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생존해 있는 1950년대 영화 속 커플 (55)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생존해 있는 1950년대 영화 속 커플 (55)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2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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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향전' 의 신화를 남긴 몽룡 이민과 춘향 조미령
- 김기영 감독의 영화혼이 담긴 '양산도'의 사랑과 한(限)
- '잊을 수 없는 사람들' 6·25 전쟁으로 기구한 운명을 호곡하는 사랑의 집념
- '산 넘어 바다 건너', '별아 내 가슴에'에 이은 청초한 김지미의 연기매력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1955)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지금으로부터 65년 전, 1955년 개봉한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은 1923년 무성영화 '춘향전'에 이어 1935년 최초의 토키 영화(유성 영화) '춘향전'의 위업을 쌓은 후 8·15광복과 6·25 전쟁을 겪으며 세 번째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춘향전'은 1954년 여름 대구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이몽룡 역의 이민은 이규환 감독의 단골 다방을 알아내 이른 아침부터 기다렸다가 커피를 대접해 행운을 잡았고, 춘향의 조미령은 김삼화와의 경합 끝에 카메라 테스트 조명에서 점수를 얻어 타이틀롤을 얻었다. 장마로 인해 3개월을 보내고, 제작비 조달 등 천신만고 끝에 제작을 마친 이 영화는 흥행 대박을 치며 우리 영화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1923년생 이민 원로배우는 공식 활동을 접고 조용히 노후를 보내고 있으며, 1929년생 조미령 여사는 하와이에서 여생을 보람 있게 보내고 있다고 한다.

1955년 김기영 감독의 '양산도' 포스터./사진=정종화 제공

1955년 김기영 감독의 '양산도'는 '주검의 상자'에 이은 두 번째 영화로, 양반과 천민의 애틋한 사랑을 그렸다. 

옥랑(김삼화)와 수동(조용수)은 건너지 못하는 신분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죽음으로 한 많은 세상을 등지는데, 당시 트릭 촬영으로 하늘로 올라가는 라스트 신은 김기영 감독의 백미였다.

'논개'와 '비련의 섬', '나는 너를 싫어한다' 등 12편에 출연한 후 은퇴한 김삼화는 한 많은 사연을 남기고 미국에 거주하며 84세를 보내고 있다. 조용수도 일찍이 영화계를 떠나 연기자의 명성을 감추고 은둔생활로 소식이 잠잠할 뿐이다.   

'잊을 수 없는 사람들'(1957)/사진=정종화 제공

타이틀이 풍기는 이미지와 부합하는 배우로는 영화의 제목처럼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인 하연남과 김석훈이다.

1946년 최초의 광복영화 '자유만세'에서 간호원으로 출연한 하연남과 법원서기로 일하다가 픽업된 김석훈은 50년대 말에서 67년까지 최고의 충무로 아이콘이었다. 올해 하연남과 김석훈의 나이는 각각 93세와 91세다.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은 1957년 편집 기사로 종사하던 유재원이 감독으로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6·25 전쟁으로 헤어진 남녀가 기구한 운명으로 남남이 되면서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된 하연남을 못 잊고 살인까지 저지르고 철창에서 과거를 뉘우치며 잊지 못할 사랑을 회오한다는 스토리의 영화다.  

홍성기 감독의 '산 넘어 바다 건너'(1958)/사진=정종화 제공

홍성기 감독의 '산 넘어 바다 건너'는 1957년 '황혼열차'로 데뷔한 김지미가 다섯 번째로 출연한 영화다. 

고아인 윤경이 스물두 살 되는 생일날부터 영화가 펼쳐지는데, 1958년 추석에 상영되어 '눈물'과 '모녀'를 누르고 빅 히트를 쳤다. 

모델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윤경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캔버스를 박 화백 부인이 질투로 면도 칼로 무참히 찢어버린다. '나를 불행에 빠트린 모든 인간들에게 저주를 주리라!'고 외치는 김지미의 연기는 62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

1992년 '명자 아끼고 쏘냐'를 끝으로 김지미는 미국을 오가며 예술원 회원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으며 미남 방수일은 미국에서 노년을 수놓고 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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