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김지미와 엄앵란이 함께 나온 영화(46)
[정종화의 한국영화 진기록 100년] 김지미와 엄앵란이 함께 나온 영화(46)
  • 정종화 영화연구가
  • 승인 2019.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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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8년 '모녀'에서 상반된 연기로 신선한 모습
- 호화 출연진 '혈맥'으로 밑바닥 생존경쟁의 원초적 모습 선봬
- 1966년 최무룡 감독 무성 영화 '아리랑'에서 열연
- 부부 교대로 공연한 신성일·김지미, 최무룡·엄앵란의 이색연기
- '외나무다리' 최무룡을 둘러싼 엄앵란과 김지미의 사랑과 애증
40년 동안 스크린의 라이벌로 불꽃튀는 대결을 한 엄앵란과 김지미./사진=인터뷰365DB

[인터뷰365 정종화 영화연구가] 한국 영화 100년 사에서 40년 동안 스크린의 라이벌로 불꽃튀는 대결을 한 엄앵란과 김지미. 이들이 공교롭게도 한 영화에서 우애 어린 공연(公演)을 한 작품만 9편이나 된다.

1956년 '단종애사'의 사극으로 데뷔한 엄앵란에 이어 1년 뒤 김지미는 1957년 현대물 '황혼열차'에서 신선한 풍모로 데뷔했다. 

엄앵란이 출연한 1957년 최초의 라디오 드라마를 영화화한 '청실홍실'이 충무로3가 명보극장에서 상영할 때 2주 후 김지미의 데뷔작 '황혼열차'가 을지로 4가 국도극장에서 개봉되면서 두 배우는 숙명적인 동반자가 되었다.

김지미는 김기영 감독의 '초설'과 홍성기 감독의 '별아내가슴에'로 단번에 동양적 미모로 선풍을 일으킨데 비해 엄앵란은 적역을 얻지못해 '운명의 여인', '승방비곡', '콩쥐팥쥐' 등에서 서서히 연기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맨 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엄앵란과 김지미가 함께 호흡을 맞춘 영화 '모녀', '혈맥', '외나무다리', '나운규일생'/사진=정종화 제공

그러던 중 최훈 감독이 메가폰을 처음 든 '모녀'에서 엄앵란은 주증녀의 딸로 나오고 김지미는 오빠 이민의 애인으로 공연하며 처음으로 한 영화에 얼굴을 보였다.

새침한 여대생의 풍모 엄앵란과 신여성 체취의 김지미를 보기 위해 광화문 네거리 국제 극장은 신구세대의 관객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여세를 몰아 1959년 엄앵란과 김지미는 스크린의 호적수이자 동반자가 되어 '청춘의 윤리', '여인숙', '태양의 거리'로 이른바 오빠 부대의 원조 남진과 나훈아를 방불케 하는 인기몰이로 극장가의 블루칩으로 풍미했다. 

1958년 김지미는 홍성기 감독과 결혼하며 4살 많은 엄앵란 보다 먼저 유부녀가 됐다. 엄앵란은 당시 최고의 인기스타 김진규, 최무룡의 파트너가 아닌 1963년 신성일과 '청춘교실'이 히트하기까지 이민과 황해, 김석훈, 박노식과 호흡을 맞췄다. 

1962년 '마부'의 강대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외나무다리'에서 김지미는 시골 처녀로 최무룡과 장래를 약속한 사이였고, 엄앵란은 여대생으로 의사가 된 최무룡의 애인으로 나와 기구한 운명의 쌍곡선을 달리는 사이로 열연했다.

파란의 생활 전선에서 김지미를 돕는 엄앵란의 헌신적인 우애를 그린 1962년 '하늘과 땅 사이에'와 김수용 감독이 해방촌의 인간군상을 묘파한 '혈맥'에서 두 배우는 생존 경쟁으로 허덕이는 소시민의 생태를 적나라하게 열연했다.

1965년 당시 김지미의 남편인 최무룡이 두 번째로 감독한 '나운규의 일생'(일명 '아리랑')은 광기의 집념으로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을 재현한 무성 영화로, 김지미와 엄앵란이 공연해 영화의 격조를 상승시켰다.

부부 교대로 공연한 신성일·김지미, 최무룡·엄앵란 주연의 1965년 '마지막 정열'(고영남 감독)/사진=정종화 제공

당시 두 배우의 가장 이색적인 공연은 바로 1965년 고영남 감독의 '마지막 정열'로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한국 영화100년사'의 진기록이다. 

당시 최무룡과 김지미는 1962년부터 부부였고 신성일과 엄앵란도 1964년 결혼한 신혼부부였다. 영화에서는 최무룡은 엄앵란과, 신성일은 김지미와 파트너가 되어 '가공할 비즈니스'가 전개되는 기막히게 모순된 부부애를 펼쳐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남자 스타는 모두 타계해 더 이상 촬영 에피소드를 들을 수 없어 한스러울 뿐이다.
 

정종화 영화연구가

60여 년간 한국영화와 국내 상영된 외국영화 관련 작품 및 인물자료를 최다 보유한 독보적인 영화자료 수집가이면서 영화연구가 겸 영화칼럼니스트. 1960년대 한국영화 중흥기부터 제작된 영화의 제작배경과 배우와 감독 등 인물들의 활동이력에 해박해 ‘걸어 다니는 영화 백과사전’이라는 별칭이 따름. 인터넷과 영상자료 문화가 없던 시절부터 모은 포스터와 사진, 인쇄물 등 보유한 자료 8만여 점을 최초의 한국영화 ‘의리적 구투’가 상영된 단성사에 설립중인 영화 역사관에 전시,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일인 2019년 10월 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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