다. 본점으로 출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 사태가 터졌고, 그 동안 은행을 비상경영체계로 전환하고 직원들의 안전을 도모했다. 또 피해기업의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원하고, 현장을 다니면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완화하고, 기업과 사람(일자리)을 보호하는 것이 IBK기업은행의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은행장으로 취임하면서 혁신금융과 바른경영을 통해 IBK를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는데, 이를 위한 전략과 실천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창업·벤처기업 등 금융지원 혁신, 금융소비자보호그룹 신설 등 고객이익 보호, 디지털 IBK, 수익구조 다변화, 자회사와의 시너지창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혁신과제들에 대해 하나씩 살펴보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때문에 이러한 혁신작업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직원의견을 수렴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차근차근 추진할 계획이다. 

- 오랜 세월 관료 생활에 몸담아왔다. 업계에 나와 시장, 실물 경제를 경험해 보니 어떤가. 관료 때와 다르다고 느낀 점이 있는지.

공직에 있을 때는 국가 경제와 관련된 광범위한 분야의 업무에 대해 거시적인 안목으로 국민을 대상으로 정책을 수립·추진했다. 반면 은행에 와서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 제공, 1만3000천여 명에 이르는 직원과의 소통 등 좀 더 미시적인 시각과 실물경제에 보다 가까운 위치에서 현장을 체감하며 업무를 하고 있다.

업무의 성격, 관련된 이해당사자의 범위, 만나는 사람 등에 있어 차이는 있다. 그러나 IBK도 여타 민간은행과 달리 공공성이 높은 업무를 수행하는 국책기관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 평소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가경제가 바로 선다'라고 생각해 왔는데 기업은행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이다. 이러한 공공적인 역할과 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성 추구의 양 측면을 잘 조화시켜 나가려 한다. 

-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있다. 피해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가. 

많은 업종의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절박한 상황이다. 그 결과 자금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과 보호에 역점을 두고 있다. 

코로나 사태의 충격이 어느 정도 지속될 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유동성 애로 때문에 기업들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시적인 자금 애로를 겪고 있는 피해기업을 지원하면서도, 효과적인 여신심사를 통해 기업들이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구조개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IBK의 주요 역할이다.

이런 맥락에서 금년 중소기업 대출공급 목표를 당초 49조원에서 59조원으로 10조원 확대하고, 소상공인 초저금리 특별대출 지원 한도도 1조2000억원에서 5조8000억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지난 9일 기준으로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은 총 2조 1410억원(4만9554건)규모였다. 기존대출 만기연장과 이자납입 유예는 각각 7149억원(3348건), 41억원(535건)규모였다. 

금융지원과 함께 임대료 인하, 생활치료센터로 연수원 제공, 소상공인 방역용품 제공, 피해기업 등 근로자 자녀 장학금 수여 등 비금융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 코로나19가 향후 IBK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는가.

코로나19는 총수요 급감, 국내 및 글로벌 공급망 단절, 수요패턴 변화 등 다양한 경로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결과 은행으로서도 경기침체에 따라 중소기업 여신건전성 악화 소지, NIM(순이자마진) 하락 등 경영에 큰 부담을 야기한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악화될 소지도 있다. 그러나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의 경우 정부가 신용위험을 100% 보증하고 있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또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지원하면서도 한계기업의 경우 적절한 구조개선을 병행해 나갈 계획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위기가 진정되고 우리경제가 정상화 될 경우 새롭게 유입된 고객과 대출자산이 기업은행의 성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입된 고객이 IBK 성장의 발판이 된 바 있다.

- 취임 당시 노조 측의 출근저지를 비롯해 최근 주52시간 관련 고발까지 노조와의 소통문제가 재점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여러 사정이 있지만 노동조합은 은행 발전과 직원 행복을 위해 같은 배를 타고 가는 파트너다.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면서도 더 많이 소통하며 건설적인 노사관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노사간 합의안이 담긴 선언문에 서명했는데, 당시 합의안에는 노조추천이사제와 희망퇴직 추진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와 관련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가. 

지금의 희망퇴직제도는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보상 수준이 너무 낮아 실효성이 없으며 은행으로서도 임금피크인력을 유지하는데 따른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기업은행 임금피크 인력은 19년말 530명에서 2021년에는 1041명까지 증가될 전망이다. 희망퇴직 문제해결을 위해 IBK기업은행 뿐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노사가 함께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적절한 수준으로 보상수준이 마련될 경우 대상이 되는 분들의 선택기회를 넓히는 한편, 은행으로서도 절감재원으로 청년채용을 늘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국책은행 노사간의 협의를 바탕으로 정부와도 논의할 계획이다.

노조추천이사제의 경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사안으로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노조가 전문성을 갖춘 훌륭한 분을 추천하고 그 분이 은행발전에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사례를 축적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최근 IBK 투자증권 CEO 선임을 공모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외부 전문가를 선임한 배경이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방식을 확대할 계획인가, 만약 그렇다면 내부의 반발 움직임에 대해선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회사의 특성에 따라 외부 공모와 내부출신 기용 방식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해당분야 전문성이 중요한 자회사의 경우 외부전문가 영입이 바람직하다.

은행과 업무관련성이 높고 협력이 필요한 경우 은행 내부출신이 시너지 발휘 및 조직 안정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본다. IBK캐피탈, IBK시스템 등의 경우, 은행과의 업무 연관성 등을 감안해 최근 은행 내부출신을 CEO로 선임한 바 있다.

IBK투자증권의 경우 증권업무에 전문성이 높은 분이 CEO로 와서 이끄는 것이 회사발전에 긴요하다고 판단해서 공모절차를 통해 선임했다.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추천된 120여 분의 업계 전문가 중에서 5분 정도로 대상을 줄인 다음(숏리스트), 내부 심층토의나 개별 면접을 통해 가장 훌륭한 분을 CEO로 모실 수 있었다. 앞으로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상반기 인사에 중점을 둔 부분은.

지난 상반기 인사에서는 인사청탁, 줄서기 등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시정하는 한편, 성과와 실력에 따라 공평한 승진기회를 부여하는 등 공정하고 투명한 인사에 주안점을 두었다. 또 양성평등을 위한 여성 인력 승진기회 확대, 격오지 근무직원 배려, 일선 영업점과 본점간의 불균형 시정 등 인사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하반기 이후 인사에 있어서도 인사 원칙과 기준을 보다 투명하게 알리는 등 인사시스템을 보다 체계화할 것이다. 

-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변화에 따라 KPI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지난 3월 중순, 코로나로 인한 대면영업의 어려움을 감안하고, 소상공인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13개 지표를 중심으로 목표를 감축한 바 있다.

코로나로 인한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할 때 추가적인 KPI 조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1일 서신을 통해 “KPI 조정은 향후 코로나19의 진전 추이, 직원들의 업무부담, 영업현장의 의견 등을 반영하여 유연하게 개선방안을 강구할 계획”을 이미 직원들에게 알렸다. 앞으로 직원의견을 수렴하고 노동조합과의 협의 등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코로나 피해기업 지원에 역량을 모으고 직원들의 업무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은행의 건전경영을 도모하는 데 주안점을 둘 계획이다.

- 임직원들과의 소통창구로 바른경영실을 신설했다. 이 조직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궁금하다. 일각에서는 ‘옥상옥’ 조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바른 경영은 법을 어기지 않고 지키는 준법경영, 국가경제의 일원으로서 국책은행의 책임을 다하는 책임경영, 사회적 윤리 기준을 지키는 윤리경영, 누구도 배제되지 않고 함께하는 포용경영을 아우르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은행의 경영리스크를 줄이고 고객 신뢰를 확보하며 국가경제에 기여하려 한다. 

바른경영을 실천하고 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바른경영실을 신설했고 현장소통팀과 감찰팀을 운용 중이다. 현장소통팀은 정책과 제도 등이 바르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하고 경영현안에 대한 현장의견을 수렴한다. 이와 동시에 조직에 활력이 더해지도록 양방향 소통에 중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다. 감찰팀은 사후적 감찰활동에서 벗어나 선제적인 사고예방과 임직원들의 윤리·준법의식을 높이는 활동으로 바른경영을 지원하게 된다.

- 취임 후 만든 ‘혁신TF’의 목표와 추진 경과가 궁금하다. 

혁신 금융은 기업은행 스스로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고객의 다양한 금융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금융서비스 제공방식이나 여신업무관행 혁신,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 등을 통해 중소기업 등 고객의 혁신을 돕고 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를 검토할 목적으로 혁신TF를 만들었다. 

현재 기술력과 미래가능성 중심의 여신관행 혁신, 혁신선도 기업 육성, 중소벤처기업 등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 확대 등 다양한 혁신금융 과제를 발굴해 나가고 있다. 

- 라임 펀드와 디스커버리 피해 발생과 관련해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의견이 있다. 

기업은행은 투자상품의 판매사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운용사를 수시로 방문해 지급유예 상황, 피해소지 등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에 대한 진행상황을 고객에게 본점에서 직접 수시로 안내하고 협의 드리고 있다.

전무이사를 단장으로 하는 ‘투자상품 전행 대응 TF’를 구성해 정보 신속제공, 법률검토 등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고객입장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최근 무디스가 한국 은행업의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기업은행의 독자신용도도 하향조정 검토대상에 올렸다. 이러한 조정으로 기업은행의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외화자금 조달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것은 독자신용등급보다는 장기신용등급이고 기업은행의 장기신용등급은 국가 신용등급과 동일해 자금조달 환경에 큰 변화가 없다. 

무디스에서 최근 중소기업 익스포져와 자산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으나, 기업은행은 정부 출자 확대에 따라 자본여력이 늘어났으며 보증서 대출을 통해 신용위험이 중화됐다. 해외 기관투자자와의 소통 강화 등을 통해 우호적인 자금조달 환경을 유지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 과거 은행장들은 IBK 기업은행의 지주 체제 전환을 중장기적 과제로 꼽고 추진해왔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지주회사 전환은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고 고객에게 다양한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어 과거에 이미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IBK금융그룹 차원에서 자회사와의 시너지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지주회사 전환 문제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