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주옥 같은 '시'를 영화화 한 작품들 (56)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주옥 같은 '시'를 영화화 한 작품들 (56)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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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병화 시인의 '사랑이 가기 전에' 최초 영화화
- 김소월의 '초혼'을 김진규와 최은희로 엮은 전응주 감독의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
- 황금찬 시인이 난치병으로 숨진 맏딸에게 바친 숙명의 사연
- 애절한 사랑이 꽃말인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
이덕화 이보희 주연의 영화 '접시꽃 당신'. 도종환 시인의 시를 영화화했다./사진=정종화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우리 영화 101년 역사를 통해 '시'의 제목을 영화화 작품은 대략 15편이 된다.

소설과 방송 드라마 그리고 연극의 희곡과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위시해 여타 장르가 많았지만, 시집의 내용을 각색해 스크린으로 심금을 울린 '시'의 세계에 빠져 보자.

시적 향기를 스크린에 살려낸 첫 작품은 1959년 조병화 시인의 '사랑이 가기 전에'다. 영화계의 멋쟁이 유두연 감독이 유니크한 필치로 다듬어 각색했다. 황해를 둘러싼 문정숙과 김지미의 삼각관계를 당시의 시대상과 애정의 윤리로 담담하게 담아낸 정창화 감독의 뛰어난 감수성이 녹아 있는 영화다.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 허공 중에 헤어진 이름이여/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부르다 내가 죽을 이름이여...'

1962년 전응주 감독은 김소월 시인 '초혼'의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를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로 바꿔 32세로 요절한 김소월 시인의 일생을 담았다. 

김소월 시인 '초혼'을 영화화한 전응주 감독의  '불러도 대답 없는 이름이여'/사진=정종화

김진규와 최은희가 '성춘향'의 후광을 업고 영원한 서정시인 김소월의 일생을 한 폭의 수채화처럼 그렸다. 처음엔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장면을 파트 칼라(부분 촬영)로 시도하려 했으나 제작 여건이 힘들어 포기했다. 

일제 강점기의 빼앗긴 암울한 시대에 주옥같은 시로 정서를 달래준 '못 잊어', '접동새', '먼 후일', '개여울', '예전엔 미쳐 몰랐어요', '산유화'와 '진달래꽃'은 지금도 시상으로 승화해 우리 민족의 가슴 속에 영원히 메아리치고 있다.

황금찬 시인의 시를 영화화한 변장호 감독의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사진=정종화

1979년 변장호 감독과 신봉승 작가 콤비는 황금찬 시인의 자서전적인 시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를 영화화해 화제를 모았다.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 밤하늘의 별빛만/ 네 눈빛처럼 박혀 있구나...'

이화여대 재학 중 난치병인 유아성 당뇨병으로 일찍 숨진 맏딸 황애리를 그리워하며 시를 썼는데, 신봉승 작가는 여대생이 아닌 여중생으로 나이를 낮췄다.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강주희는 아버지 남궁원과 눈물샘을 쏟는 열연을 보였다. 

변장호 감독의 '너의 창에 불이 꺼지고'/사진=정종화

1988년 서울 올림픽의 열기로 세계적인 축제가 시작될 때인 3월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이 상영되어 우리 영화의 위상이 고조됐다. 접시꽃같이 소박하고 지순한 아내(이보희)를 암으로 먼저 떠나 보낸 남편(이덕화)의 그리움과 슬픔을 노래했다.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접시꽃 당신'의 꽃말은 애절한 사랑으로, 박철수 감독은 섬세한 감수성 연출로 부부애를 애조롭게 그려내 영화의 품격을 고양시켰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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