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우리 영화의 세계 명작 소설 영화화 (48)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우리 영화의 세계 명작 소설 영화화 (48)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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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무룡과 김지미 주연, 눈보라 고개의 '폭풍의 언덕'
- '죄와벌'을 영화화한 '심야의 고백'...최무룡과 김진규의 연기 대결
- 김승호의 전천후 연기가 돋보인 '쟌발쟌'
-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문희의 '청춘무정'으로 영화화
- 한국판 '젊은이의 양지'인 '한국의 비극'...3명의 스타 현존
(사진왼쪽부터)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영화화한 조긍하 감독의 '쟌발쟌', 에밀리 브론테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백호빈 감독의 '폭풍의 언덕'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 세계적인 고전 명작소설을 최초로 영화화한 것은 1928년 알렉상드르 뒤마의 '춘희'로 이경손 감독의 무성 영화가 효시로 기록된다. 우리 영화 백년사에서 최은희·김지미·정윤희·오수미가 출연해 다섯 번 만들어졌다.

에밀리 브론테 소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의 워서링(wuthering)이라는 말은 작품 속에 설명되어 있는데로 폭풍이 불 때 들려오는 바람이 웅얼거림을 나타낸 요크셔 지방의 사투리다. 1960년 4·19 학생 의거로 우리 사회가 데모로 얼룩져 있을때 백호빈 감독이 최무룡과 김지미를 주인공 히드클리프와 캐시로 등장시켜 서울근교 성북동에서 촬영을 마치고 개봉했으나 당시 윌리암 와일러의 '애정'('폭풍의 언덕' 영화명)의 잔영으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다.  

당시 저작권에 대한 뚜렷한 지적 소유권이 없던 때라 우리나라 영화에서는 1958년 '어느 여대생의 고백'이라던가 '육체의 길', '저 언덕을 넘어서', '카츄사', '정렬 없는 살인'과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등이 우후 죽순 처럼 영화화됐다.

'심야의 고백'은 1961년 하유상 각색으로 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가난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라스콜리니코프 역으로는 최무룡이, 소냐 역은 문정숙이 출연한다. 예심 판사로 김진규가 등장해 노파를 죽인 심리적 증거로 끝까지 범행을 추적한다. 황정순·백성희·이빈화·정애란이 출연해 영화를 알차게 수놓았으나 타이틀의 뉘앙스가 대중적이지 못해 흥행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사진 왼쪽부터) 토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을 영화화한 '심야의 고백',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영화화한 김수용 감독의 '청춘무정', 1961년 이용민 감독이 '젊은이의 양지'를 한국적으로 풀어낸 '한국의 비극' 포스터

배고파 우는 어린 조카들을 위해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죄로 감옥에 들어간 장발장은 19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지내다 46살이 되어서야 겨우 석방된다.

1961년 이미 '육체의 길'로 외국 원작 영화로 크게 흥행한 조긍하 감독이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쟌발쟌'으로 제목을 붙혀 서민의 우상 김승호를 타이틀 롤로 영화화했다. 코제트로는 김혜정이 나왔으나 대중적인 이미지가 부족해 동정을 구하지 못했다. '레미제라블'( Les Miserables)은 '아! 무정' 또는 '불쌍한 사람들'로 풀이된다.

1970년 김수용 감독이 '여성 최대의 비극'으로 불리는 토마스 하디의 '테스'를 '청춘무정'이란 타이틀을 달아 세계문학 사상 최고의 명작임을 강조하며 영화화했다.

테스라는 순진한 처녀를 통해 도덕적 편견과 남자의 이기심 그리고 당시의 그릇된 사회적 인습을 고발함과 동시에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한 운명의 장난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 신성일이 에인젤 클레어로 나오며 신영균이 목사로 열연한다. 비운의 히로인 '테스'에는 눈이 가장 아름다운 문희가 열연했다. 

마지막으로 세계명작소설은 아니지만 미국에서 인기를 끈 시어더어 드라이져의 소설을 영화화한 '젊은이의 양지'를 우리나라 환경으로 변형해 1961년 이용민 감독이 '한국의 비극'을 내놓았다. 베테랑 시나리오 작가 최금동이 각색했다. 

야망에 불타는 김석훈과 부호의 딸 엄앵란은 외화 속 몬티와 리즈를 흉내내고 시골 약혼녀로 최지희가 나와 셀리 휜터스를 재연했지만, 영혼없는 연기로 영화는 모작으로 실패했다. 그러나 58년 전 이 영화에 출연한 세 명의 스타는 현존해 한국 영화 100주년의 스타로 영예를 빛내고 있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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