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이수진기자 =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나 샘 멘데스 등 다 제가 존경하는 멋진 감독님인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다섯개로 잘라서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10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이 끝나자 장내는 뜨거운 환호로 가득찼다. 재치 넘치면서도 진솔한 봉 감독의 수상 소감은 영화인들의 뜨거운 환호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감독상 호명 직후 봉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라고 벅찬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정말 감사하다. 어렸을 때 제가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는데, 영화 공부를 할 때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책에서 읽었다. 마틴 스코세지의 말이었다"며 객석에 앉아있던 마틴 스코세지 감독을 향해 말했다.
이 말이 끝나자마자 마틴 스코세지 감독은 사뭇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봉 감독에게 손을 모아 인사하며 화답했고,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틴 감독은 엄지손가락으로 그에게 '엄지척'을 보내며 밝게 웃었다.
봉 감독은 "제가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했던 사람인데,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우리 '쿠엔틴 형님'(쿠엔틴 타란티노)도 계신데, 정말 사랑합니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고 외쳤다. 이에 쿠엔틴 감독은 손가락 브이(V)로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는 오늘 밤 내일 아침까지 술을 마실 준비가 되어 있다(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며 유쾌한 수상소감으로 마무리했다.
'기생충'은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 각본상, 미술상 등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상 6개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이 중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외국어 영화상), 작품상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기생충'은 아카데미 시상식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시상식으로 불리는 제77회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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