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관객들의 논리적인 비판 듣고 싶다"
[인터뷰365] '82년생 김지영' 정유미 "관객들의 논리적인 비판 듣고 싶다"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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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 부 돌파 베스트셀러 원작 "부담 없이 선택한 작품"
-"'빙의 연기' 캐릭터 표현보다 감정 전달에 신경 써"
-경험하지 못한 결혼, 출산, 육아..."주변의 도움 많이 받아"
-"주인공은 부담스러워…여럿이 나오는 영화를 더 좋아해"
-"조미료 없는 영화...편안하게 보셨으면"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사진=매니지먼트 숲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사진=매니지먼트 숲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배우 정유미는 무미건조함 속에 강렬한 한 방이 있는 배우다. 영화의 규모, 역할의 비중을 떠나 그의 연기는 언제나 제 몫을 해냈다.

첫 상업 영화 '사랑니'(2005)를 통해 얼굴을 알린 정유미는 그해 백상예술대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여우상을 품에 안으며 충무로를 이끌 배우로 주목받았다. 단편 영화를 시작으로 드라마, 예능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어느덧 15년차 배우가 된 정유미는 이제 상업 영화 타이틀롤을 소화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스타'의 삶이 익숙할 법한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대중과 언론 앞에 나설 땐 늘 신인처럼 긴장한 모습을 드러낸다. 세월의 흐름과 관계없이 한결같은 모습에선 정유미만의 인간적인 냄새가 풍긴다. 

'젠더 갈등'으로 뜨거운 화제의 중심에 선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영화로 제작되고, 정유미가 이 시대의 평범한 여성 '김지영'을 연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 작품이 정유미의 대표작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정유미는 "연기적으로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기대보다 훨씬 더 훌륭한 인물이 완성됐다.

소설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까지 번져 촬영 시작부터 악플에 시달린 그는 "현실감이 없었다"며 "모든 사람이 좋게만 바라볼 수는 없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논리적인 비판은 너무 듣고 싶다"고 털어놨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개봉 전 서울 삼청동에서 '인터뷰365'가 '김지영'을 연기한 정유미를 만났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사진=매니지먼트 숲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지영'을 연기한 배우 정유미/사진=매니지먼트 숲

 

'82년생 김지영' 한 여자의 이야기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곧 관객과 만난다. 소감이 어떤가.

영화를 자주 찍고 개봉하는 건 아니지만 이제 개봉을 앞두고 떨리진 않는다. 내 몫은 다 끝나지 않았나. 오히려 제작보고회, 언론 시사회 할 때가 제일 떨린다. 첫 영화인 '사랑니' 때는 개봉 전까지 떨었다.(웃음)

-제작 단계부터 '젠더 갈등'을 두고 높은 관심을 받았는데. 

영화가 '김지영'이라는 한 여자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나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어딘가에 갇혀있고 상처받은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영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 시나리오를 다 읽고 나선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가족들 생각도 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너무 가족을 모른척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한편으로 나를 이해해준 가족들에게 고마웠다. 

-영화와 자신을 향한 악플에 억울한 마음은 없었나.

별로 없었다. 악플에 대한 현실감도 없었다. 반응이 다양하게 나온다고 해서 놀라긴 했는데 이 일을 하는데 전혀 방해가 되지도 않았다.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말이다. 어차피 출연하기로 해서 특별한 대처를 하기보단 영화로 보여드리는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모두가 좋게만 바라보겠나.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논리적인 비판은 너무 듣고 싶다. 또 한편으론 그런 반응을 이해해보고 싶기도 하다.

-평소에 악플에 휘둘리지 않는 편인 것 같다.

그 이야기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표현하지 않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고 모든분들의 생각을 다 알순 없지만 보이는게 다라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진 정성에 마음 움직여...자연스럽게 출연 결정

-출연을 결정한 계기는.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정성이 느껴졌다. 시나리오를 책으로 만들어서 그 안에 '김지영'과 어울리는 내 사진들을 넣어서 특별 제작해줬다. 그 안에는 제작진 소개도 들어있었고 신생 영화사라 그런지 몰라도 섬세하다고 느꼈다. 모두가 시나리오를 이렇게 전해줘야 한다는 건 아니다.(웃음) 그게 '82년생 김지영'과 나의 첫 만남이었는데 정말 자연스럽게 몽글몽글하게 다가왔다. 배우를 하면서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주인공을 하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는데, 오랜만에 부담스럽지 않게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드는 작품이었다.

-이제 주인공으로서 자신감은 생겼나.

내가 비겁한 편이라 혼자 나와서 이야기하는 게 부담스럽긴 하다. 다 같이 나와서 '우르르 쾅쾅' 이야기하는 게 좋다. 그런 내가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선다는 게 모순일 수도 있는데, 그런 부담 없이 연기 할 수 있을 만큼 이야기가 주는 힘이 컸고 위로가 됐던 영화다.

-부담감 때문에 주인공인데도 거절한 작품도 있나?

있다. 흥행보다는 연기적인 부담이다. 나에게 들어오는 시나리오 중 주인공만 하려고 하면 할 수 있는 역할이 정말 한정적이다. 한번 주인공으로 아기 엄마 역할을 하면 계속 비슷한 역할만 들어온다.(웃음) 주인공을 일부러 피하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연기를 하는 건 재미가 없다. 그러면 또 여러 명 나오는 영화나 단편영화에서 다른 색깔의 캐릭터를 찾는다. 이런 식으로 변주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여배우로서 한국 영화계 '유리천장'을 실감한 적은 없었나.

그런 상황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에게 주어지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 영화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라고 보려면 문제일 수도 있지만...(상황이)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차기작 캐릭터와 관련된 건가.

맞는데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지금 머리 때문에 무슨 옷을 입어도 안 어울려서 큰일이다.(웃음)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보고 가족 생각나...미안함 마음 들어

-'김지영'을 연기하면서 정유미에게 찾아온 변화가 있다면.

가족들에 대해 잊고 지냈던 것들,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을 알게 됐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더라. 지금 알게 됐다고 해서 얼마나 달라질지는 모르겠다.(웃음) 아마 이 영화가 아니었다면 시간이 지나도 몰랐거나 너무 늦게 알아차렸을 것이다.

-영화는 '지영'의 엄마 '미숙'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함께 출연한 배우 공유는 시나리오를 보고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는데.

공유 오빠는 영화 보고 엄마한테 전화해서 펑펑 울었다는데 난 전화도 못 했다. 조금 뭉클하긴 했다. 이번 작품뿐 아니라 평소에도 작품과 관련해서는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집이 부산이라 시사회 초대도 어렵고 개봉하면 알아서들 챙겨 보실거다.(웃음) 사실 다 핑계다. 친구들이랑 더 가족처럼 지내는 편이기도 하다. 가족들이 나를 이해해주고 방해하지 않으려 그랬던 건데 난 당연하게 생각했다. 요즘엔 메시지를 보낼 때 이모티콘도 많이 보내려고 한다. 

-연예계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유아인이 공개적으로 '82년생 김지영' 응원 글을 남겼는데.

평소엔 따로 응원의 메시지는 없었다. 응원 글도 인터넷을 보고 알았다. 고마웠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빙의 연기' 예수정 선생님 도움받아

-영화를 보고 뭉클했던 장면은.

내가 나오는 장면은 아니고 '어린 지영'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땐 그 장면이 크게 와닿지 않았다. 배우들이 연기하면서 전해지는 눈빛이나 감정선들이 와닿아서 감정이 올라오더라.

-배우 김미경과의 모녀 호흡은 어땠나.

한약을 던질 때 보고 진짜 엄마 같았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담백하신 분이다. 김미경 선생님이 엄마로 출연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좋았다. 촬영하면서도 선생님 연기를 직접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극 중 '김지영'이 다른 인물에게 빙의되는 인물이다. 연기 톤을 잡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감정전달이 먼저라고 생각했다. 초반에 촬영하다보니 스태프들도 긴장을 많이 했다. 촬영 전날 김도영 감독님과 어떤 톤으로 가면 좋을지 여러 가지로 이야기를 나눴다. 외할머니인 예수정 선생님이 빙의해 엄마 '미숙'에게 말하는 장면은 예수정 선생님께 대사를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막연히 상상하면서 시나리오를 읽을 때랑 선생님이 연기한 대사를 녹음해서 들으니 느낌이 다르더라. 녹음을 들으면서 눈물까지 났다. 연기할 때 그런 감정을 빌려왔다.

배우 정유미/사진=매니지먼트 숲
배우 정유미/사진=매니지먼트 숲

-30대 주부 '김지영'을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주변의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보편적으로 그런 모습이라고 하더라. 집에서 아이를 키울 땐 옷이 금방 더러워져 하루에 여러 번 갈아입어야 하고, 빨래도 정말 여러 번 해야 한다고 하더라. 그렇게 자연스러운 주부의 모습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대부분 민낯으로 나온다.

눈썹은 좀 그렸다.(웃음) 완전히 세수하고 나왔을 때의 민낯은 아니다. 다큐멘터리는 아니기 때문에 필요한 분장은 했다. 또 엄마들도 모두가 민낯으로 생활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적당한 선을 유지했다.

-감정이 깊은 인물을 연기할 때 부담을 느끼진 않나.

생각을 오래 담고 있으면 복잡해진다. 최대한 단순해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대사가 많은 날을 빼곤 특별히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인물에 대한 감정은 전날 확실히 해두고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던져버리는 편이기도 하다.

정유미, 공유 주연 영화 '82년생 김지영' 티저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정유미, 공유 주연 영화 '82년생 김지영' 티저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소설과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소설과 달리 영화라는 매체가 보여줄 수 있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도 '82년생 김지영'처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다룰 땐 우울하기보다는 희망적이길 바란다. 그래서 결말도 맘에 든다. 원작자인 조남주 작가님도 고사 현장에 찾아오셔서 '영화는 영화'라고 하시면서 우리 팀을 존중해줬다.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요즘 자극적인 것들이 많지 않나. 영화라는 매체가 어쨌든 문화생활이기도 하고 쉬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감정적으로 어떻게 다가갈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진짜 조미료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다양하게 오고 가는 시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편하게 보셨으면 좋겠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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