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조선의 예인 '황진이'의 영화순례 (57)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조선의 예인 '황진이'의 영화순례 (57)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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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전' 다음으로 많이 영화화한 '황진이'
- 황진이에 푹 빠진 여배우 강숙희가 제작에 참여한 윤봉춘 감독의 '황진이의 일생'
- 김지미의 미모가 합세한 '황진이의 첫사랑'
- 장미희 주연 '황진이', 파란만장한 인생무상 담아내
- 21세기 새로운 면모로 송혜교의 황진이 상을 그린 영화 '황진이'
황진이를 영화화한 국내 다섯 번째 작품인 장윤현 감독의 영화 '황진이'(2007년)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황진이'는 '춘향전' 다음으로 조선시대의 여성상으로 다섯 번이나 영화화된 인물이다. 그동안 소설가 이태준을 위시해 월탄 박종화와 정비석, 안수길, 유주현과 최인호에 이르기까지 명기와 절세의 요부, 예인 등 수많은 수식어로 그녀를 수놓았다.

산은 옛산이로되 물은 옛물이 아니로다/주야로 흐르니 옛물이 있을소냐/인걸도 물과같이 가고오니 오도매라

1957년 조긍하 감독은 본명 정옥순(무대명 지일화)에게 송도(松都)의 가야금(伽倻琴) 명수, 그리고 송악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를 상징하는 봉(峰)을 더해 '도금봉'(都琴峯)이란 예명을 지어 주고, 조선왕조 중종 시절 서화담, 박연폭포와 더불어 송도삼절인 '황진이'를 최초로 영화화했다. 

조긍하 감독, 도금봉 주연의 영화 '황진이'. 1957년 황진이를 최초로 영화화한 작품이다./사진=정종화 제공

두 번째로 영화화된 작품은 1961년 '유관순'의 명장인 윤봉춘 감독의 '황진이의 일생'이다. 1957년 '처와 애인'으로 출연해 부부가 된 이택균과 강숙희가 공연해 동양 사회에 저항하기 위해 꽃다운 청춘을 불사른 황진이의 생애를 그렸다. 타이틀롤의 강숙희는 직접 제작까지 겸해 김소희의 창을 곁들인 국악으로 '황진이의 일생'을 스크린에 재현하는 의욕을 보였다.

윤봉춘 감독의 '황진이의 일생'(1961)/사진=정종화 제공

좀처럼 사극과는 거리가 먼 정진우 감독은 1961년 사극물 '춘향전'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1970년 김지미를 기용해 '황진이의 첫사랑'을 세 번째로 내놓았다. 홍성기 감독과 최무룡을 거쳐 홀로 사는 김지미를 과감히 발탁해 재색을 겸비한 사랑에 빠진 송도의 황진이를 김진규와 김동원을 상대로 펼쳤으나 구원의 여인상을 어필하지 못했다.

정진우 감독, 김지미 주연의 영화 '황진이의 첫사랑'(1970)/사진=정종화 제공

1986년 '고래사냥'과 '깊고 푸른밤'의 배창호 감독은 최인호의 소설을 모태로 영화화한 '황진이'를 네 번째로 내놓았다. 갓바치 역의 안성기와 벽계수 역의 신일룡, 이생 역의 전무송을 엮어 우리나라 최초로 파나비전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했다. '청산리 벽계수야', ' 동짓달 기나긴 밤', ' 산은 옛산이로되', '내 언제 신의 없이', '어져 내일이야!' 등 주옥같은 시조 작품은 5백 년이 흐른 지금도 읊어지고 있지 않는가. 시서화에 능한 황진이가 사당패를 따라가는 라스트 신은 인생무상의 새로운 황진이상을 보였다.

배창호 감독의 '황진이'(1986)

2007년 장윤현 감독은 21세기의 새로운 황진이 면모로 TV드라마 '올인'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송혜교를 내세운 '황진이'를 다섯 번째로 영화화했다. 영화 '황진이'에서 그녀는 작가, 사상가, 화가, 무용가, 서예가, 시인과 기생으로 내뿜는 송도의 재인으로 새로운 해석을 보였다.

17세에서 43세의 생애를 통해 벽계수를 시조 한 수로 압도시키며 10년 수도사 지족선사를 파계시키고 선비를 매료시킨 황진이가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환상에 젖기도 한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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