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연말 대학로 연극동네에 각설이 타령 '품바' 바람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연말 대학로 연극동네에 각설이 타령 '품바' 바람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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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홍 대표 유승희 연출, 최성웅 배우의 모노드라마 '품바' 열기 현장
- 현장감 극대화...무대와 객석의 경계 허물어
- 신나게 웃고 박수치다 보면 일상 스트레스도 날려줘
유승희 연출 최성웅 배우의 모노드라마 '품바' /사진=극단 단홍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왔네!!!”

요즘 흥타령 <품바>가 중장년 팬들의 향수를 자극, 영하 세모의 대학로 연극동네에 <품바>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아르코미술관 뒤 물빛극장은 100여석 소극장이기는 하지만 연일 중장년들로 만석을 이루고, 최근에는 젊은 관객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극단 단홍 대표 유승희 연출에 최성웅 배우의 모노드라마 <품바>(29일까지)가 왜 인기일까. 현장에 가보니 배우는 신들렸고 관객은 호응하고 열기가 뜨거웠다. 초반 관객이 별로 없다가 중장년들이 발길이 잦아지면서 연말 모임을 <품바> 관극하는 단체가 늘고 덩달아 젊은 관객도 온다는 것이 유승희 연출의 설명이다. 

몇몇 관객에게 어떻게 왔냐고 물었더니 “중장년들이 볼만한 공연이 별로 없는데 예전에 본 품바를 한다고 해서 친구들과 왔다”, “요즘 정치며 경제가 답답한데 품바 최성웅 배우가 쏟아내는 날카로운 풍자와 걸쭉한 재담이 막힌 속을 펑 뚫어준다”, “품바에는 우리 정서와 가락이 배어있어 절로 몸이 들썩이고 신명이 난다”고 입을 모았다. 

최성웅 배우의 모노드라마 '품바' 

문화부 기자로 뛰던 1980년대 초반, 필자는 원조 품바 김시라의 서울공연을 관람하고 신문에 크게 소개, 큰 반향을 일으켰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장안에 ‘품바 신드롬’을 일으켰던 원조 품바 김시라는 세상을 떠나고 지금은 부인 박정재, 아들 김현재와 딸 김추리가 가업으로 잇고 있다. 8대 품바이자 연극, 영화, TV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최성웅 배우는 7년간 전국을 돌며 500회 이상 걸판을 벌여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왔다. 

이번 물빛극장 <품바>는 야외축제나 체육관 공연과 달리 소극장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현장감을 극대화시킨 점이 특징이다. 무대 벽엔 어전에나 걸릴 일월도가 펼쳐져있고 바닥에 장독 몇 개로 꾸민 조촐한 공간이지만 황금빛 곤룡포를 걸치고 잔뜩 달아오른 표정의 품바 최성웅이 등장하면 극장은 이내 박수와 함성으로 달궈진다. 

젊은 고수 김현재가 북장단으로 흥을 돋우며 각설이 타령을 구성지게 부르자 최성웅 배우는 초장부터 관객과 재담을 주고받으며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버린다. 이처럼 배우와 관객의 교감과 소통이 이 연극의 매력이다. 

최성웅 배우의 모노드라마 '품바' /사진=극단 단홍

또 하나는 민중의 가장 낮은 계층인 거지의 체험을 관객에게 시킨다는 것이다. 자발적 또는 지명된 관객들은 무대로 불려나와 품바가 시키는 대로 깡통을 두드려 거지타령을 배우고 객석을 돌며 동냥도 한다. 비록 각설이지만 효와 애국심도 고취시키고 인간성 회복도 꾀한다고 최성웅 배우는 말한다. 

관객들은 각설이와 걸판지게 한 판 놀면서 신나게 웃고 박수치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날아간다고 즐거워했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일자나 한자나 들고나 보니...”

각설이타령 속에 우리의 한과 해학이 묻어나는 한 <품바>는 영원하리라는 것을 현장 열기 속에서 느꼈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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